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어티와 가수의 상부상조 결합을 보여주는 대표 프로그램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2일'. |
2008년 상반기, 사람들은 연예계의 '위기'를 입 모아 말한다. 지난 6개월간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추격자', 지난 주 개봉한 '강철중:공공의 적1-1' 단 세편. 가요계의 불황은 어김없이 이어졌고, TV 드라마조차 이렇다 할 화제작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대한민국 연예계가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바로 '상부상조'다. 활동 분야나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서로 힘을 보태가며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출연자와 안팎으로 힘을 보태가는 연예 프로그램, 잇단 피처링과 카메오 러시, 스타들의 출연료 조정이 이어진다. 이른바 '환난상휼'.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위기 해법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있다.
톱스타 카메오의 힘!
톱스타는 이름값만으로도 출연작을 한번쯤 더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3사 미니시리즈들이 침체기나 다름없는 힘든 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우정 때문에 각별한 인연 때문에 드라마에 얼굴을 내민 톱스타 카메오들은 출연만으로도 뜨거운 관심을 모으며 드라마에 힘을 보탠다.
'카메오 플레이'에 가장 능했던 상반기 드라마는 뭐니뭐니 해도 SBS '온에어'. 분야를 막론하고 '온에어'에 집결한 카메오가 총 27명에 달했다. 이효리, FT 아일랜드, 서경석, 윤현진, 김기수, 전도연, 윤기원, 이천희, 전혜빈, 박시연, 김민준, 엄지원, 강혜정, 이서진, 송창의, 정찬우, 신동욱, 이동규, 김제동, 김정은, 민서현, 윤세아, 김성민, 하인스 워드 등 나열만도 벅찰 지경이다.
MBC 수목극 '스포트라이트'는 최일구 전 앵커와 정혜영, SS501이 카메오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6일 시작한 KBS 2TV 월화드라마 '최강칠우'에는 KBS 1TV '미우나 고우나'의 김지석, 평소 주인공 에릭과 닮았다는 평가를 들었던 오만석이 각각 카메오로 나와 재미를 더했다.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멤버들이 단체로 MBC '이산' 단역 출연 체험에 나선 바 있다.
카메오 상부상조가 드라마에만 있을 리 없다. 곽재용 감독의 '무림여대생'에는 '엽기적인 그녀'로 인연을 맺은 차태현이 깜짝 등장한다. 개봉 첫 주에 100만 관객을 훌쩍 뛰어넘은 강우석 감독의 '강철중:공공의 적1-1'에는 '공공의 적'의 잊을 수 없는 조연 이문식과 유해진이 옛 모습 그대로 카메오 출연해 시리즈의 맛을 더했다.
톱스타 카메오 군단의 지원사격의 덕을 톡톡히 본 SBS 드라마 '온에어'. |
피처링, 가요계 불황 돌파구
언제부턴가 피처링은 음반의 감초를 넘어섰다. 참여에 중점을 뒀던 시절은 이미 오래 전 지나 피처링이 음반과 노래의 인기를 결정짓는 핵심 포인트가 되어가는 형편이다.
특히 오랜 가요계 불황과 버라이어티 고정 멤버를 꿰찬 선배들의 저력에 밀린 신인들에게는 피처링이야말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신인 힙합듀오 마이티마우스는 여성 보컬들의 피처링 지원을 톡톡히 받은 대표적 예다. 윤은혜가 참여한 '사랑해'에 이어 원더걸스의 선예가 정규 1집 타이틀곡 '에너지'에 참여하면서 2연타석 홈런을 기대하고 있다. 신인가수 문지은의 '여우비'에는 은지원이 랩 피처링에 나섰다. 그룹 에이트를 위해선 소녀시대의 제시카가 나섰다. 신인가수 메이다니는 거꾸로 조PD의 타이틀곡 '끌려'에 피처링을 해 눈길을 모았다.
톱가수라고 예외는 아니다. 김동률의 '아이처럼'에는 '우리 결혼했어요'로 인기몰이중인 클래지콰이의 알렉스가 가세했다. 에픽하이의 'one'에는 러브홀릭의 보컬 출신인 지선의 목소리가 들린다.
'써커스'로 대박을 친 MC몽의 4집 앨범에는 박정현, 양파, 빅마마 등 호화 멤버들이 참여했다. 이같은 경우엔 평소의 친분이 피처링 참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서인영이 '우리 결혼했어요'의 개미 서방 크라운제이의 곡에 목소리를 덧입힌 '투 머치'가 인기몰이를 한 바 있고, 거미의 새 앨범에는 같은 소속사 식구인 빅뱅의 탑이 참여해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또다른 버라이어티와 가수 출연자의 성공사례이자 히트곡 메이커 노릇을 하고 있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 |
인기 예능 있는 곳에 히트곡 있다
불황으로 설 자리가 좁아진 가수들은 예능 프로그램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개그맨 출신 MC들이 주를 이루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수들의 활약은 새로운 활력소다. 화제 속에 방송중인 인기 프로그램의 경우 가수 멤버가 절반에 육박한다.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2일'은 강호동 이수근을 제외한 전 멤버가 가수 출신. MC몽, 은지원, 김C, 이승기 등 실력을 겸비한 가수들이 함께한 덕분에 '1박2일'은 움직이는 행사군단이 됐다. 대학 축제 공연 같은 깜짝쇼가 가능하다는 건 라이벌인 MBC '무한도전'과의 대표적인 차별점이다.
화제를 모으고 있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1부 '우리 결혼했어요' 역시 가수들의 천국이다. 앤디와 솔비, 크라운제이와 서인영, 황보와 김현중, 알렉스 등 다섯 커플 10명 가운데 무려 7명이 가수 출신. 이들의 솔직한 입담과 실제 결혼생활 및 연애 스토리를 방불케 하는 다정한 행동은 '우리 결혼했어요'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이다.
'1박2일'과 '우리 결혼했어요'는 히트곡의 산실로도 제 몫을 한다. '1박2일'의 경우 출연자 MC몽의 새 앨범 타이틀곡 '써커스'의 빅히트에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프로그램으로 평가된다. 뮤직비디오 지원 사격은 물론 프로그램 배경 음악으로 노래를 선보이기도 한다. 함께 출연하는 이승기 등에 대해서도 애정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는 알렉스가 부른 '화분'이 인기가 급상승하고 크라운제이가 서인영을 위해 부른 '투머치'가 바로 히트곡 반열에 오른 바 있다. 가수와 예능 프로그램의 상부상조가 워낙 긴밀하게 이뤄지다 보니 버라이어티에 출연하지 못한 다른 가수들 사이에서는 "예능 프로그램 안 나가면 노래도 안 뜬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가 됐다.
'몸값' 자진삭감.. 고통분담 나섰다
영화와 드라마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서 스타들이 먼저 팔을 걷어 부친 사례도 있다. 비싼 몸값을 자진해 삭감하는 스타들이 속속 등장하는 건 특히 눈여겨 볼 일이다.
'칸의 여왕' 전도연은 저예산 영화 '멋진 하루'를 차기작으로 선택하면서 톱스타 몸값 낮추기의 선두에 섰다. '허밍'의 한지혜, '아들'의 차승원은 물론 300만 관객을 돌파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김정은 문소리도 같은 대열. '열한번째 엄마'에 이어 화제작 '모던보이'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김혜수 역시 고통분담에 동참하며 톱스타의 진정한 면모를 과시했다. '고死-피의 중간고사'에 캐스팅된 이범수 역시 개런티를 대폭 삭감해 최근 화제가 된 바 있다.
몸값 낮추기 열풍은 드라마와 영화를 가리지 않는다. '줌마렐라' 열풍을 선도한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정준호, '밤이면 밤마다'의 이동건 등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한류 열풍을 이을 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MBC '에덴의 동쪽' 배우들이 몸값 낮추기에 동참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송승헌, 연정훈, 이다해, 한지혜, 이연희, 박해진 등 드라마의 주역들은 게런티를 대폭 삭감해 드라마의 부담을 덜어줬다.
드라마 관계자는 "주연급 배우들이 대거 합류한 만큼 이들이 평상시 받는 게런티를 모두 받을 경우 부담이 엄청나다"며 "작품을 잘 만들어 보자는 뜻에서 모든 배우들이 출연료를 줄이는 데 참여했다. 폭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20% 이상은 출연료 삭감을 감수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