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예능외길' 강호동, 그가 있어 든든하다

김관명 기자 / 입력 : 2008.06.1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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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다=어떤 것에 대한 믿음으로 마음이 허전하거나 두렵지 않고 굳세게 되다'

글쎄, 방송 영화 가요계에서 이런 '든든한' 이가 누가 있을까. 영화에서는 '국민배우' 안성기나 '연기귀신' 황정민 설경구 송강호 정도? 가요에서는 '가왕' 조용필이나 패티김 인순이, TV 연기쪽에서는 이순재 신구 김희애 배종옥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지난 15일 KBS '1박2일-백령도'편을 본 시청자들은 또 한 사람을 추가해야 했다. 바로 '1박2일'팀의 맏형 강호동이다.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그렇게나 금기시했던 '샅바'를 다시 질끈 동여맨 것이다. 그리고 예의 목례로 씨름을 시작한 옛 천하장사의 살 떨리는 호흡에, 가슴 든든했던 이들은 비단 '1박2일'팀만이 아니었을 게다.

그가 이날 17년만에 다시 샅바를 맨 사연은 이랬다. 이승기 은지원 MC몽과 해병대 9중대 3명이 한 팀을 먹고, 10중대 6명과 '서바이벌' 씨름판을 벌였다. 벌칙은 빨래하기, 간식제공 등등. 예상대로(?) 내리지고 만 우리의 '1박2일+해병대' 연합팀. 심판을 보던 강호동이 바로 그때 나선 것이다. "제가 10중대 6명과 씨름을 벌여 내리 이기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호들갑스런 TV자막만큼은 아니더라도, 강호동은 이때 듬직하고 든든했으며 위대하고 커보였다. 다음주에 알게 될 그 승패? 상관없다.


강호동이 누구인가. 지난 1988년 신경전 끝에 '대선배' 이만기를 물리치고 천하장사가 된 19세 더벅머리 청년. 주저앉은 대선배에게 내민 손, 싸늘히 거절당했을 정도로 '거칠고 승부욕 강했던' 천하장사 5번 제패의 주인공이 바로 강호동 아닌가. 그리고 92년 어느날 갑자기 씨름판에서 은퇴, '소나기' 'X맨' 등 숱한 프로그램을 거쳐 지금의 '무릎팍도사'와 '1박2일'을 이끄는 대한민국 MC 지존 중 한 명 아닌가.

하지만 그는 이 긴 '17년' 동안 단 한 번도 씨름을, 천하장사라는 타이틀을, 자신의 '출세'와 '입지'를 위해 활용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천하장사' '씨름' '샅바'는 그의 대표 금기어였다. SBS 'X맨'이 한창 잘 나가던 때에도, 출연자들의 아우성 같은 "한 판 시범" 요청에도 손사래를 쳤던 이가 바로 강호동이었다. 한마디로 '천하장사 출신'이라는 딱지를 떼기 위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17년이었다.

강호동이 이날 든든했던 것은, 따라서 두 가지 때문이다. 팀의 패배로 의기소침해진 동생들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그 든든한 '맏형' 이미지의 대폭발이다. '형이 우리를 위해서 그 하기 싫은 일도 하겠다니..!' '1박2일'팀과 시청자들은 샅바를 다시 맨 강호동에게서 바로 그런 맏형의 든든함을 맛본 것이다.

사실 강호동은 유독 '형님' 이미지가 강한 MC다. '무릎팍도사'의 경우 노사연을 번쩍 들어올리는 괴력과 큰 성량, 높은 톤, 과장된 액션으로 '맏형'이면 응당 갖고 있어야 할 '힘'을 과시해왔다. '1박2일'에서는 그러면서도 동생들 장난과 꼼수를 알면서도 받아주는 '아량'까지. 해서 '1박2일'에는 유난히 "한시름 던 동생들" "호동이형" 이런 자막이 자주 올라온다. '놀러와'의 유재석이 박수와 웃음, 박장대소, 호응,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로 '동료-친구' 이미지를 쌓아온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또 하나는 옛 '천하장사' 이미지의 귀환이다. 순발력, 애드리브, 성대모사 이런 재주가 없어도 그에게는 '일가를 이미 이룬 한 분야'가 있었다는 것. 17년 예능인 이미지가 워낙 강해, 몸무게를 그간 20㎏이나 빼 그저 잊어먹었을 뿐이지, 예전 그가 모래판에서 보여준 밀어붙이기 뚝심과 포효는 여전했다.

해서 낯설고 건장한 해병대원들 속에서도 이 왕년의 천하장사는 우리의 '1박2일'팀을 구원해주리라는 것. 이런 그이기에 앞으로도 다른 사람 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며' 예능판을 떠나도, 굳건히 남아 시청자 곁에 있으리라는 것. 시청자들은 이날 강호동에게서 옛 천하장사와 맏형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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