2007 여배우, 몸으로 울었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7.12.1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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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번째 엄마'의 김혜수>
연초부터 위기설과 스크린쿼터 축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세에 '디 워'의 용트림까지, 쉴 새 없었던 2007 한국영화계. 사람들은 간과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살아남으려는 또는 자신을 넘어서려는 배우들의 육탄공세가 계속됐다.

특히 올 영화계에는 껍질을 뚫고 일어서려는 여배우들의 몸부림이 눈에 띄었다. 섹시함이란 말과 안방용 스타란 지적과 누구누구의 연인이라는 수식어 앞에서 좌절했던 그녀들은 스크린 속에서 벗고 달리고 치고 때렸다.


변신이란 말에 다 담을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의 편견을 깨는 노력은 쉽지 않았다. 흥행이라는 선물이라도 주어줬다면 좋았으련만 그 역시도 피해갔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시간을 넘어서려는 듯 달리고 또 달렸다. 2007년을 누구보다 열심히 달렸던 그녀들을 불러모았다.

김혜수만큼 지난해 주목받았고, 또 올해 다른 의미로 주목받았던 여배우는 드물다.

지난해 '타짜'로 새삼 배우로서 주목받았던 그녀는 올해 쉬지 않고 변신을 시도했다. 가슴 한 번 드러내지 않고도 과자 먹듯 바람을 해치우는 불륜녀를 연기했던 '바람피기 좋은날'에 얼굴 가득 밥알을 붙이고 등장한 '좋지 아니한가'까지 김혜수는 열심히 2007년을 달렸다.


누군가에게 버려진 사람들이 한 데 모인 '열한번째 엄마'에서 그녀는 어울리지도 않는 엄마를 연기했다. 김혜수이기에 사람들은 그녀가 표현하는 엄마를 궁금해했다. 김혜수는 이런 변신의 과정을 "지옥에 수도없이 오갔다"고 표현했다. 김혜수가 지옥에 여러번 갔다올수록 관객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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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의 송혜교>
안방극장에서 흥행 보증수표였던 송혜교는 스크린과 행복하게 만난 경험이 없었다. 첫 작품인 '파랑주의보'는 시작하는 듯 끝이 났으며 그 뒤로 2년이 지나서야 '황진이'로 스크린 문을 두드렸다.

시작부터 말들도 많았다. 송혜교가 캐스팅 영순위가 아니었다는 소리부터 드라마 '황진이'와의 비교까지...하지만 송혜교는 그런 말을 뒤로 하고 묵묵히 걸었다.

비록 한듯 안한듯 감질맛이 나기는 했지만 송혜교는 베드신까지 선보이며 '황진이'에 몸을 던졌다. 흥행의 기쁨은 맛보지 못했지만 송혜교는 적어도 '황진이'로 자신의 이름 석자를 영화계에 확실히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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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있습니까'의 한채영>
뭇남성들의 꿈 속에서의 연인이었던 한채영은 '유부녀의 전설'을 시작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는 그 완성도와 재미와는 관계 없이 이제는 한 남자의 여인이 된 한채영이 과연 얼마나 몸으로 울었나에 시선이 쏠렸다. 데뷔부터 가슴파 배우로 알려졌던 한채영이기에 그녀의 노출 정도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그러나 한채영은 이 영화에서 보일락 말락할 정도의 노출로 음큼한 사람들의 기대를 배신하는 대신 그동안 가슴에 가려졌던 그녀의 연기력을 마음껏 과시했다. 도시적이고 세련된데다 가끔은 털털했던 한채영이 따뜻한 관심에 목말라하는 연기를 펼치자 영화계는 탕아가 돌아온 것을 환영하듯 그녀를 환영했다.

전도연은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가 언제부터인가 늘 따라다녔다. 칭찬도 자주 들으면 지겹듯이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는 어느샌가 전도연을 옭아맸다. 이제는 보여줄 만큼 다 보여줬다는 의견이 많았다.

행복한 고민이라도 당사자에게는 접싯물에 코박고 죽을 수 있을 정도로 절실한 법. 바로 이 때 전도연은 '밀양'을 만났다. 그녀는 '밀양'에서 울고 또 울었다. 눈물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눈물 연기가 많았던 전도연이지만 '밀양'에서의 눈물은 질이 달랐다. 그야말로 장이 쪼개지고 뼈가 갈라져서 나오듯 한 눈물을 온 몸으로 울었다. '밀양'은 전도연에게 있어서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타게 했지만 그보다 그녀의 눈물을 변하게 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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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박시연>
박시연은 에릭의 연인이었다.

대중에게 그렇게 각인됐다.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랬던 그녀가 '사랑'에 출연했다. 곽경택 감독은 남자배우들에게 연기를 뽑아내는데는 능숙한 감독이다. '사랑' 역시 눈에 띄는 배우는 주진모와 김민준이었다. 그럼에도 박시연은 '사랑'에서 자신을 찾아냈다. 맞다가 울다가 베드신까지 찍은 그녀는 그 덕에 연말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임수정은 어려보이는 배우였다. 그런 그녀가 '행복'에서 어리다고 놀리지 말라고 한 것은 관객들에게 말하는 듯 했다. 몸빼바지에 훌라훌라 댄스까지, 베드신을 찍었다고 성인 연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임수정은 비로서 관객들에게 성인 연기를 선보였다. 자신을 버리려는 남자에게 바보처럼 발목을 붙들고 울고 또 우는 임수정. '행복'을 통해 임수정이 행복했을 것은 쉬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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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김태희>
'중천' 이후 꼭 1년만에 스크린을 찾은 김태희는 '싸움'에서 달리고 때리고 차며 온 몸으로 자신을 증거하려 한다. 예쁜 얼굴을 쫓아가지 못하는 연기력 논란에 늘 시달리던 그녀에게 '싸움'은 몸을 불태워가며 자신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였던 셈이다.

설경구의 코미디 연기가 더욱 놀라웠지만 '싸움'은 지금까지는 김태희의 연기 변신이 놀라운 영화로 알려져있다. 그녀의 도전이 남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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