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 앵커로 활약한 김은혜 기자(37)가 국민과의 가교가 되고 싶다며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입성하게 된 까닭을 밝혔다.
김은혜 기자는 12일 오후 4시40분 서울 여의도 MBC 경영센터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영입 제의를 받았고 주변과 상의한 끝에 제의를 수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이날 오전 MBC에 사표를 제출했으며, 13일부터 인수위원회에 출근하며 청와대에서 부대변인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당초 예정 시간보다 10여분 늦게 도착한 김 기자는 "기자 생활을 할 때는 늦는 취재원을 제일 싫어했는데 늦어 죄송하다"며 15년 기자생활을 마감하고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변신을 꾀하는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93년 MBC 기자로 입사한 김은혜 기자는 최초의 방송사 정치부 여기자, 최초의 여기자 출신 앵커 등 각종 기록을 내놓았으며, 이날까지 MBC 보도국 뉴스편집2부 차장으로 재직중이었다. 사표를 내지 않았을 경우 오는 26일 평양에서 열리는 뉴욕필 오케스트라 공연에 팀장으로 취재를 갈 계획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영입된 경위를 설명하자면.
▶최근에 영입 제의를 받았다. 주변에 조언을 구했고, 가족들과 상의를 거쳐서 제의를 수락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나도 진짜 정치적이라고 했을텐데 지금으로서는 할 말이 많지 않다.
-한나라당 비례대표설도 나돌았는데.
▶솔직히 4년 전부터 제의가 있었다. 복수의 당으로부터 제의를 받았다. 전국구 1번을 제의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한결 같은 건 오늘 결정이 국회의원이나 정치쪽으로 가는 게 아니다는 것이다.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 가는 게 아니다. 얼마 전부터 '퍼블릭 서비스'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 이 부분이 기자로서 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서 결정하게 됐다. 비례대표에 생각이 있었다면 4년전에 갔을 것이다.
-기자로서의 신념과 이명박 정부의 방향이 맥이 같나.
▶기자로 살아가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소신이 있었다. 약한자에게 강하고 강한 자에게 약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보다 상처받고 위로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행정적으로 보살핌을 주고, 어두운 곳에 빛과 같은 역할을 하기 위해 결심하게 됐다. 어떤 정당이 가지고 있는 이념적 지향보다는 기자로서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이루고자 결정하게 됐다..
퍼블릭 서비스는 아무래도 정당에서 하기는 힘들다. 정치보다는 행정적인 공부를 하는 게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대변인을 지낸 뒤 방송에 복귀할 계획은 있는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저를 15년 동안 보살펴준 MBC를 떠나면서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고, 마음이 무겁다. MBC 출신으로 MBC에 사랑과 애정을 가지고 떠날 것이다. 내일부터 새로운 곳에 출근한다. 방송 복귀는 일단 적응하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보직은 어떻게 되나.
▶부대변인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외신 담당도 하게 되겠지만 부대변인으로 알고 있다.
-MBC에 강한 애정이 있다고 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MBC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과 청와대에 입성하는 것에 상관 관계가 있는가.
▶그 부문은 내가 말할 수 있는 권한 밖의 일인 것 같다.
-청와대에서 일을 하는 데 대한 각오가 있다면.
▶15년 동안 국민들의 소리를 듣는 데 최전선에 있었다면 국민들의 아픔을 해결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야곱의 사다리처럼 많은 국민들과 보다 매끄러운 조정자 역할을 하고 싶다. 기자로서 그동안의 경험으로 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기자가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금도 다름없다. 하지만 취재를 하는 것과 기자로서 가치관을 가지고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자로서 간직했던 가치관을 보다 효율적으로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그 또한 기자정신의 구현이다.
-이명박 당선인과 인연이 있었는지.
▶없었다. 정치부 기자를 3년 동안 했는데 그 때 취재한 경험은 전혀 없었다.
- MBC 사내 반응은 어떤가.
▶오늘 인사를 했는데 어떤 분은 저를 감금해야 겠다고 해서 복이 많고 과분하다고 생각했다. 물리적으로 MBC에 있지 않더라도 MBC 출신들이 바깥에서 MBC 이름을 빛낸 사람이 많다. 나도 MBC 이름에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일을 해서 제2의 출발을 다부진 각오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제2의 출발이 결혼과 아이를 얻은 것이라면 이번이 제3의 출발이다. 그 기조에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앵커하다가 유학 간 것도 그렇고, 앵커하다가 결혼한 것도 그렇다.
지난 15년 동안 최선을 다했던 것처럼 앞으로 15년 동안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로 노력하겠다.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더욱 줄텐데.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다. 기자생활할 때도 아이를 잘 못봤는데 이 일을 하면 더 보기 힘들다고 들었다. 어제 잠든 아이를 보면서 못난 엄마를 용서해달라고 이야기했다. 아이에게는 곁에 있는 엄마가 최고지 밖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잘모른다.
하지만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최선을 다하는 엄마가 되는 게 후회없을 것 같았다. 물론 지금 이 말을 하면서도 일하는 엄마가 가지고 있는 죄책감은 뿌리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