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미국드라마 팬들이 늘어나면서 유행한 '시즌드라마'는 더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미국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반영된 시즌드라마는 한 시즌의 드라마를 방영한 뒤 바로 그 드라마를 재방송한다. 제작사는 드라마의 재방송 기간 동안 그 다음 시즌을 촬영하고 재방송이 끝난 뒤 촬영한 시즌을 방송하는 형식이다. 하나의 시즌이 6개월 정도 방송된다고 하면 1년 내내 한 시즌의 드라마를 보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시즌드라마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프리즌 브레이크' 'CSI' '위기의 주부들' '섹스앤더시티' '로스트' 등이 있다.
한국에서도 '시즌드라마'라는 타이틀로 제작된 드라마가 몇 편 있다.
MBC에서는 지난해 9월 일요일 밤 11시40분에 시즌드라마를 편성했다. 지금까지 방송된 시즌드라마는 '옥션하우스' '비포앤애프터 성형외과', 그리고 현재 방영되고 있는 '라이프 특별조사대'까지 총 세 편이다.
그동안 선보인 '옥션하우스'와 '비포앤애프터 성형외과'는 일요일 심야 시간대라는 편성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6-9% 정도의 시청률을 보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 시즌드라마들은 본래의 의미를 잃게 됐다. MBC가 '라이프 특별조사대'를 마지막으로 시즌드라마 폐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다음 시즌의 방송을 기다리고 있던 팬들은 아쉽게 됐다. 한국에서 시즌드라마의 제작이 힘든 이유는 뭘까.
한국에서 시즌드라마가 힘든 이유는 우리나라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 있다.
보통의 시즌드라마는 같은 연출, 같은 작가에 전작과 동일한 배우들의 출연을 전제로 한다. 제목만 동일할 뿐 내용과 작가, 배우가 모두 달라진 '궁'과 '궁S'는 엄밀한 의미에서 시즌드라마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시즌드라마가 제작되기 위해서는 큰 기획을 세워놓고 스태프와 배우들의 스케줄을 미리 조정해야 한다.
한국에서 드라마의 후속 제작은 시청률에 따라 결정된다. 인기가 있는 작품은 후속 제작이 고려되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은 풀어낼 이야기가 남아 있더라도 제작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후속이 결정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시즌 2까지 기획하기에 한국의 제작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
케이블 쪽에서는 시즌드라마의 제작이 더 활발하게 이뤄진다. tvN의 인기 프로그램인 '막돼먹은 영애씨'는 현재 시즌 3가 방영되고 있고, MBC 에브리원에서 큰 인기를 모은 '별순검'은 오는 9월 시즌 2를 방영할 예정이다.
이는 지상파 드라마에 비해 주연 배우들의 지명도가 비교적 낮아 스케줄 잡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도 시즌드라마를 기획할 때 신인들을 기용한다. 현재 유명인이 된 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주연 배우들도 시즌 1에서는 모두 신인이었다.
또한 한국에서 인기 있는 멜로나 미스터리는 장르의 특성상 시즌드라마로 제작되기 힘든 점도 한 요인이다. 남녀주인공의 사랑이 이뤄진 멜로나 궁금증이 풀려버린 미스터리는 그 다음 이야기를 끌어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상파에서 시즌드라마 형식으로 인기를 끈 것은 노도철 PD가 제작한 '안녕 프란체스카'다. 노도철 PD는 '안녕 프란체스카'의 시즌 2까지의 제작을 맡았다. 주연 배우들도 그대로 출연했다.
노PD는 '안녕 프란체스카'의 시즌제가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팀워크'를 들었다. 그는 "아직도 '안녕 프란체스카'나 '소울메이트'의 스태프와 연기자들은 다음 시즌을 찍자고 한다면 찍을 것"이라며 돈독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이어 "단순히 팀워크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 지상파 드라마 제작 시스템은 시즌제를 진행하기 어렵다"며 "엄밀히 말하면 '안녕 프란체스카'도 시즌 드라마의 공식을 지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안녕 프란체스카' 마지막회 방송 후 잠시 '보여지는' 방송을 쉬는 동안 그 다음 시즌을 준비할 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PD는 후반으로 갈수록 탄력이 붙은 시청률을 보고 방송국에서는 시즌 2를 바로 내보내자고 했고 '안녕 프란체스카'의 시즌 2는 내용으로 구분될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한국에서도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 마니아를 형성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의 시즌 2 제작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MBC 드라마 '뉴하트' 측은 시즌 2 제작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당분간 지상파 드라마들의 시즌 2 제작은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