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KBS사장 "절차와 틀 만든후 사장 해임시켜라"(일문일답)

최문정 기자 / 입력 : 2008.08.0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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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KBS 사장 ⓒ이명근 기자


정연주 KBS 사장이 감사원의 사장 해임 요구를 거부하며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조목조목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연주 KBS 사장은 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제1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8월 5일은 감사원 치욕의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감사원을 강하게 비난했다. 다음은 정연주 사장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갑자기 기자회견에 나서게 된 이유는?

▶그동안 굳이 말을 아껴온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설마 이렇게 무리한 일이 일어날까라고 생각하며 우리 사회의 상식을 믿었다. 내 입장은 지난해 말에 우리들 확대 간부회의서 분명히 자리를 지키겠다고 얘기했고 그 입장에 변화가 없어 설명을 안했다. 그런데 잘 아는 것처럼 나를 에워싼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시점이 되어서 내가 생각하는 바, 특히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지키는 가치를 위해서는 사장의 임기 보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점에 대해 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돼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

-8일 열리는 임시이사회에 해임안이 상정될 것이다. 만약 이사회에서 안건이 처리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읽어드린 글에서도 밝혔지만 KBS이사회는 사외이사 11분으로 구성돼있다. 우리 회사의 독립적인 최고의결기구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이사회가 KBS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보기에 그것을 흔드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사회에서 어떤 조치가 있을 경우엔 변호인단이 이 문제에 대해 법적인 절차를 밟게 된다.

-그동안 사퇴압박이 많았을 것이다.

▶나의 사퇴 압박은 공적으로 왔다. 사장 퇴출 0순위라고 했다. 특히 한나라당에서 얘기가 많이 나왔다. 간접적으로는 방송통신위원장이 전 이사장을 만나고 한 이야기나 신임 유재천 이사장이 매우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부드럽게 명예로운 퇴진이 어떻겠냐고 얘기를 했었다. 그 밖에 사석에서 많은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민주적인 절차를 존중하자, 그러려면 민주적인 절차와 제도에 의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공영방송 사장의 변화가 와야지 무리하게 간다면 민주적 제도와 절차를 무시하는 게 아니냐고 분명히 밝혀왔다. 이런저런 방식으로 구체적으로 압박이 오는 것은 없었다. 거의 다 공개적으로 왔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서 온 것을 전해 듣기도 했다.

-노조와의 의견 차이는?

▶노조에도 분명히 얘기했다. 생각의 차이라고 보는데, 나는 여전히 KBS의 독립성 유지를 위해서라도 KBS 사장의 임기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지켜야할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냐에 대해 노조와 의견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난 사실 평생 그렇게 살아왔다. 제일 좋아하는 성경 구절처럼 그날그날 최선을 다하고 다음날 일어나며 그날에 최선을 다해야지 미리 후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생각하고 걱정하지 않는다.

-원래대로라면 베이징에 있어야 했다.

▶좀 유감스럽다. 공식적인 행사도 행사지만 베이징에 우리 KBS제작진 160명이 가있다. 그리고 내가 제작진에게 떠나기 전에 당부한 얘기가 있다. 요즘 특히 나라 안 사정이 어수선해 국민들 마음이 편치 못한데 그래도 가까운 나라에서 스포츠 축제가 열리니 거기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좋은 소식을 전해 국민적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늘 저녁에 자리를 함께했을 것이다. 아주 먼 나라에서 일어난다면 모를까 적어도 KBS책임자로서 고생하는 후배들을 격려하고 싶었다. 또 방송협회 회장단 자격으로 몇 개 공식적 행사도 있었다. 또 중국의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의 장관과 만나기로 했었고 그 과정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초청한 자리에 전 세계 20개 언론사 대표 중 하나로 참여하게 됐었다. 그런데 출국금지 조치가 갑자기 내리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하게 돼 고생하는 직원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있고 국제적인 외교 면에서도 결례가 있지 않았나 싶다.

-해임권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

▶좌가 됐건 우가 됐건 우리사회가 좀 성숙하다면 다양성이 확보돼야 하는 게 아닌가, 여러 종류의 목소리들이 다양하게 담아져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재임하면서 제작진에 공영방송은 우리사회의 모든 다양한 견해들과 입장들을 모두 담아내는 용광로가 돼야한다는 말을 많이 해왔다. 다만 편향문제와 관해서는 반문을 하고 싶다. 그렇게 편파 왜곡을 하고 편향됐다면 어떻게 모든 설문조사서 신뢰성 1위가 나올 수 있겠는가. 난 지난 5년 KBS의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사회 이념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단박인터뷰에 조갑제 선생도 출연한 적이 있고 이문열 선생도 언제 한 번 했으면 좋겠다고 아이디어 차원에서 전달한 적도 있다. 나는 어떤 사회의 성숙도를 판가름 짓는 것은 얼마나 다양성이 보장되고 서로 포용하느냐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그동안 노력을 해왔고, 우리사회의 어떤 이념적 입장에 선 사람들에게 우리의 일부 프로그램이 그들의 이념과 맞지 않아 편향적이라는 얘기가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서로 포용하며 공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장 해임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차관이 말을 함부로 하는 것 같다. 당시 한국일보 특파원으로 나와 워싱턴 특파원도 함께 했다. 입장이 어찌해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방송법 제정역사를 보면 왜 통합 방송법에서 KBS사장 임명을 이사회에서 제청하고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이 아닌 임면하는지가 녹아있다고 본다. 면을 시키는 절차를 만들라는 것이 내 주장이다. 국무위원의 경우엔 국무총리가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고 면을 제청하지 않나. KBS 사장도 정치적 독립성이 생명이니만큼 임기를 중간에 그만두게 할 때는 거기에 대한 절차와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만든다면 나는 아무 불만이 없다. 방송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로 바뀌며 신임 방통위원이 선임된 것과 마찬가지로 KBS도 그런 것이 필요하다면 규제의 틀을 바꾸고 절차와 틀을 만들고 사장을 해임시키던 하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어차피 언젠가 법정에서 가려질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공영 방송의 독립성과 관련한 매우 중요한 판결이 되지 않을까. 행여 혹시 해임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온다면 독립성 유지에 중요한 판결이 될 것이며 아니라면 독립성 수호를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본다. 이제는 어떻게든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위해서라도 구체적인 장치 마련이 중요하다고 봤기에 그동안 그러한 주장을 이어왔던 것이다.

-앞으로 이번 일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 보는가?

▶미래 일을 예측할 수는 없으나 나는 우리 KBS 구성원들 방송독립에 대한 치열한 정신과 열정을 믿는다. 90년 방송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역사도 있고 지난 5년간 자율과 자유 속에서 마음가짐이 돼있다고 본다. 그리 쉽게 무너지진 않으리라 본다. 난 후배들을 믿는다. 그렇게 지켜낼 것이다. 그리고 감사원 특별감사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우려하는 것은 KBS, 공영방송의 미래에 심각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들이 감사원 감사에 있다.

인력 운용 등 간섭적인 조치들이 많다. 나는 이를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 인력 조정과 관련해서 우리는 그동안 근로기준법에 보면 일방적 해고 금지와 노사 합의 등에 대해 나와 있다. KBS 인원이 많다고 하는 데 그동안 일하며 느낀 것은 주 5일이 되며 많은 인력이 추가로 필요했으며 엄청나게 많은 뉴미디어가 탄생하며 뉴미디어 쪽에서 더 활발히 영역을 넓히기 위한 인력 수요가 많다. TV 두 채널, 라디오 7개, EBS 송신 등을 다 전국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 국가기관으로서의 기본적인 책무를 위한 인력도 필요하다. 그런데 단순한 숫자 가지고 와서 인력이 넘친다 어쩐다 한다. 방송일은 벽돌 찍는 공장이 아니다. 정신적으로도 얼마나 고충을 겪는지 아시는가. 우리는 정년퇴직을 하고 나가는 숫자만큼 채우는 게 아니라 신규 채용을 줄이며 자연적 감소로 가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인력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 환경도 더 많은 인력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숫자는 줄여왔다. 왜 구조조정을 왜 강하게 안했냐고 얘기한다면 근로조정법을 다시 한 번 읽어보라고 얘기하고 싶고, KBS의 사정을 몰라서라고 본다.

이제는 홀가분하게 얘기를 할 수 있는데, KBS가 방만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물론 더 노력해서 절감하고 인력도 줄여야 할 문제들이 있다고도 본다. 그 점은 우리도 노력해 왔다. 그런데 그런 노력에 대해서는 하나도 평가 안하고 숫자만으로 얘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이번 감사원 특별 감사는 우리들 입장을 충분히 수용하지도 않은 게 아닌가. 그래서 어이없는 숫자들도 왔다. 마지막 답변서를 월요일에 보냈는데 제대로 읽어나 봤는지 궁금하며 절차상 문제가 많다고 본다.

-숫자를 왜곡해서 정치적 목적에 맞춘 결과를 냈다고 하는데 이는 노조에서 먼저 나온 얘기다. 내부에서 나온 얘기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는가?

▶제대로 보도가 안 됐을 뿐이지 여러 차례 자세한 설명서와 보도 자료를 냈었다. 노조 측에서 제기한 1000억 설, 1500설이 있는데, 개념이 두 가지다. 당기순손익을 보는 것과 사업 손익을 보는 것. 개념이 두 가지다. 그러나 가장 많은 순익이 났던 2003년은 왜 빼고 2004년부터 4년만 모아 사업 손익으로 1000억 적자라는 숫자를 두들겨 맞췄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부에서 나온 얘기는 이미 설명을 자세히 했었다. 그 점은 이미 충분히 설명했다고 본다.

-사장이 코드인사의 낙하산 인사라는 평가가 있어 정치적 독립성을 논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얘기가 있다.

▶2003년 KBS 사장으로 올 때 사장 공모가 있었다. 나는 그 때 시민사회단체 추천 몫으로 추천을 받았다. 당시 추천받아 올라온 3명의 인사 중 하나가 나였고 나는 이사회의 협의 결과 5대4로 아슬아슬하게 사장이 됐다. 그리고 나는 KBS서 근무하는 동안 참여정부가 비판이 많았다. 가령 FTA 보도나 NAFTA 관련 프로그램, 공공기관 특별법 관련 프로그램 등으로 당시 참여정부로터 공개적인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어떤 언론관련 단체서 보도한 바로는 KBS의 보도가 비판적인 것이 많았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렇게 5년 되돌아보면, 난 양쪽에서 다 비판을 받았다. 그렇지만 난 비판을 받을 때마다 그래도 KBS가 균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때론 한 쪽의 목소리가 더 커 그 쪽의 의견으로 기울어지는 경우가 있으나 나는 사실 보수와 진보 양측으로부터 모두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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