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로 "내 코미디 아직 60%도 안보여줬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08.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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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tjdrbs23@


안방과 스크린에 김수로 열풍이 거세다. SBS '패밀리가 떴다'에 '김계모'라는 별명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이어 9월11일 올 추석 유일한 한국코미디 영화 '울학교 이티'로 웃음폭탄을 준비 중이다.

1년 여 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김수로이기에 그만의 웃음 비기가 궁금하다. 그는 철저한 준비로 거대한 웃음을 선사하고 한동안 쉬겠다고 할 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꼭짓점 댄스 신드롬을 일으켰던 김수로가 준비하고 있는 그만의 프로젝트는 과연 무엇일까. 그는 체육선생이 우여곡절 끝에 영어선생이 된다는 '울학교 이티'처럼 영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게 힌트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기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준비없이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이해가 안된다. 모든 생활이 연관돼 있는 것 같다. 준비없이 해도 잘되면 그래도 되는 줄 알고 생활을 그렇게 해버린다. 그렇기에 더 철저히 하게 되는 것 같다.


-'패밀리가 떴다' 초반에는 그다지 나서지도 않고 튀지도 않았다. 그것도 전략이었나.

▶왜 이리 안나서냐 이런 소리도 들었다. 그렇지만 조바심을 갖고 있지는 않다. 첫 번째 숙제가 패밀리들을 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영화에서처럼 상대를 알아가야 깊은 연기가 나오지 않겠나. 이제는 '패밀리가 떴다' 식구들이 진짜 가족 같다. 내 가장 큰 장점이 급하지 않은 성격이다. 첫 6개월은 분량이 적어도 좋다, 후반 6개월이 좋으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꽃이 피었다.

-'패밀리가 떴다' 외에는 예능 프로그램 나들이는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데.

▶한 프로그램 나갈 때 보통 3개월 정도 준비한다. 그런데 요즘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할 이야기가 없다.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 '무릎팍도사'가 결정판이었다. 할 이야기는 다했다.

-사실 영화에서 얻은 코믹 이미지보다 방송에서 얻은 코믹 이미지가 더 크다. 그 때문에 예능 출연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예능 이미지로 얻은 코믹 이미지, 나쁠 것 없다. 오히려 이게 내 인생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극에 대한 꿈은 있다. 학창 시절에는 그야말로 '숀펜'이었으니깐.(웃음) 그 때는 만날 연기란 뭐냐 삶이란 뭐지, 이러면서 지냈다. 하지만 아직 짐 캐리도 되지 못했는데 로버트 드 니로에 도전할 수는 없지 않나.

-코믹 연기에 아직 목마르다는 소리인가.

▶센 코미디를 더하고 싶다. 아직 내 코미디를 60%도 안 보여줬다. 웃음을 주기 위해 배우가 된 것은 아니지만 아직 웃음으로 보여줄 게 더 많다.

-그렇다면 '울학교 이티'에 지금까지 김수로와 어떻게 차별된 코미디를 보여주나.

▶코미디에 드라마가 담겨 있다. 웃음에 진정성이 들어있다는 소리이다. 이 영화에서 내가 맡은 선생님은 내가 꼽는 선생님상이다. 학생들에 진심을 전하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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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tjdrbs23@


-'울학교 이티'에서는 그야말로 열혈 선생님으로 나오는데.

▶관객이 저런 선생이 어디있어라고 받아들이면 끝이다. 그런 각오로 현실과 오버의 경계에 균형을 잡으려 했다.

-제작보고회에서 이 영화가 마지막 영화가 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

▶나 자신을 더 채찍질하고 싶었다. 이렇게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고. 솔직히 이 영화가 흥행이 잘 안되면 뭐 더 이상 내게 주인공 자리가 안 왔으면 좋겠다.(웃음) 투자자들이 더 이상 나를 안 찾아줬으면 좋겠고.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니 조연 정도만 시켜줬으면 좋겠다.(웃음)

-이번 영화는 정상인이지만 그동안 엽기적으로 개성이 넘치는 역을 맡았는데.

▶만화적인 캐릭터를 잘 끌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만화 속 인물이 되고 싶기도 하고. 어릴 적에는 히어로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달리기가 빠른 것 말고는 특별한 능력이 없더라. 이제는 웃음을 줄 수 있는 히어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철저한 준비와 의리는 김수로를 설명하는 두 가지 코드이기도 한데.

▶어휴, 난 진짜 의리 때문에 덜 큰 것 같아. 의리 지키려 출연 안한 영화가 대박 터진 게 한 두 개가 아니다.(웃음) 그냥 술안주로 삼을 뿐이다.

-가족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뿐 아니라 점점 절제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고3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아무래도 가족에 대한 애정이 크다. 결혼을 하면서 점점 더 절제된 생활을 하게 된다. 남들은 나보고 '김데렐라'라고 한다. 12시가 되기 전에 집에 간다고. 그러다보니 안성기 선배를 더욱 존경하게 됐다. 그렇게 절제된 삶을 사는 게 쉽지가 않다. 아무래도 왕년에 놀았던 끓는 피가 있지 않나.(웃음)

-의식적으로 절제된 삶을 살면 실제와 연기가 혼돈되지 않나.

▶처음 본 사람들도 나를 보면 아주 반갑게 아는 체를 한다. 나도 자연스럽게 받아주고. 그러다보니 나는 카리스마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이 어떻게 볼까를 의식하게 된다.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도 남들의 시선이 의식되면 그냥 웃어버린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보니 어느샌가 내가 사람들에게 더 편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더라.

-꼭짓점 댄스로 주목 받다 보니 또 다른 뭔가를 내놓으라는 압력도 있을텐데.

▶'패밀리가 떴다'에서 계속 나보고 춤을 만들어 오라고 한다. 제2의 꼭짓점 댄스를 준비하라는 거지. 하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단지 요즘 다시 춤은 배우고 있다. 예전에는 비 빼고는 내가 댄스가수들보다 춤을 더 잘 춘다고 생각했다. 4년을 춤을 배웠으니. 그런데 이제는 잘 못 따라 가겠더라. 그래서 다시 댄스 학원을 등록했다.

-얼굴 표정 연기로 주성치와 짐 캐리와 비교가 많이 됐는데.

▶내 카페 회장이 주성치 팬클럽 회장이다. 한국의 주성치를 찾다보니 당신으로 만족하게 됐다고 하더라. 아직 그 정도 경지는 못 갔지만 노력하고 있다.

-영어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나.

▶물론이다. 내가 영국에서 영어 공부를 좀 하다오지 않았나. 꿈이 있다면 코믹 연기로 정점을 찍고 몇 년간 돈을 좀 모은 뒤 아내랑 영어 공부를 하러 외국으로 가는 것이다. 그곳에서 배고프게 공부를 해도 된다. 거창하게 할리우드에 간다는 것은 우습고, 그렇게 기회를 찾을 것이다. 사실 제의도 있다. 그런데 몸에 문신을 잔뜩 하라고 하니 고민되던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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