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산' ⓒ홍봉진 기자 |
'이산'이 남긴 명대사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16일 77회로 9개월의 대장정을 마치는 MBC 월화 사극 '이산'은 길었던 방송 기간만큼 다양한 대사들이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했다. '이산'은 사극인만큼 진지한 장면이 많았지만 조연들의 재치 있는 대사와 남녀 주인공이 나누는 사극답지 않은 로맨틱한 대사들도 다수 등장했다. 3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자랑하며 월화극의 최강자 자리를 지켜온 '이산', 그들이 남긴 대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산'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매회 명대사가 등장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많은 명대사를 낳았지만 그 중 몇 가지를 꼽아봤다.
낭만 어록
사극의 특성상 로맨스가 전면에 부각되긴 힘들다. 그러나 '이산'은 정조(이서진 분)와 송연(한지민 분)의 애절한 사랑이 큰 축을 이루면서 두 사람 사이에 낭만적인 대화들이 다수 오갔다. 또한 송연을 마음에 두고도 정조에 대한 충정으로 표현하지 못한 호위무사 대수(이종수 분)의 대사까지 '이산'은 시청자들을 설레게 한 다수의 어록을 남겼다.
많은 시청자들은 '이산'의 낭만적인 대사로 41회에서 대수가 송연에게 "저하는 내 목숨을 걸고 지켜야 되는 분이지만 너는 내가 죽어서라도 지켜야 되는 사람이야"라고 고백하는 말을 꼽았다. 정조만을 사랑한 송연이기에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지만 끝까지 송연의 곁에 남아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는 대수의 모습은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가슴을 떨리게 했다.
61회에서 정조가 송연에게 "널 데리러 왔다"고 말한 장면과 62회에서 함께 궁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송연에게 "나는 너를 세손으로 만나지 않았다. 나는 너를 단 한 번도 임금으로 만나지 않았어"라며 "나는 지금 너에게 임금이 아닌 한 남자로서 내 곁에 있어 달라 그리 말하는 것이야"라고 고백하는 장면을 본 시청자들은 "너무 설레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등의 시청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진지 어록
사극은 보통 남자들의 드라마로 생각될 정도로 선 굵은 연기들이 사극의 큰 줄기를 형성하고 무게 있는 대사들이 주를 이룬다. 때문에 남성들 간의 의리를 표현한 진지한 대사들 역시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다수 남아있다.
영조(이순재 분)가 손자인 정조에게 성군이 되기를 바라면서 전해준 대사들은 많은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지난 2월12일 방송에서 영조는 "산아, 성군이 되라던 니 아비의 마지막 원을 잊지 말거라. 그것이 또한 이 못난 할애비의 마지막 원이 될 것이야"라며 정조에게 사도세자의 마지막 말을 되새겼다. 이어 영조는 "잊지말거라. 떠오르는 해는 작은 틈새를 남기지 않고 비추고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며 "너른 이 땅 얕은 웅덩이만 비추고 채워선 아니된다. 척박하고 그늘진 땅에서 목말라 허덕이는 가난하고 연약한 니 백성을 잊지 말거라. 그 작은 틈새도 그 깊은 웅덩이도 비추고 채워주는 부디 그런 어진 임금이 되어다오"라는 대사를 남기며 정조에게 성군이 되기를 부탁했다.
정조가 세손이던 시절 힘든 길을 가는 정조를 보며 마음아파 하던 효의왕후(박은혜 분)가 말한 대사는 짧았지만 정조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있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12회 방송분에서 살아남아달라고 부탁하는 혜빈(견미리 분)과 그리 하겠다는 정조의 대화를 밖에서 듣던 효의는 "힘든 길 가실 분께 내 눈물까지 보탤 수 없네"라며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군신의 관계를 넘어서 뜨거운 우정을 나눴던 정조와 홍국영의 말들도 시청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42회에서 역적으로 몰려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정조는 홍국영에게 "후회가 되지 않던가"하고 물었고 홍국영은 "한숨도 이루지 못한 것은 사실이옵니다"라면서 "후회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이만하면 남자답게 죽는구나, 이런 생각에 마음이 달떴기 때문이옵니다"라고 충정을 표현했다. 이어 홍국영은 "죽음이 목전에 이르러서야 저하의 곁에서 저하를 보위한 것으로 이미 마음에 정한 뜻과 꿈을 모두 이룬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라며 "저하께선 소신이 장부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고 대답했다. 이에 정조는 "내 자네한테 고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으며 "내가 이날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모두 자네 덕이네"라며 신하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홍국영에 대한 마음을 표현했다.
재치 어록
진지한 사극 속에도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재치 있는 대사는 많다. 특히 '이산'은 방송 초기 홍국영(한상진 분)의 대사가 어록을 만들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홍국영은 진지한 얼굴로 표정과는 어울리지 않는 대사들을 선보이면서 코믹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15회 방송에서 홍국영이 대수를 무과에 합격시키기 위해 공부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자네 정말 꼴통이로구만. 자네 급제시키는 게 출사보다 더 어렵겠네. 그래도 내가 오기가 생기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테니 책을 펴게”라고 말한 장면이나 무과 시험을 앞두고 공부가 잘 안돼 괴로워하는 대수에게 "아둔하기가 돼지 같다더니 자네가 딱 그 짝이로구만"이라고 말한 대사들은 시청자들을 폭소케 했다. 또한 시험 걱정을 하는 대수에게 "걱정이 반찬이면 상다리가 부러지겠구만"이라고 말한 장면도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5월26일 방송에서 송연과의 사이에서 문효세자를 얻은 뒤 문효세자의 성장을 지켜보며 흐뭇해하는 정조의 모습은 뭇 아버지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했다. 문효세자가 쓴 글씨를 보며 "저것 좀 보십시오 대감. 저 나이에 어찌 저런 거침없는 필세가 나온단 말입니까", "저 아이의 총명함이 이미 나를 뛰어넘는 듯합니다. 내 저것을 가져가 규장각 검서관들한테도 자랑을 해야겠습니다" 등 자식의 성장을 기뻐하는 정조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눈물 어록
'이산'의 시청자 게시판을 잘 살펴보면 "사극을 보고 울어보긴 처음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울면서 봤다" 등의 시청 소감을 심심찮게 살펴볼 수 있다. 시청자들은 '이산'의 장면 장면에서 감동을 느끼기도 하고 슬픔을 느끼기도 하면서 등장인물들의 대사 하나하나에 눈물과 웃음을 보였다. 시청자들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등장인물들의 대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죽음을 앞두고 궁궐을 떠난 영조가 정조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서찰은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2월18일 방송된 '이산'에서 영조는 정조에게 "이것이 네게 전하는 마지막 서찰이 될지도 모르겠구나"라며 "내 아무런 말도 없이 궐을 나간 것은 예전부터 궐은 내가 죽을 곳이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낮이 있으면 밤이 있듯 사람이 죽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법. 임금 된 자로서 백성의 곁에서 죽음을 맞고 싶었다"는 글을 남겼다. 글의 말미에는 "나로 인해 아파하지도 말거라. 나로 인해 슬퍼하지도, 애통해하지도 말거라"라고 당부를 남겼지만 오히려 그 당부가 더욱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난 2일 방송된 74회에서는 병으로 사경을 헤매는 송연을 붙잡으려는 정조의 모습이 방송되면서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첫사랑이자 자신의 유일한 사랑이었던 송연을 떠나보낼 수 없었던 정조의 애절한 고백은 시청자들을 마음 아프게 했다. 정조는 "내 어린 시절 네 손에 술띠를 묶어주었을 때 내 마음도 함께 묶었었다는 걸 알고있느냐"며 "그러니 가져가거라, 내 맘. 네가 가져가거라"고 말해 자신의 연인은 송연 밖에 없음을 눈물로 고백했다. 이에 송연도 "울지마세요, 전하. 아파하지 마세요, 전하"라고 마지막까지 정조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을 울렸다.
또한 75회에서 정조는 송연이 죽고난 뒤 자신이 그토록 바랐던 사업 중 하나인 수원 화성을 완성한 후에 "너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며 "나와 함께 가자 송연아"라고 말하며 죽은 이를 그리워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