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박은경 아나운서가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24일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을 진행하며 '막말'을 쏟아냈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시상식 내내 비꼬는 듯한 말투, 상대를 무시하는 것 같은 태도가 시청자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이날 수상한 개그맨 박명수도 박 아나운서에게 "뭐야", "닥쳐"라며 무례하게 답했다. 하지만 박명수의 발언을 탓하는 이는 거의 없다. "아나운서는 개그맨이 아니다"라는 시청자 지적대로 아나운서라는 직종에 대한 고정관념이 전제된 비난이다.
이번 잡음에는 아나운서를 바라보는 이중적 시각이 깔려 있다. 아나운서에게 연예인 못잖은 외모와 '끼'를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뉴스도 진행하는 우리말 전도사로서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상반된 가치를 모두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양가적 책무가 지워진 자리에서 박 아나운서는 정체성을 찾지 못한 듯하다. 큰 무대를 이끈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탤런트 박용하와 공동 사회자가 되면서 부담감이 컸을 수도 있다. 생방송을 제 시간에 무사히 마치면서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강박감이 무리한 코멘트 남발로 이어졌다는 평이다.
직설적인 조크와 풍자가 난무하는 외국의 시상식 분위기를 원용한 시도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 옹호론은 '아나운서 자질론'에 이내 묻혔다. "아나운서가 해야 할 말, 연예인 MC의 말은 엄연히 구분된다. 아나운서는 더 공인다워야 하고 신뢰감을 줘야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아나운서가 방송사 직원인가, 대중이 주목하는 연예인인가는 방송사 밖 각급 행사장에서도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패션쇼, 신제품 이벤트 현장에 나타나 카메라 세례를 받는 순간, 아나운서는 사실상 연예인이다. 행사 주최측도 아나운서를 연예인과 동등하게 대접한다.
23일 KBS 최송현 아나운서는 서울 강남의 카페에서 열린 액세서리 론칭행사에 참석, 포토월 앞에 선 채 포즈를 취했다. 공영방송 소속 아나운서가 있을 자리는 아니었다. 평일 오후에 상품명으로 가득 찬 광고판을 배경으로 '판촉' 또는 '간접광고'에 동원됐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KBS 조건진 아나운서팀장은 "개인 자격으로 참석할 수 있지만 공식적으로 언론 앞에서 사진 촬영에 임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해석했다. "(최송현 아나운서가) 아직 어리고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다.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없도록 타일렀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나운서 이름 뒤에서 '씨'자를 빼는 미디어가 차츰 늘고 있다. 아나운서의 연예인화가 가속화, 일반화 하는 현상을 반영한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