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 경제공화당 총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웬만한 톱스타 연예인 이상으로 네티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축지법, IQ430, 배용준 일본특사 등등 그의 발언은 이미 "대한민국 리더가 되겠다"고 나선 17대 대선 후보의 그것이 아니다. 이제는 본인 말대로 '대한민국 최고의 연예스타'로서 대접을 받고 있다. 정치무대에 서야 할 그가 케이블 오락프로에 파자마까지 입고 나왔을 정도니, '허경영 신드롬'이라는 말이 무색하지가 않다.
TV에선 지난해부터 '무한도전'이 터줏대감이다. 유재석 노홍철 박명수 하하 정준하 정형돈,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웬만한 토크쇼 출연자들의 공들인 발언보다 폭발적이다. '하셧쎄요' '안돼 x2' '2인자' '유반장' 등 그들이 내놓는 말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리얼 버라이어티' 컨셉트는 거의 모든 예능프로로 번져갔다. 패리스 힐튼, 티에리 앙리까지 섭외하는 능력을 과시했고, 심지어는 정통사극 '이산'에까지 그들이 출연하는 웃지못할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처럼 허경영 총재와 '무한도전'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엇비슷한 지점에 맞닿아있다.
첫째, 이들은 무모한 도전을 즐긴다. 올해 첫 방송된 '무한도전'의 용궁 편에선 정준하 하하 박명수가 선박에서 가스 채취선까지 '헐렁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아찔한 모험이 펼쳐졌다. 거의 누구나 인정하는 '무한도전'의 기본 컨셉트는 무모함이었고, 이들이 다른 것보다 이런 무모함에 도전할 때 시청자 반응은 더욱 셌다. 허경영 총재 역시 상식적인 수준에선 무모한 발언이 많다. '종이 한 장을 갖고 은행에 가 100억원을 인출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리면 은하계 사람을 그리게 된다' '암 부위에 손을 얹고 눈빛을 보내면 병을 고칠 수 있다' 등등.
둘째, 인기에 힘입어 타 분야까지 진출했다. 허 총재의 경우 대선 당시 그의 독특한 공약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고, 대선 결과에선 "과연 허 후보가 3% 지지율을 달성할까"가 유권자들의 또다른 즐거운 예측꺼리였다. 그의 인기는 오히려 대선 후에 더 높아졌고, 급기야 ETN, tvN, 스토리온 등 케이블 오락프로 출연자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히기에 이르렀다. 정통사극 '이산'에 출연, 네티즌 찬반논란을 낳은 '무한도전'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MBC 뿐만 아니라 멤버들끼리 쌍을 이뤄 타 방송사까지 종횡무진하는 이들은 댄스스포츠까지도 도전했었다.
셋째, 비판자와 안티가 생겼다. 양지가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MBC의 대표적인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PD수첩'은 지난 15일 방송에서 허 총재의 병 치유능력이 거짓이며, 그가 이끄는 정당에서 하는 사업들이 불법임을 주장했다. 'PD수첩'은 2탄도 기획중이다. '무한도전' 역시 그 높은 인기 때문에 안티가 점점 늘고 있는 형국. 지난해 한때 일주일에 40여회 이상 케이블에서 '무한도전'이 재방송됐을 때가 정점이었다. 이들의 인기와 시기가 얼마나 높았으면 '무한도전'에 나온 자막 그대로 "'무한도전'을 못잡아먹어 난리"인 지경까지 됐을까.
넷째, 이들에 대해 미디어는 '재미'로만 다뤘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허 총재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워낙 폭발적이다보니 미디어 역시 이들을 최대한 빈번히 기사화했다. 'PD수첩'의 기획과 진행을 맡고 있는 송일준 CP의 지적대로 "미디어는 허경영 총재를 재미적 측면에서만" 다루고 있다. 대선이 끝난 다음이니 공약의 현실성 점검이라는 부담도 없어졌다. '축지법' '공중부양' 등이 요즘 허 총재를 설명하는 미디어(특히 연예매체)의 제목이다. '무한도전'을 대하는 미디어의 접근 역시 흥미와 찬사. 이들 멤버들이 너나없이 막대하는 말투에서 '시청자에 대한 예의 없음'을 지적한 매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옛 대선 후보 말 한마디에 비상식적으로 열광하는 사회, 개그맨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인터넷이 발칵 뒤집히는 사회(최근 하하의 군입대 소식에 따른 갖가지 반응을 떠올려보시라!). 과연 이런 사회는 정말 건강한가. 개그맨들이야 '재미 선사'가 본연의 임무라지만, 국민 안위를 책임질 정치인들까지 재미만 주면 모든 게 OK인가, 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