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거스트 러쉬'에 카메오 출연한 구혜선(위)과 타블로 |
↑ '개죽이'의 할리우드 '진출' 장면 |
개가 아닌 국내 배우들의 미국시장 진출도 마찬가지다. 성공적 할리우드 안착을 위해선 냉정한 평가가 우선이다.
◇할리우드산?...제작·감독에 한국이 참여
먼저 형식이 '순수' 할리우드가 아닌 '국제 합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치 할리우드가 나서서 자기 돈·인력을 모두 투입한 것처럼 여기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 '런드리 워리어'의 장동건 |
↑ '댄스 오브 더 드래곤'의 장혁 |
↑ '블러드:더 라스트 뱀파이어'의 전지현 |
전지현이 뱀파이어에 맞서는 소녀 전사로 출연하는 '블러드:더 라스트 뱀파이어'는 사실상 할리우드'의' 영화가 아니라 할리우드를 '위한' 영화다. 대사는 영어지만 시나리오는 일본, 투자와 제작에는 프랑스, 홍콩이 뛰어들었다. 중국인 우인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다만 배급은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저예산 독립영화...숨은 그림찾기도
영화의 제작규모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은 아니다. 합작영화들의 제작비 규모는 2000만~4000만 달러 선으로 1억 달러를 넘어가는 할리우드 대작들에는 못 미친다.
나아가 한국인 감독이 연출한 미국 저예산 독립영화에 출연한 것이 '할리우드 진출'로 과대포장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미국에서 독립영화는 한 해에만 2500여편이 쏟아져 나온다.
송혜교가 출연한 손수범 감독의 '페티쉬', 하정우가 나온 김진아 감독의 '두번째 사랑', 강혜정이 캐스팅돼 관심을 끈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틴 유 감독의 '웨딩 팰리스' 모두 독립영화다.
심지어 영화 어디에 출연했는지 찾기조차 힘든 경우도 있다.
지난해 구혜선과 타블로는 CJ엔터테인먼트가 할리우드와 공동 제작한 '어거스트 러쉬'에 출연(?)했다가 망신만 당했다. 아무리 카메오 출연이라지만 잠깐 스쳐 지나가듯 화면에 잡혀 알아보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할리우드 진출'이란 식으로 홍보가 흘러나가 더욱 빈축을 샀다. 일부 관객들은 화면을 정지시켜야 찾아볼 수 있다며 "캡처 진출"이라고 비꼬았다.
↑ '스피드 레이서'에 출연한 비 |
↑ 'G.I. 조'에 출연하는 이병헌 |
비와 이병헌처럼 본격적인 할리우드 진출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비는 올해 5월 전세계 동시 개봉한 블록버스터 '스피드레이서'에서 조연급으로 나왔다. 흥행 참패에도 불구하고 잇따라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가 제작하는 '닌자 어새신'에 캐스팅되면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병헌도 2009년 개봉될 메이저 제작사 파라마운트 픽처스의 'G.I. 조'에 주연급으로 출연한다. '두번째 사랑'으로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하정우는 올해 '추격자'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았고 현장에서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이 만남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처럼 꾸준하고 다양한 할리우드 진출 시도는 의미있다. 사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고 처음부터 본격 할리우드 대작에 주연으로 나와 '대박'을 터트리기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과잉 홍보에 부화뇌동하는 태도는 오히려 위험하다. 그보다 현실을 정확히 따져보고 내실을 다져가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령 연기에 기본인 영어가 안되면 배역의 범위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 진출에 나선 국내 스타들 상당수가 '액션' 중심의 역할을 맡은 점은 눈 여겨 볼만 하다.
'괴물'과 '밀양' 등으로 주가를 올리며 해외의 러브콜을 받아온 배우 송강호는 "로버트 드 니로가 한국어를 배워 '밀양'의 종찬 역을 한다면 잘 할 수 있겠느냐"며 "반대로 내가 해도 마찬가지다"고 해외진출을 하지 않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