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순이'는 살인자였어야 했다.
27일 오후 KBS 2TV 미니시리즈 '인순이는 예쁘다'(극본 정유경ㆍ연출 표민수)의 마지막회는 '인순이' 김현주가 살인자가 아닌 것으로 마무리되는 '반전'을 안겨줬다.
결론이야 어찌됐건 살인자의 인생도전기라는 신선한 소재로 출발해 그동안 눈물과 웃음을 선사한 '인순이는 예쁘다'는 마지막 회에서도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한 것에는 틀림이 없다.
또한 '인순이'를 통해 휴머니즘을 이야기한 표민수PD의 연출력은 호평받아 마땅하다.
'인순이'로 인해 가슴 뭉클해하며 함께 울고, 함께 웃었던 시청자들. 이들은 인순이가 살인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고, 세상에 편견과 맞서 싸우는 그의 삶에 동정표를 던졌으며, 자신을 돌아보며 함께 슬퍼했다. 상처받은 인순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시청자들은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 시청자들 마음 한 켠에 '배신'이라는 감정이 솟아나는 건 왜일까. 인순이는 고교시절 우발적인 사고로 살인자로 분류돼 세상에 던져졌다. '살인자' 인순이라는 상징적인 인물에 대한 동정심일까. 어쨌든 시청자들은 '자신은 살인자'라고 말하는 인순이가 아름다워보였고 안아주고 싶었다.
그러나 인순이는 살인자가 아니었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살아가는 불쌍한 한 여인일 뿐이었다. 게다가 인순이는 결국, 친동생처럼 아끼는 한 남자 이완이 저지른 '살인'이라는 올무에 빠진 심파극에서나 등장할 만한 인물이 되고만 것이다.
드라마는 죄 지은 자의 구원받은 이야기에서,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아가는 바보스러우리만큼 착한 여인의 희생 이야기로 변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