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근 기자·홍봉진 기자 |
연예인들이 결혼이나 이혼을 할 때 혹은 폭행이나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을 때, 그들은 '기자회견'을 연다.
발표·해명·사과 등의 형식을 갖는 기자회견은 연예인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가감없는 그들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장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입장을 설득시키고자 하는 자리이기에 분위기 장악을 위한 쇼맨십이 발휘되기도 한다. 수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큰 무대에 익숙한 이들이기에 한편의 '쇼'를 벌이는 듯한 볼거리도 제공된다.
나훈아와 최민수. 정확히 4개월 간격으로 열린 이들의 기자회견은 대중의 큰 관심을 끌었다. 카리스마의 대명사로 불려도 손색없는 두 스타는 특유의 화법과 표정, 돌발적인 행동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나훈아는 지난 1월 신체일부 훼손설 등 수많은 루머를 해명·반박하기 위해, 최민수는 지난 24일 70대 노인 폭행사건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고의 카리스마를 지닌 그들의 기자회견에는 흥미로운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돌발행동, 나훈아 '바지벗기' vs 최민수 '무릎꿇기'
두 스타의 공통점 중 하나는 파격적이라는 점이다. 1월 기자회견에서 나훈아는 신체중요부위 훼손설을 해명하기 위해 탁자 위로 올라가 허리띠를 풀고 지퍼를 내렸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나훈아는 그 상태에서 "5분을 보여주면 되겠는가, 아니면 믿을 것인가"라고 물었다. 회견장에 참석한 그의 일부 팬들이 여러차례 "믿는다"고 답하자 그는 40초만에 탁자에서 내려왔다.
최민수는 무릎을 꿇었다. 그가 스스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릎 꿇고 인사 드리겠다"고 말할 정도로 '카리스마 사나이'로서는 굴욕적인 행동이었다. 그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기자들의 카메라를 향해 엎드려 큰절을 한 뒤 15초 동안 고개를 푹 숙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언어 사용에서도 파격적이면서도 현란한 면이 있다.
나훈아는 "남의 마누라를 탐했다면 나는 여러분들 집에서 키우는 개XX다"는 과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또 "여러분 펜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며 기자들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최민수의 이번 기자회견은 사과의 자리였던만큼 큰 문제가 되는 발언은 없었다. 그러나 최민수는 "죽는 게 편하다", "죽을 때까지 이것을 (안고 가겠다)"는 등 터프가이 특유의 '목숨'을 거는 발언들을 했다.
◇당당한 두 남자, '불끈주먹' 나훈아 vs 'NO빠꾸' 최민수
나훈아는 자신의 결백함을 강조하며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루머를 양산한 언론을 거칠게 비판하는 공격성까지 보였다.
부릅뜬 눈과 강렬한 눈빛, 간간히 여유를 보이며 짓는 미소 등 기자회견장을 장악할 정도의 당당한 카리스마였다. 시선의 높이는 정면이나 그 이상을 유지하며 절대로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가끔씩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은 바위처럼 당당한 자신의 마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였다.
최민수의 경우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는 자리였기에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했다. 말투는 거침이 없었고, 두 눈도 계속 부릅떴지만 잘못을 비는 입장이었기에 드러내놓고 당당할 수만은 없었다.
그러나 최민수의 진면목은 지난해 5월의 '불법개조 바이크 사건' 기자회견에서 드러난다. 그는 당시 오토바이를 불법개조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아 화제가 됐다. 이때의 기자회견과 최근 기자회견을 비교해보면 그의 모습은 '극과 극'이다.
당시 그는 문제의 오토바이를 몰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나며 '당당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두건과 선글라스, 귀걸이, 장갑 등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등장했다. 말투는 빠르고 당당했고, 심지어 타이르는 듯한 인상도 풍겼다.
거침없이 쏟아낸 그의 어록은 당시 인터넷 최고의 화제가 됐다. "인생에는 빠꾸(후진)가 없다"는 말은 아직까지도 회자될 정도다.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건드리면 우리나라의 맨앞엔 내가 있다", "내 영혼을 건드렸다면 용서할 수 없다", "외국에선 선구자, 바이크 하면 최민수, 찰스로는 이슈 안된다","(경찰에 의해) 보이지 않게 통신이나 행동에 제약이 있을지 모른다" 등의 발언이 '오토바이 기자회견 최민수 어록'에 올랐다.
2007년 5월 25일 '오토바이 불법개조 해명' 최민수 기자회견. ⓒ구강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