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4년, 어느새 사람들이 ‘나’란 사람을 잊은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엄습할 무렵 김동률은 생각했다. 좋은 음악은 시대를 초월한다고.
‘기억의 습작’ ‘졸업’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김동률이 4년 만에 5집 ‘모놀로그’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그를 기다려왔던 팬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돌아오는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그에게 물었다. 김동률은 기다렸다는 듯 라디오 DJ로 활약한 시기에 대한 추억을 꺼내 놨다. 그는 지난해까지 KBS 쿨 FM에서 ‘김동률의 뮤직 아일랜드’를 진행했다.
“앨범이 가장 늦어진 이유는 역시 라디오 DJ죠. DJ를 하면 생방송을 위해 일주일에 4일 정도는 늘 방송국을 가야하고, 너무 좋은 분들과 함께 한 덕에 늘 기분이 좋았어요. 음악을 만들려면 감정상태가 뭔가 결핍돼야 하는데(웃음) 너무 여유가 생기고 좋다보니 노래를 만들지 못했어요.”
그에게 음악은 혼자만의 싸움을 통해 만들어낸 인고의 산물이다. 유쾌한 상황보다는 고뇌의 시간이 창작에 도움이 된다고 할까. 어쩔 수 없이 그는 DJ직을 떠나야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다행히 마음의 결정을 내리니 실천은 쉬웠다. 바로 음반 작업에 들어갔다. 다만 이번엔 예전보다 무게를 덜어낸 ‘좋은 대중음악’을 담기로 했다.
“좋은 대중음악을 한다는 말, 참 오해의 소지가 많아요. 팬들은 음악을 듣기 전부터 제게 ‘상업성과의 타협을 한거냐’며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말을 전해왔어요. 그런 걱정 안하셔도 되는데. 하하하. 음악을 갖고 상업성과 타협 할 성격도 아니고 그럴 처지도 아니에요.”
‘상업성과의 타협’이란 오해에 김동률은 담담하지만 강한 어조로 절대 아니라고 했다. 물론 음악을 듣기도 전부터 편견을 갖는 일부 팬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가 말하는 ‘좋은 대중음악’이란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음악성을 겸비한, 대중과 화합할 수 있는 노래를 일컫는다. 한때 버클리 음악대학까지 유학을 다녀왔는데 뭔가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김동률이지만, 시간은 그에게 여유를 가르쳐줬다. 변화에 대한 강박관념은 어느새 눈 녹듯 사라졌다.
“‘드문 음반’이란 말, 참 예쁜 것 같아요. 제 음반도 사람들에게 그렇게 인식됐으면 해요. 팬들이 바라는 모습 그대로인 듯 하면서 늘 꾸준히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음악에 담아내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물론 더 이상 곡이 써지지 않을 때, 노래를 부를 수 없을 때는 가수를 그만 두겠죠. 하지만 그때가 오기 전까지는 음악만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