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둘 중의 하나의 숨통은 끊어놔야지요.."
이 서슬퍼런 말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거사를 앞둔 쿠데타 핵심인물? 테러 감행을 앞둔 비밀요원? 아니다. 요즘 MBC '이산'에서 최고로 '미움'을 받고 있는 정순왕후 김씨(김여진)가 주인공이다. 이미 세손(이서진)을 못잡아먹어 안달인, 악역 중의 악역으로 '이산' 팬들에게는 찍히고 또 찍혔다.
정순왕후는 28일 방송분에서 매병(치매)에 걸린 영조(이순재)가 곧 세손에게 양위할 것이라는 화완옹주(성현아)와 정후겸(조연우)의 제보를 받고, 눈알을 부라리며 외쳤다. "우리가 살자면 둘중 한 사람 숨통을 끊어야지" 한때 유행했던 '청춘의 덫' 스타일로 말하면 이렇다. "부숴버리겠어."
29일 방송될 '이산' 예고편에는 정순왕후측이 준비한 약을 먹고 영조가 쓰러지는 것으로 나온다. 설마설마 했던 일이 벌어지자 같은 '순라인'이었던 화완옹주마저 깜짝 놀란다. 이를 모를리 없는 세손도 할머니뻘인 정순왕후에게 외친다. "저를 세손이라고도 부르지 마세요." 세손이 이처럼 목소리를 높인 일도 이 드라마에선 별로 안된다.
이렇듯 세손과 대다수 선량한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정순왕후이지만, 그래서 세손이 우여곡절 끝에 집권후에는 곧바로 퇴위하거나 최악의 경우 사약을 받을 것 같은 인물이지만, 역사는 그리 '드라마'적이지 않다.
우선 남편인 영조의 왕릉은 동구릉의 원릉인데 이 옆에 쌍릉으로 묻힌 주인공은 정비인 정성왕후 서씨도 아닌, 계비인 정순왕후였다. 정순왕후는 정조 집권후에도 살아남은 것은 물론, 정조의 외아들인 순조 때는 대왕대비로써 수렴청정을 5년이나 했던 것이다. 사망한 연도는 1805년(순조 5)으로 정조(1752~1800)보다 5년을 더 살았다.
그럼 정후겸과 화완옹주는 어떻게 됐을까. 정조실록에 따르면 정조는 즉위후 "정후겸은 멀리 귀양 보내고 옹주는 이미 사제로 나갔으므로 논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화완옹주를 죄가 없다고 여겨서가 아니라 그가 선대왕께서 깊이 자애하셨기 때문이다"고 적었다. 화완옹주는 이후 순조때까지 살아남았으며 1808년에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