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이' 한승훈 "예쁘다고요? 저 남자 맞아요"

김지연 기자 / 입력 : 2008.08.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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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이' 한승훈 ⓒ송희진 songhj@


그는 진짜 남자일까? 8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의 인기 코너 '웅이 아버지'에 나타난 한 낯선 개그맨의 등장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보다 더 늘씬한 몸매에 애교 있는 몸짓까지 영락없는 여자의 모습을 한 그가 남자이기 때문이다.

믿을 수 없다며 '여자인데 남자라고 우기는 컨셉트는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신인 개그맨 '오봉이' 한승훈(22)을 만났다.


"저 남자 맞아요."

처음 만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역시나 였다. 그 역시 방송 직후 여자아니냐는 의혹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사실 방송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진짜 여자보다 더 여자 같았다. 한승훈은 여장을 하면 자신이 그렇게 예쁜 여자로 변할지 알았을까.

"여장이요? 시청자들이야 제 여장을 그날 처음 봤지만, 대학로 소극장에서는 매일 하는 일인걸요. 하하하"


알고 보니 한승훈은 개그맨의 꿈을 품고 지난 2005년부터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을 해왔다. 언젠가는 선배 개그맨들처럼 '웃찾사' 무대에 서게 될 날을 꿈꾸며.

"'오봉이'로 '웃찾사' 무대에 선 날을 생각하면 진짜 가슴 벅차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어요. TV로만 보던 무대에 서게 됐잖아요.(웃음) 게다가 방송직후 예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어요. 저에 관한 기사가 수십건 쏟아졌고 제 이름이 실시간 검색순위 1위에 올랐어요. 휴~ 눈 깜짝할 사이에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졌죠."

게다가 이날 이후 그의 이름이 소속사 사무실 스케줄 표에 올랐다. 꼭 3년만의 일이다. 매일하는 소극장 공연도 좋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개그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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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이' 한승훈 ⓒ송희진 songhj@


아직 젊지만 장성한 아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다닐까 의구심을 갖던 부모님도 이제 한시름 놓은 듯 보였다. 물론 하나 뿐인 아들이 여장을 하고 나오자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TV에 나온 게 좋으면서도 자랑은 하고 싶은 않은 묘한 반응을 보였다.

"어머니는 마냥 좋다하시고, 아버지는 제가 여장을 한 탓인지 자랑하기는 꺼리세요. 하하하. 사실 저도 처음부터 여장이 좋았던 건 아니에요. 그래도 극장 공연을 하면서 제가 여장연기를 굉장히 잘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기왕이면 본인이 생각할 때 잘할 수 있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자신 있는 연기로 한 우물을 팠다. 그러자 기회가 찾아왔다. '웃찾사'에서 '웅이 아버지'로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용진, 이진호, 양세찬, 오인택이 그를 웅이 아버지의 혼을 쏙 빼놓을 다방 아가씨 '오봉이'로 참여시킨 것이다. 그리고 첫 공개된 '오봉이'에 대중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웃찾사' PD님이 간만에 캐릭터를 건진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생각에 기뻐요. 물론 이제야 개그맨으로 진짜 시작한 거니 열심히 뛰어야죠."

한승훈은 연신 싱글벙글이다. 어느 신인이 이렇게 환대받으며 개그맨으로서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까. 그는 큰 복을 받았다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개그맨은 고생을 많이 한다고 주변에서 그래요. 그래도 전 고생이란 생각 안 해요. 제가 좋아하는 공연을 하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어요. 묵묵히 개그를 하다보면 '오봉이'처럼 저를 대중들과 만나게 해 줄 캐릭터가 또 나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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