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배경 '원스어폰어타임'vs'라듸오데이즈' 완전정복

김태은 기자 / 입력 : 2008.01.3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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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를 배경으로한 두 편의 영화가 나란히 31일 개봉한다. '원스어폰어타임'(감독 정용기·제작 ㈜윈엔터테인먼트)와 '라듸오데이즈'(감독 하기호·제작 싸이더스FNH).

이 두 영화는 일단 일제 강점으로 독립투사와 민초들의 피로 점철된 암울했던 시기를 '코미디'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닮았다. 세기가 바뀌었기 때문일까, 이제 그 시대에 대한 역사적 부채에서 가벼워질 때도 됐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일제 후반기로 들어서며 독립에 대한 열망은 다소 희석된 듯 싶고 신문물의 생동감을 접했지만, 일본인들의 억압으로 날개가 꺾인 조선인들이 그려진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삶이 있고, 사랑이 있고, 웃음이 있다. 투지도 있다. 2000년대초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경성애사'와 같은 소설이 보여준 이러한 1930,40년대는 지난해 말 KBS 2TV 드라마 '경성스캔들'이 이미 영상화했고, 4월 개봉 예정인 영화 '모던보이'가 담고 있는 세계관과 일맥한다.

'해방기 코믹 액션'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전설 속 다이아몬드 '동방의 빛'의 행방을 좇는 사기군 봉구(박용우 분)과 재즈가수 춘자(이보영 분)의 해프닝을 다룬 '원스어폰어타임', 조선최초의 라디오 방송국을 배경으로 '사랑의 불꽃'이라는 드라마를 완성하기 위한 한 바탕의 소동을 담은 '라듸오데이즈'를 비교해봤다.

◆시대의 무거움을 벗은 코미디


일제 시대를 코미디로 다룬다는 것은 일제의 잔인한 핍박과 선열들을 생각할 때 민감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런 점에서 두 작품 모두 이 시대에 대한 엄숙주의를 벗는 용기를 냈다.

'원스어폰어타임'이 그런 면에서는 보다 무게중심을 지키려 노력했다. 고문기술자와 고문당하는 한국인의 모습, '조센진'을 비하하는 일본일들의 언행이 섞여들면서 영화속 공간이 일제시대라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또 어디까지가 일본인인체 하는 한국인일까, 어디까지가 신분을 숨긴 독립투사일까를 하나 하나 발견해내는 재미가 숨어있다.

'라듸오데이즈'는 아예 개그맨들을 기용해 재미를 노렸다. 우편물 배달 트럭을 모 안상태와 김병만이 있고, 문세윤은 독립운동가 무리로 출연한다. 문세윤은 자신이 출연중인 SBS '웃찾사'의 '퐁퐁퐁'에서 선보인 '우~'라는 애드리브를 시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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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듸오데이즈'의 한 장면


◆시대 고증에 얽매이지 않은 퓨전극

'원스어폰어타임'은 1945년 해방 며칠 전부터 8.15까지를 주 배경으로 했지만 재밌는 이야기와 볼거리를 위해 그 시대를 선택했을 뿐. '라듸오데이즈' 역시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토대가 완성된 시기여서 어쩌다 1930년대 초반을 택하게 됐다는 것이 감독의 변.

이 때문인지 출연진들은 시대 고증에 얽매이지 않는다. '원스어폰어타임'에서는 미니스커트, 카고팬츠 등 현재 유행하는 옷들을 그대로 입고 나오는가 하면 말투도 현대적이다. '라듸오데이즈'에서도 황보라의 입을 통해 '섹시 글래머'라는 단어가 튀어나오고, 효과맨 면접시험에서 비트박스를 선보이는 응시자도 있다.

◆그래도 독립운동은 빠질 수 없다

두 영화 모두 독립운동을 희화화한 듯 한 면이 있다. 그러나 그 비난의 여지는 피해갔다. '원스어폰어타임'에서는 성동일-조희봉 콤비가 신분을 위장한 독립투사로 등장한다. 일본인 전용 클럽 미네르빠를 운영하는 이들은 호시탐탐 총감을 저격할 기회를 노리며 세월을 보내지만, 그들의 작전이라는 것이 실소를 야기할 뿐이다.

'라듸오데이즈'에서도 효과맨 K(이종혁 분)기 이끄는 독립투사단도 10년째 성공한 거사가 하나도 없는 오합지졸들이다. 하지만 예견했듯이 이들은 모두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는 충정을 보여줌으로써 독립운동가를 완전히 실없이 보이게 하지 않는 결말이다. 특별히 나아보일 것 없는 민초들이 시행하는 항일투쟁은 그래서 더욱 가슴을 뿌듯하게 하기도 한다.

◆현실에 대한 풍자를 담았다

시대극이라고 해도 현시대에 대한 알레고리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 '원스어폰어타임'에서는 일본이 항복할 것이라는 사실을 들어도, 일본인임을 포기하지 못하는 인물을 통해 불나방같은 눈먼 욕망을 비꼰다. 또 계급차로 인한 권력관계가 상하 관계에서 그대로 전이되는 것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라듸오데이즈'는 아예 '현대 드라마의 고질적 병폐에 대한 풍자'라 불러도 무방할 듯 싶다. 극중 드라마 '사랑의 불꽃'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와 기억상실, 사랑하는 남녀가 배다른 남매였다는 설정 등과 쪽대본, 연장방송, 간접광고 비리와 여배우간 알력다툼 등이 계속해서 배꼽을 잡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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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어폰어타임'의 한 장면


◆집단 주인공 체제의 하모니

두 영화의 두드러진 공통점은 또하나는 집단 주인공 체제라는 점. 가장 인지도 있는 배우를 타이틀에 내세웠지만, 사실 그 누가 주연이라고 딱히 찝기 어려울 정도로 비중을 배분했다. 이를 통해 당시의 삶을 갖가지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장점이 마련됐다.

'원스어폰어타임'의 정용기 감독은 아예 "8명 공히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봉구와 춘자 뿐 아니라, 알고보면 독립군인 미네르빠의 사장과 요리사 콤비, 전당포 주인 장천(안길강 분), 일본 총감(김응수 분), 야마다 중위(김수현 분), 경찰 덕술(임형준 분) 각자의 삶 하나 하나가 흥미있게 그려진다.

'라듸오데이즈'의 하기호 감독도 "누구 하나도 튀지 않도록 평균치에 맞춰 편집을 했다"며 조화를 강조했다. 라디오 PD 로이드 박(류승범 분), K, 재즈가수 마리(김사랑 분), 푼수 기생 명월(황보라 분), 노봉알 작가(김뢰하 분), 아나운서 만철(오정세 분), 순덕(고아성 분) 등 7명의 인물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하나의 라디오극 완성을 위한 하모니를 펼쳐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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