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레이서', 닌텐도 세대에 바치는 찬송가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04.2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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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쇼스키 형제의 '스피드 레이서'는 국내에는 비의 할리우드 데뷔작으로 잘알려져있다. 그동안 영화에 대한 기대보다는 비에 대한 관심이 더 큰 게 사실이었다. 알록달록한 총천연색 예고편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다.

하지만 지난 18일 국내 언론에 첫 선을 보인 '스피드 레이서'는 그 모든 불안을 불식시켰다.


'스피드 레이서'는 알려진 것처럼 70년대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 '마하 고고'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워쇼스키 형제는 일본 대중문화 마니아답게 '마하 고고' 주제가를 삽입하는 등 원작에 대한 오마쥬를 바쳤다.

'스피드 레이서'는 가족적인 분위기로 자동차를 만들어 레이싱에 나서는 일가에 그동안 뒤에서 레이싱 세계를 조정해온 대재벌이 접근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주인공 스피드는 천재적인 운전 솜씨로 레이싱 세계에 데뷔, 단번에 주목받는다. 그는 어릴적 우상이자 천재 레이서인 형이 사고로 죽은 아픔을 안고 있다. 그런 스피드에게 레이싱 업계를 배후조정하는 재벌이 접근해 함께 일을 하자는 제의를 해온다.


이 재벌은 스피드가 제의를 거부하자 단숨에 마각을 드러내고 스피드 일가를 위험에 빠뜨린다. 이에 스피드는 레이싱 세계의 부정을 폭로하고자하는 '복면X'와 협력해 악당에게 위협다고 있는 또 다른 인물 토고칸에 우승을 안기고자 힘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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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쇼스키 형제는 '메트릭스'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던 것처럼 '스피드 레이서'로 또 다른 세계를 열었다.

'스피드 레이서'는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실사로 옮긴 모양새이다. 모든 화면이 알록달록한 총천연색으로 구성됐으며, 등장 인물을 제외한 모든 장면이 CG로 이뤄져 있다. 새로움은 없다. 애니메이션처럼 총천연색으로 구성된 실사영화는 '스파이키드' 등 선례가 있다.

그러나 워쇼스키 형제는 단순히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게 아니라 마치 닌텐도 오락기로 유년을 보낸 세대에게 바치듯 게임 같은 화면을 만들어냈다. 격투 게임이나 자동차 게임 등 익숙한 화면들이 속도감 있게 전개돼 스크린에 빠져들게 했다. 현란한 레이싱 장면은 오감을 한껏 자극한다.

'마하 고고'에 열광했던 세대와 가족 영화로의 장점도 녹아 있다. 국내에 번개호로 알려진 레이싱카가 극 중에 그대로 재현됐다. 자동차 앞에서 돌출되는 톱니바퀴와 옆으로 제비돌기를 하는 번개호의 모습은 추억을 되살리는 한편 요즘 관객들이 만족하기에 충분하다.

아이와 동물이 등장하면 성공한다는 가족영화 공식도 그대로 따랐다. 말썽꾸러기 막내와 영민한 침팬지가 스피드의 가족으로 등장하는 것은 어린이 관객들에 즐거움을 줄 만하다.

특히 악덕이 판치는 세상 속에서도 가족의 소중함과 도전 정신으로 이겨내면 된다는 건전한 이야기는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들에 환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관객들이 가장 관심을 보일 비의 연기도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아버지의 회사를 구하기 위해 레이싱에 참가하는 토고칸으로 등장하는 비는 액션 장면과 더불어 관건인 영어를 무난하게 구사했다. 악역으로 깜짝 등장하는 박준형의 모습을 찾는 것도 볼거리 중 하나이다.

'스피드 레이서'는 상영시간이 다소 긴게 흠이지만 올 여름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가 지난해에 비해 유명세가 떨어지지만 결코 녹록지 않다는 진단을 남길 것 같다. 5월8일 개봉. 12세 관람가. 1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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