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추풍낙엽이라는 말을 쓰는 모양이다. 20일 방송분으로 71회를 넘긴 MBC 월화사극 '이산'의 매서운 가을바람에, KBS SBS 드라마들이 힘없는 낙엽이 됐다. 뭘 해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21일 시청률조사 전문회사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이산' 20일 시청률은 30.3%. 지난 5일 제66회 30% 이후 내리 6번째 30% 돌파다. 이에 비해 같은 시간대 방송된 KBS '강적들'은 7.8%, SBS '사랑해'는 5.6%에 그쳤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산'이 처음부터 이처럼 강했던 건 아니다. 지난해 9월17일 '이산' 첫회 시청률은 14%. 앞서 8월27일 첫회를 방송했던 SBS '왕과 나'는 첫회 14.4%, '이산' 첫회가 방송된 날 25.6%라는 놀라운 수치를 보였다. '이산'과는 무려 11.6%포인트 차. 이때만 해도 '왕과 나'의 30% 돌파는 시간문제로만 보였다.
그러나 '이병훈 왕국'의 저력은 역시나였다. 10월8일 제7회에서 처음으로 20%를 돌파(20.4%)하더니, 10월23일 제12회에선 처음으로 '왕과 나'를 제쳤다. 24.6% 대 24.1%. 이후 5회 정도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11월12일 제17회부터는 '왕과 나'를 확실히 제치고 월화드라마 시청률 독주에 나섰다. '주몽'의 재판이었다. 결국 '왕과 나'는 지난 4월1일 제63회 19.7%로 막을 내릴 때까지 단 한 번도 '이산'을 역전시키지 못했다.
이처럼 '이산'과 '왕과 나'가 기세 싸움을 펼칠 때 KBS는 더 큰 부진을 면치 못했다. 10월8일 첫방송했던 이민기 예지원 주연의 '얼렁뚱땅 흥신소'가 두 사극 열풍에 밀려 얼굴을 들지 못했던 것. 특히 '흥신소' 마지막회(11월27일)는 3.4%에 불과했다. 권상우 이요원 김성수를 내세워 야심차게 월화드라마 시청률 사냥에 나선 '못된 사랑' 역시 참패했다. 12월3일 첫회 7.7%, 올해 2월12일 마지막회 6.8%.
이어진 오지호 허이재 주연의 '싱글파파는 열애중' 역시 첫회 5.1%(2월18일), 마지막회(4월8일) 4.4%에 그쳤다. 이후 방송중인 채림 이종혁 주연의 '강적들'은 첫회(4월14일) 7.1%로 출발, 지금껏 단 한 차례도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SBS 역시 '왕과 나' 후속으로 안재욱 카드 '사랑해'를 내세웠지만, 첫회(4월7일) 7.1% 이후 갈수록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다.
한편 '이산'은 지난해 12월9일 32.9%를 기록, 방송 40회만에 30%를 돌파했다. 지금까지 자체 최고 시청률은 2월25일 제46회에서 세운 35.4%. 이제 관심은 76회 최종회를 불과 5회 남긴 '이산'이 이 기록을 넘어설지에 쏠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