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은 ⓒ송희진 기자 songhj@ |
주연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늘 임정은이란 이름을 기억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벙어리, 하반신불구, 강렬한 죽음을 맞는 등 늘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를 소화했기 때문이다.
오는 3월3일 첫 방송되는 SBS 아침극 ‘물병자리’(연출 김수룡ㆍ극본 김두삼 이주희)에서도 임정은은 기억상실증에 걸려 친자매 같은 동생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는 기구한 운명의 여인 명은서를 연기한다.
“늘 역이 순탄치 않았어요. 환자이거나 늘 피분장을 해야 했고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물론 제가 선택한 역이에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사연 있는 역에 끌리더라구요.(웃음) 그래서인지 주연이 아니었음에도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세요.”
최근 출연한 영화 ‘궁녀’에서도 임정은은 벙어리 궁녀 옥진 역을 맡아 온갖 고초 끝에 죽음을 맞는 연기로 그 어떤 배우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녀는 ‘궁녀’의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옥녀가 바로 자신을 위한 역이란 것을 직감했다고 털어놨다.
안방극장 복귀작이자 첫 주연을 꿰찬 ‘물병자리’를 통해서도 임정은은 색깔 있는 연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처음으로 6개월의 긴 호흡을 하는 드라마이자 역할 자체도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임정은이란 배우를 대중에게 각인시키기에는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욕심나는 캐릭터에요. 드라마에서 선한 인물이라고 하면 늘 바보 같이 당하기만 하는데, 제가 연기할 은서는 절대 그런 인물이 아니에요. 더욱이 많은 드라마가 그렇듯 ‘물병자리’ 역시 선과 악의 대립이 그려지지만 사랑을 바탕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어요. 악역도 타당성을 갖는다는 얘기에요.”
임정은 ⓒ송희진 기자 songhj@ |
더욱이 임정은은 아침드라마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어머니는 물론 할머니, 이모까지 전화가 와 무척 좋아하셨다며 기쁜 속내를 드러냈다.
“이제 식당에 갈 때마다 아줌마들의 뜨거운 환대를 받을 것 같다”며 그녀는 농반진반의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아침드라마의 특성상 고정적인 주부 시청자를 갖고 있고, 많은 주부들이 극중 인물과 배우를 동일시하기에 향후 임정은은 어머니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을 듯 하다.
“연기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내가 이 역할에 푹~ 빠져있구나란 사실을 실감할 때에요. 교통사고에 기억상실증까지 많은 사연을 가진 인물이지만 진짜 살아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싶어요. 물론 많은 어머니 팬들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