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섭게 째려보는 일본의 히라노(사진오른쪽)에 "째려보면 어쩔건데"라는 혼잣말로 맞서 이겼던 김경아 |
여자탁구의 김경아(31·대한항공)는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깎신'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연일 선전을 펼치고 있다. 스냅을 많이 줘 공을 넘기는 전형적인 수비형 선수로 상대의 공격을 잘 깎아쳐 받아내면서 이같은 별명을 얻었다.
김경아는 또 경기중 "뭘째려봐"와 같은 혼잣말을 내뱉으며 상대선수와 기싸움을 벌여 팬들 사이에서 '혼잣말의 달인'으로 불리고 있다.
김경아는 지난 17일 일본과의 여자탁구단체 동메달결정전에서 단식 첫번째 주자로 나섰다. 상대는 일본팀의 에이스 히라노 사야카(23). 매섭게 눈을 부릅뜨고 상대선수를 노려보는 것이 히라노의 주특기다. 이날 경기에서도 히라노는 경기 내내 김경아의 눈을 응시하며 기를 제압하려고 애썼다.
히라노에 맞선 김경아의 대응방식은 독특했다. 우선 똑같이 눈을 부릅뜨고 마주봤다. 그리고는 "째려보면 어쩔건데"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당시 김경아의 입모양은 TV중계 화면에 그대로 잡히기도 했다.
결국 히라노는 '주문' 같은 김경아의 혼잣말과 상대선수의 심리를 자극하는 수비탁구에 자멸했다. 예선전에 이어 두번째였다. 김경아의 승리에 힘입어 한국팀은 이 경기에서 승리, 동메달을 따냈다.
김경아는 다음날 한 라디오방송프로그램에 전화출연해 "히라노는 기를 빼앗으려고 하는 눈빛을 보내며 탁구를 치는 스타일"이라며 "그래서 나도 그 기를 빼앗아보겠다는 생각으로 '쳐다보면 어쩔건데'라는 말을 했다"고 털어놨다.
김경아는 또 "국내에서는 수비탁구가 정말 힘들지만 이번 대회로 많은 사람들에게 수비탁구를 알린 것 같아 자부심이 있다"며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김경아는 20일 단식 32강전에서 맞붙은 일본의 후쿠오카 하루나(24)를 상대로도 '혼잣말 기싸움'을 벌이며 끈질긴 승부 끝에 세트스코어 4대2로 승리, 16강에 진출했다.
수비탁구는 상대의 공격을 끈질기게 막아내며 상대의 실수를 유발해 득점을 올려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비탁구 선수에게는 침착함이 가장 중요하다. 김경아의 중얼거림은 상대를 이기기 위한 것이지만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려는 혼잣말이기도 하다.
2004아테네올림픽 단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경아는 이번 대회에서도 '노장투혼'을 발휘해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김경아는 21일 오전 11시 단식 16강전에서 중국 출생의 미국대표팀 선수 왕첸과 맞붙어 8강 진출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