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해설자로 나서는 임오경(사진제공=MBC) |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실화를 옮긴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올해 초 큰 사랑을 받았다. 세계 최강 덴마크에 맞서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친 선수들의 모습이 국민의 가슴을 움직인 덕이다.
당시 대표팀이 발휘한 투혼의 한 가운데에는 주장 임오경(37)이 있었다. 영화 속 김정은의 실제 모델로도 주목을 받은 그를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볼 수 있다. 이번엔 선수가 아닌 해설자다. MBC를 통해 중계되는 핸드볼 경기 해설을 맡았다.
그는 이미 지난 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예선 여자핸드볼 재경기를 통해 같은 방송사의 해설자로 데뷔했다. 본선 티켓을 따내기 위해 코트에 몸을 던지는 후배 선수들에게 격려와 질책을 동시에 보내며 현장의 감동을 중계했다.
'우생순'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지만 그는 12년 동안 3번의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딴 한국 스포츠계의 간판스타다. 1995년에는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최우수 선수로 꼽히며 월드스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지도자로 변신한 후에도 명성은 계속됐다. 그가 일본에서 선수 겸 감독으로 활약하던 히로시마 메이플레즈 팀은 8년 연속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일본에서는 이미 성공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한 만큼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었지만 핸드볼과 후배들에 대한 사랑이 그를 고국으로 불러들였다. 최근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서울시청 실업여자핸드볼팀 감독을 맡으며 제 2의 핸드볼 인생을 시작했다. 대학졸업후 일본으로 건너간 지14년만의 귀국이다.
서울시청 핸드볼팀의 선수는 총 8명. 경기장에 7명이 나선다는 것을 부족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임오경 감독은 핸드볼협회에 선수 등록을 할 때 자신의 이름도 포함시켰다. 지도자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차하면 경기에도 나설 태세다.
여전히 후배들과 땀을 흘리고 있는 임오경이 이번 올림픽에서 '우생순'과 같은 감동을 국민에게 전해줄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