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정의 시네클릭]전시된 복수, '데스 센텐스'

강유정 / 입력 : 2007.12.1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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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란 무엇일까?

9ㆍ11 이후 미국영화들을 보면 이런 질문들을 떠올리게 된다. 닐 조던 감독의 '브레이브 원', 피터 버그 감독의 '킹덤'이 그랬다.


지난 6일 개봉한 제임스 왕 감독의 '데스 센텐스' 역시 복수극 형태를 띄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우연처럼 몰아친 사고로 인해 중산층의 한 가족이 흔들린다. 자신의 삶에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일들이 발생하자 윤리적 무관심으로 무장하고 있던 개인은 무너진다.

그리고 그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고 복수를 다짐한다.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미혼자가 기혼자보다, 이혼을 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가족을 먼저 잃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먼저 죽는다. 보험회사 중역인 닉은 자신 앞에 놓여진 통계자료를 보며 되뇌인다. 닉은 모든 점에서 좀 더 오래 사는 쪽에 속해 있다. 행복한 가족, 높은 소득, 안정된 직장, 교외의 쾌적한 저택까지. 그는 보험회사가 선호하는 안정된 삶을 누리는 중산층 가정의 가장이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 견고한 가정의 성이 너무도 손쉽게 깨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의 첫 부분 아이들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행복해보이는 가정의 모습을 밀착해 보여주는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영화는 8밀리 가정용 캠코더에 촬영된 '가족'의 모습을 제시한다. '골든 보이'로 성장한 첫 아들과 귀여운 둘째 아들. 아들의 경기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던 닉,

그런데 사고가 발생한다. 갱단의 신고식에 불행히도 아들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할렘가의 갱단들은 신고식을 위해 아무나 죽여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 '아무나'의 덫에 아들이 걸리고 만 셈이다.

닉은 자신의 아들을 죽인 범인이 고작해야 삼년이나 오년 정도의 수감생활을 할 뿐이라는 사실에 격분한다. 그래서 직접 녀석을 단죄하리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이 순간부터 그의 삶은 정상의 궤도에서 이탈해버린다. 갱단은 갱단대로 가족의 이름을 걸고 닉을 응징하려 하고 닉은 자신의 가족을 위해 갱단을 공격한다.

'법'은 안정적인 삶을 누리는 자의 편이지만 불편한 자들의 것이 되지는 못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법의 도움을 받았다고 믿었던 닉은 막상 그것이 허술한 보호막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닉은 이제 자신의 법을 만들어 자신이 처단하고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이는 그저 복수를 위한 복수에 불과하다. 더 큰 대가를 치르는 닉의 전쟁은 신이나 가족과 같은 고결한 이름을 건 전쟁들의 속내와 닮아 있다.

거기에는 싸워야 한다는 당위만 있을 뿐 성찰은 배제되어 있다.

마치 주윤발이 등장하는 홍콩 느와르처럼 싸움의 포즈에 집중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둘기가 날아다니는 교회에서, 서로를 향해 치사량 이상의 탄환을 쏘아대는 스펙타클.

'데스 센텐스'는 복수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진다기보다 복수의 광기를 전시하는 작품이다. 전시된 복수, 그것은 액션의 새로운 소재에 불과하다.

/강유정(영화평론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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