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로2008에서 러시아 대표팀을 지휘하며 쉽게 예상치 못했던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비록 27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러시아-스페인 유로2008 4강전에서 0대3으로 완패하며 결승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히딩크는 러시아 국민들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로써 지난 1998 프랑스월드컵 4강 달성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무려 10년 동안이나 이어가고 있다.
6년 전인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우리 국민들 역시 히딩크의 마법과 리더십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카리스마, 창의성, 혁신능력 등 히딩크의 리더십은 여전히 변함없지만 2002년에 비해 달라진 것이 한가지 있다. 바로 그의 리더십이 장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위기상황을 돌파하는 그의 새로운 리더십 중 하나로 이른바 '언론 리더십'을 꼽을 수 있다. 축구는 단지 경기력만 좋다고 해서 상대를 이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언론의 집중이 과도한 현대축구에서 언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누구보다 리더십이 절실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에게 히딩크의 새로운 리더십은 어떤 시사점이 있을까.
◇'장수 리더십'…10년 전성기 유지비결은 동기부여·자기도전
'거스 히딩크, 열정으로 승부하라'(샘터사 2002)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윤태익 인경영연구소장은 "동기부여의 달인인 히딩크는 상황에 따라 선수들의 강점을 살려줄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며 "각기 다른 특기를 살려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그만의 리더십이 10년 장수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히딩크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동기부여를 잊지 않는다. 그는 늘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끊임없이 도전한다. 2002년 한국, 2006년 호주, 2008년 러시아 등 비교적 약하다고 볼 수 있는 팀들을 맡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결과를 내놓았다.
재능과 실력이 있는 사람의 경우 한두번쯤 성공을 이룰 수도 있다. 그러나 10년 내내 성공가도를 달린다는 것은 놀라운 일. 이는 바로 '지속적 성공'이다. 히딩크는 지속적인 동기부여와 도전을 통해 지속적 성공을 이뤘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을 맡은 인연으로 히딩크는 여전히 한국사랑을 잊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제1호 히딩크 드림필드' 행사에 참여한 모습 |
단명하는 CEO가 적지 않은 우리 기업환경에서 10년 장수의 히딩크 리더십은 큰 시사점을 준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은 "정상의 위치에 있는 CEO는 항상 쫓기기 마련이고 경계해야 할 것도 많지만 문제는 외환이 아니라 내우"라며 "내우는 지치는 것, 재미 없는 것 등인데 이는 아무도 도와줄 수 없고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 소장은 "그런 면에서 장수를 꿈꾸는 CEO들은 늘 새롭고 흥미로운 동기를 자신과 다른 구성원들에게 부여하고 활력있게 도전하는 히딩크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언론 리더십'…언론 활용해 조직 분위기 반전
히딩크는 언론플레이의 달인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하는 발언은 다름아닌 자신의 선수들에게 하는 이야기다.
유로 2008 본선 조별리그 첫경기에서 스페인에 1대4로 대패하며 선수들이 몹시 당황했던 당시 히딩크는 "이제 장기간 업무수행의 출발일 뿐이고 선수들이 현대 축구를 잘 몰랐다"며 솔직한 화법으로 선수들을 진정시켰다. 순식간에 팀 분위기는 반전됐다.
두번째 경기인 그리스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난 뒤에는 "이제 좀 발전했다"며 "(다음경기 상대인) 스웨덴 선수들은 경험이 많다"고 겸손 전략을 내세웠다. 선수들이 긴장을 풀지 않도록 한 것.
때때로 그를 위협하는 언론의 비난여론 조성에는 소신과 카리스마, 유머와 배려를 적절히 써가며 결국 자신의 편으로 돌리고 만다.
이동현 카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내부적으로 선수들과의 소통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기업으로 말하면 외부 이해관계자들과도 소통을 잘한다"며 "히딩크는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잘 정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히딩크의 세련된 비유화법을 통해 그가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감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CEO들뿐만 아니라 현재 대통령도 염두에 둘만한 리더십"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2년 '히딩크 리더십의 교훈'이란 보고서를 펴낸 강한수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기업에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CEO의 위기상황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며 "히딩크는 기본적으로 솔직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에 나서지만 누구에게 영향을 미치고 어떤 이야기를 부각할 것인가는 이미 충분히 계산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