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 저런 프로그램에서 ‘달인’이 꽤 유행이다. ‘달인’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명사로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그렇담, 김C에게 있어서 ‘달인’이란? 통틀어 말하면 ‘그 때 그 때 달라요~’다.
그는 어떤 때에는 어지러움증을 전혀 못 느끼는 달인이었다가 또 어떤 때는 16년 동안 비린내를 전혀 못 느끼는 달인이 되기도 한다. 푸석푸석한 헤어 스타일과 몇 달 백수 생활한 것처럼 덥수룩한 수염, 이 두 가지만 보면 일단 외모적으론 달인(?)으로선 합격이라고나 할까? 뭐, 계룡산에서 한 삼년은 도 닦았을 거 같은 초짜 도사정도의 외모론 보이니까 말이다.
그래서일까? 방송으로 볼 때 김C는 어떤 프로그램을 나오든 주변의 어떤 상황에도 별로 개의치 않는 소신있는 모습으로 비춰질 때가 많다. 이렇게 뭐든지 통달했을 거 같은 달인 김C, 그는 평소 어떤 모습일까?
그의 과거로 살짝 거슬러올라가면, 20대 초반에 음악에 대한 꿈을 가지고 집을 나와서 생활했을 땐 말 그대로 ‘기차길 옆 오막살이’에 살았다고 한다. 표현만 이런 게 아니라 실제로 손을 뻗으면 지나가는 기차가 닿을 듯한 판자집에 살았었다고. 거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폐결핵까지 앓아서 당시 전재산 140만원을 수술비로 날리고, 수술하고 돌아오니 오막살이에서마저 쫓겨나고... 늘 평정을 유지하던 달인 김C도 그 때만큼은 눈물이 왈칵 나더란다.
이런 어려운 생활을 전전긍긍하던 어느 날, 그에게 생애 처음으로 토크쇼 프로그램 출연의 기회가 다가왔고, ‘처음’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 특유의 솔직하고 재치있는 입담으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김C가 ‘달인’스러운 건 방송 출연하고나서도 느껴진다. 신인 연예인이라면 보통의 경우 첫방송이 언제 전파를 타며, 주변 사람들의 모니터 평가에 귀를 기울이며, 프로그램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이라도 살~짝 들어가 반응도 살펴보고... 뭔가 분주하기 마련인데, 우리의 달인 김C, 방송을 잘했네, 못했네하며 수선(?)피우지 않고, 묵묵히 평소대로 지내고 있었단다.
심지어 첫방송도 언제 했는지 모르다가 알게 된 상황은 이랬다. 어느 날 늘 타던 버스를 탔는데, 놀란 버스 기사 아저씨가 순간 버스를 덜컹하고 멈추고, 승객들은 여기저기 손가락질하며 ‘어제 방송에 나왔던 사람이야’라고 웅성거리고, 그 반응에 본인의 첫방송이 나왔구나, 생각했단다.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어서일까? 그에겐 특유의 무표정한 모습에선 전혀 느낄 수 없는 따뜻한 가슴이 있다.
작년 겨울이었나? 어느 날, 다리가 부러져 양손에 깁스한 작가 후배가 방송국 로비에 들어오려고 했을 때, 문밖에서 어찌할 바 모르고 있던 후배를 보고 누군가 로비 끝에서 갑자기 올림픽 100미터 선수처럼 쌩~하고 달려와 문을 열어주고 부축하는 사람이 있었단다. 그가 바로 김C였다고.
후배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당시 로비엔 개떼같이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심지어 그 친구 주변에도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더란다. 하지만, 완전 반대에 있던 김C는 누군가랑 얘기하고 있던 중에도 그녀를 눈여겨보고 왔던 거라고. 그럼, 김C가 그녀와 아는 사이였을까? 전혀 아니다. 서로 인연이 없었던지라 같은 프로그램에서 작가와 한 번 게스트로도 만난 적이 없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전력질주해준 김C를 본 그녀가 이렇게 말을 했다. ‘언니 너~무 감동해서 진짜 잘 생겨보이더라고... 크크크...’
물론 ‘에게~ 겨우 문 열어 준거 가지고 너무 호들갑떠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1, 2억씩 기부하는 것보다 작은 배려 하나로 감동할 때가 있지 않은가. 솔직히 우리 자신은 진짜 새발의 피만큼 작은 배려인데도 귀찮아서 남들에게 베풀지 않을 때가 있지 않은가. 그리고 흔하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처럼 그의 ‘하나’에 불과했던 작은 행동이 그의 ‘열’은 좋을 것이다, 란 생각이 드는 걸 어찌하겠는가. 그리고, 김C의 이런 모습이 비타민C처럼 느껴지는 걸 또 어찌하겠는가 말이다.
<이수연 SBS '진실게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