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천 KBS 이사회장(좌)와 'KBS 사원행동' |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측이 14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시청자광장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장 공모절차 저지 투쟁 돌입을 선언했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하 'KBS 사원행동')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 땅의 법과 원칙은 사라졌다"며 "경찰력을 불러들여 공영방송을 철저히 유린한 지난 8.8 폭거가 있은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구현'할 낙하산 사장을 영접하기 위해 일사천리로 내달리는 이사회의 모습은 폭주기관차를 연상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BS 사원행동'은 13일 서울 마포 가든 호텔서 이사회를 연 유재천 이사장을 비롯한 여당계 이사 6명을 '6적'이라 칭하며 "무엇이 그리도 급한가. 무엇이 그대들에게 최소한의 염치와 쥐꼬리만한 명분도 허락하지 않은 채 거듭 무리수를 두게 하는가. 이달 안에 'KBS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청와대의 지시가 그렇게도 두려운가. 발주자의 요구에 맞춰 부실공사를 해서라도 공기를 단축해야 하는 건설사 사장 스타일에 맞추자니 체면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가 없단 말인가"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이어 'KBS 사원행동'은 "이사회는 노동조합이 요구해온 사장추천위원회조차 헌신짝처럼 내던졌다. 그러면서도 '낙하산 영접대'라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일체의 외부의 간여나 간섭을 배제하고 독립적으로' 사장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며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또한 'KBS 사원행동'은 "어제(13일) 오후 KBS 본관에서 열기로 예정했던 이사회를 호텔로 옮겨 날치기 처리한 그들"이라며 "정연주 전 사장 해임과 새로운 사장 선임에 반대하는 이사들을 따돌린 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낙하산 사장을 두 팔 벌려 영접하고자 하는 'KBS 6적'끼리 의사봉을 두드린 자들이다. 그들에게 '외부의 간여와 간섭'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들 자체가 바로 뼛속깊이 정권의 하수인이요 '건설사 CEO형 대통령'의 하청업체요 한나라당의 전위부대인 바에야, 외부의 간섭을 배제한 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말이다"고 밝혔다.
'KBS 사원행동'은 "행동으로서 공영방송을 사수하기를 결의한 우리는 이사회의 모든 행위를 단호히 원천 무효라 규정한다. 그들은 더 이상 공영방송의 이사일 수 없다. 청와대가 내리꽂는 낙하산 사장이 착륙할 자리를 다지고 있는 '영접대'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공영방송의 이사이기를 포기한 이들이 날치기 처리한 사장 공모 절차를 행동으로써 저지할 것이다. 이를 위해 오늘부터 노동조합과 함께 사장 공모를 받는 이사회 사무국에 대한 봉쇄투쟁에 돌입할 것이다"고 이사회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들은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은 최후의 1인까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항할 것이다"라고 밝히고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은 그 어떤 인물도 우리의 사장이 될 수 없다. 공영방송 KBS사장은 저들의 음험한 요구대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구현'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감시하고 평가해야 할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라며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행동뿐이다. 모진 투쟁뿐이다. 각오하라"고 밝혔다.
한편 KBS노조와 'KBS 사원행동' 측은 "이번 이사회는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동일한 목소리를 내며 14일 오전부터 총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이번 투표결과 찬성이 대세를 이룰 경우 KBS 노조 및 사원들은 '낙하산 사장 저지' 등을 목표로 전체 파업에 돌입할 수 있어 파장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사회의 사장후보자 공모 공고가 게시되는 한편 총파업 찬반 투표가 개시된 KBS 내부의 상황은 KBS 이사회와 KBS 노조 및 직원 행동 간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