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에 강박된 화장실유머..'색즉시공 시즌2'

[강유정의 시네클릭]

강유정 영화평론가 / 입력 : 2007.12.1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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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일간지와 나눈 인터뷰에서 기자가 내게 물었다. "화장실 코미디를 좋아하세요?"

내 대답은 이랬다. “그럼요.”


'화장실 코미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은 정확한 장르명이라기보다는 일부 코미디의 경향에 대한 지칭이랄 수 있다. 배설물이 등장한다거나 배설과 관련된 일부 신체 기관이 동원되기도 한다. 섹스에 대한 농담이나 희화화는 당연하다.

코렐리 형제의 영화에서는 8등신 미녀가 정액을 머리에 바르기도 하고 '아메리칸 파이'에서는 첫 경험이 웹사이트에 공개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런 질 낮은 유머들을 좋아하는 것일까?

두사부필름이 만든 '색즉시공 시즌2'는 그런 점에서 철저한 '화장실 유머'를 구사하는 코미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여자친구와 첫 경험을 하고 싶어 안달인 만년 고시생 은식은 술김에 동상(銅像)에 몽정을 한다. 은식의 친구들은 자는 사람의 항문에 사탕을 끼워 넣고는 깔깔거리며 사진을 찍는다. 자신에게 식상해진 애인을 단속하기 위해 오래된 연인은 암침팬지보다 더 격렬한 전투를 벌인다.

'색즉시공 시즌2'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은 말 그대로 '동물의 왕국'이다. 교양이나 문화와 같은 세련된 훈련의 결과물들이 아니라 먹고, 자고, 싸고, 섹스하는 '동물적 인간 행위'들이 범람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동물적인 인간 행위'라는 말이 이 영화에 대한 모독은 아니다.

실상 '화장실 유머', 섹스 코미디는 인간이 가진 가장 저열한 수준의 본성을 건드린다. 아무리 세련된 문화인이라고 할지라도 배설과 관련된 욕망에 시달린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거나 정신성으로 승화한다고 해도, 이는 욕망이 일어난 이후, 즉 사후적인 결과이다.

마치 대여섯살짜리 아이들이 '방귀대장 뿡뿡이'를 보며 즐거워하듯이 사람들은 '화장실 유머'를 보면서 무장해제된다. 도덕이나 관념, 인식과 같은 훈련된 정신 기능을 정지한 채 그저 감각이 가는 대로 따라 웃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늘 '화장실 유머'는 '정치적 올바름'의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화장실 유머'에 등장하는 남녀들은 대개 '짝짓기'에 목을 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색즉시공 시즌2'는 철저히 배설적 웃음에 기대는 할리우드의 '화장실 유머'와는 또 다르다. '색즉시공 시즌2'는 비루한 욕망에 기댄 편견으로 웃음을 견인하지만 '사랑'과 '책임'이라는 문명적 도덕으로 현실적 도덕에 안착한다. 강간이나 임신중절과 같은 문제를 한 남자의 윤리성으로 봉합하고자 하는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웃자고 던진 농담이 울자고 털어놓은 고백이 되는 순간, '색즉시공 시즌2'는 윤리에 강박된 한국식 '화장실 유머'의 현재를 증명한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흥행 요소가 있다. 웃음과 눈물, 유전된 삼강오륜의 DNA는 흐르는 눈물 위로 발현된다.

그럼에도 '색즉시공 시즌2'는 웃기는 코미디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방귀대장 뿡뿡이'를 보면서 깔깔대는 아이처럼 즐길 수 있는, 비워진 머리에 채워지는 '길티 플레저', 그것이 거기 있다.

/강유정(영화평론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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