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방송화면 캡처 |
역사 속 화빈윤씨가 가늘고 길었다면 의빈성씨는 짧고 굵었다.
MBC 드라마 '이산'의 20일 방송분에서 송연(훗날 의빈성씨, 한지민 분)이 정조(이서진 분)의 아들(문효세자)을 출산한데 비해 화빈윤씨(유연지 분)는 딸을 낳았다.
혜경궁 홍씨(견미리 분)에게 홀대 받던 송연은 왕실의 일원으로 인정받으면서 내명부 정3품 소용(昭容)의 지위를 얻게 된다. 송연은 정조의 사랑은 물론 왕실의 주목까지 받게 된 것.
역사 속에선 어떨까. 송연과 화빈윤씨는 입궐시기부터 드라마와 반대다. '이산'에서는 송연이 먼저 후궁이 되는 것으로 나오지만 정조실록에 따르면 윤씨가 1780년 화빈에 책봉되어 성씨(극중 송연)가 소용의 지위를 얻은 1782년보다 빨리 후궁이 됐다.
성씨가 화빈윤씨 처소에 나인으로 있다가 정조의 '성은'을 입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드라마에서는 같은날 거의 동시에 출산을 하는 것으로 그려지지만 실제 출산의 순서도 화빈윤씨가 빠르다. 실록에는 1781년 1월에 "화빈윤씨가 임신하자 산실청(후궁의 출산을 도와주는 기관)을 설치했다"는 기록이 있다. 성씨가 첫 아이인 문효세자를 낳은 것은 1782년 9월이다.
이후 두 여인의 운명은 엇갈린다. 정조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의빈성씨가 1784년에 낳은 딸이 첫돌을 넘기기 전에 죽고 만다. 문효세자도 1786년 5살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잇따라 자식을 잃은 의빈성씨는 3번째 아이를 임신 중에 돌연 사망했다. 문효세자를 장사 지낸지 채 2달도 되지 않아서다.
이때 정조는 "이제부터 국사를 의탁할 데가 더욱 없게 되었다"고 하며 아픔을 드러냈다.
반면 화빈윤씨는 실록에 이렇다 할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아들을 출산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일찍 생을 마감한 의빈성씨와는 달리 비교적 오래 살았다. 정조가 죽고도 24년이나 지난 1824년 생을 마감했다.
한편 '이산'의 제작진은 "역사적인 사건 순서와 드라마 내용을 정확히 일치시킬 수는 없다"며 "방송분량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압축적으로 남은 얘기를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