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밤-우리 결혼했어요'(위)와 SBS '온에어' |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어디인가.
최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우리 결혼했어요'는 '리얼'하다. 네 쌍의 연예인이 결혼했다는 '가정'하에 진행되지만 그 안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짜여진 내용이 아니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제작진이 설정해 준 몇 가지 상황을 갖고 출연자들이 내용을 직접 꾸려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 결혼했어요'를 보면서 "저 사람은 실제로도 결혼하면 저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결혼했어요'가 '방송'인 이상 재미를 위해서든 심의를 위해서든 100% '리얼'이 될 수는 없다. 현실과 똑같은 모습만 보여진다면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과 비슷하지만 실제에서 일어나기 힘든 극단적인 상황과 이벤트들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저 방송엔 대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하게 된다.
다른 많은 리얼 버라이어티도 마찬가지다. 제작진이 아무리 '리얼'을 주장해도 보는 이들에게는 '리얼의 탈을 쓴 가상' 프로그램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목극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SBS '온에어'는 드라마의 제작 과정을 다룬 드라마다. 현재 '온에어'에서는 극중 극 '티켓투더문'이 방송 되고 있다.
사람들은 실제 각종 연예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서 '티켓투더문'을 볼 것인가 '해녀심청'을 볼 것인가로 대화를 나눈다.
대부분은 국민요정 오승아가 나오는 '티켓투더문'을 보겠다고 하지만 하지원이 주연을 맡고 200억원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대작 '해녀심청'을 보겠다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티켓투더문'의 시청률이 얼마 나왔는지 궁금해하고 앞으로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서 토론한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실제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 반응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온에어'가 인기를 얻으면서 극중 극 역시 실제 드라마같은 현실성을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많은 예능 버라이어티가 '리얼'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획득하지 못한 현실성을 전적으로 짜여진 각본에 의해 만들어진 드라마가 얻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흥미롭다.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그런 이상 두 장르 모두 100%의 현실성을 부여할 수 없다.
그러나 '리얼'을 표방하지만 온전히 리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리얼' 버라이어티와 모두가 '허구'임을 알지만 '실제'로 다가온 드라마의 현실이 보는 이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