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속 첫날' 이병순 KBS사장 "방송중립성 확립"

최문정 기자 / 입력 : 2008.08.2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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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순 신임 KBS사장 ⓒ이명근 기자


이병순 신임 KBS 사장이 혼란과 고요 속에 취임식을 치르고 임기 첫 날을 맞이했다.

이병순 KBS 사장은 27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라디오 공개홀서 취임식을 치르며 KBS 사장으로 서의 첫 걸음을 공식화했다.


이날 취임식은 고요한 가운데 간략히 진행됐으며 이병순 사장은 "사랑하는 KBS 선후배 동료 여러분!반갑습니다. KBS 공채 4기 이병순입니다"라는 인사말로 서두를 열었다.

이어 "지난 77년, 최고의 기자가 되겠다며 KBS에 첫 발을 들여 놓은 지 31년이 흐른 오늘, 지금에 와서야 KBS는 오랜 염원 한 가지를 이뤘습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 출범한 지 35년 만에 첫 내부출신 사장시대가 열린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낙하산 사장'이라는 의견과 'KBS 출신 사장'이라는 의견으로 나뉘어 맞서고 있는 KBS 내부의 이견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병순 사장은 이어진 취임사에서도 "KBS를 둘러싼 대내외 상황은 냉혹합니다"고 밝히고 "먼저 존경하는 시청자와 국민들께 몇 가지 약속을 드리고자 합니다"라며 "KBS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립'하는 것입니다"라는 말을 첫 번째로 제시했다. '이명막 정권의 낙하산이 아니냐',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잃게 될 것이다'는 우려에 정면으로 맞서는 발언이었다.

이병순 사장은 "앞으로 KBS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수록 이해 당사자들의 주장을 보다 균형있게 보도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안일수록 공정하고 정확하며, 진실을 담아야 마땅합니다"라며 "이를 위해 사전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게이트 키핑이 이뤄지는 제도를 마련하겠습니다",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의 중요성을 위해 제작진과 출연진의 자율적 내부 규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며 대내외의 의혹 속 임기 첫 날을 맞은 자신의 입장 표명을 이어갔다.

이병순 사장은 두번째 약속으로도 "KBS의 공영성 확보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과제입니다"라고 제시하며 이러한 뜻을 이었다.

이병순 사장은 "공영성은 KBS의 최우선 가치입니다. 공영성은 KBS 제도와 운영체계 전반에 투영되고 반영 돼야 합니다"며 편성·제작·평가 등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제 1의 기준이자 KBS 사장의 역할 수행에 최고의 준거가 될 것입니다"라고 이를 뒷받침했다.

세 번째 약속으로는 "KBS의 독립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며 "KBS의 독립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그리고 사회 이익 집단으로부터의 독립과 자율을 의미합니다"라고 말하며 이병순 사장의 취임을 맞아 대내외에서 쏟아지는 의혹과 요구들에 대한 답변을 이었다.

이병순 사장은 네 번째 약속으로는 "시청자와 국민 여러분들께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송, 수신료를 더 내고 싶은 방송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며 "수신료를 낭비하지 않는 조직구현을 위해 저 는 경쟁의 미학으로 KBS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줄곧 이어온 KBS의 적자 사태와 수신료 인상 관련 논란 등도 염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병순 사장은 "KBS에 보다 효율적인 경쟁시스템을 도입해 어디보다 더 강한 조직으로 바꾸어 가겠습니다. KBS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뼈를 깎는 고통분담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말 을 해 신임 사장을 맞는 노사 측의 가장 큰 우려였던 구조조정이 있을 지 여부에 대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이병순 사장은 "국민들이 방만경영이라고 지적하는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개혁차원에서 원점에서 재검토 해볼 계획입니다."라며 "사업 실명제나 본부별 사업제를 실시해 KBS의 공적 재원을 기준 이상으로 투입하는 제작진은 반드시 사후 평가를 통해 점검하겠습니다. 공영성은 물론, '효율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은 과감히 배제하고 관련 재원은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프로그램에 투자하도록 하겠습니다"라 며 계획을 밝혀 앞으로 1년 4개월 여의 임기가 급박하게 돌아갈 것임을 예고했다.

이병순 사장은 '시청자와 국민들에게 드리는 약속'에 이어 'KBS 선후배 동료 여러분'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병순 사장은 "그동안 조직 안에서 빚어진 갈등들을 해소하고 조직의 화합과 안정을 통해 'KBS 정체성'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둘째로는 '창의성과 자율성을 부여하되 책임과 절제가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겠습니다", 셋째로 '원칙과 기본을 중시하는 기초부터 다시 배우는 조직문화'를 만들겠습니다"라는 세 가지 당부를 전했다.

이어 "저는 여러분에게 알려진 것보다는 더 따뜻한 사람입니다. 여러분들이 가까이 하고 싶어하는 사람, 자신과 동료에게, 파괴나 분열보다는 희망의 무지개를 그려주는 사람들과 동행하고 싶습니다"라고 인간적으로 호소하며 "분열과 갈등의 골을 메우고, KBS 깃발을 다시 세우는 일부터 시작합시다"고 새로운 시작 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한편 이날 취임식은 '내우외환'이 돼버린 KBS의 현 상황을 그대로 드러냈다. 취임식장은 조용했지만 내부와는 달리 밖에서는 KBS 직원들 간의 고성이 오가고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정치권 등 KBS 외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는 것까지 더하면 사면이 막혀버린 상황이다.

KBS 사원행동은 이날 아침 7시 30분께부터 하나 둘 본관 앞에 속속 모여들기 시작하며 '낙하산 사장'이 라 규명한 이병순 사장의 첫 출근을 저지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후 이들은 9시 50분께 긴 기다림 끝에 이병순 사장이 등장하자 몸으로 막아서며 "이 선배 취임식장에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고 외쳤다. 그러나 서로 밀고 밀리는 상황 속 출입문 셔터가 내려지며 출입을 통제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음에도 이병순 사장이 취임식장에 무사히 들어가자 "관제 사장 물러가라"로 외침의 강도를 높이며 막아서는 사람들과의 갈등의 골을 깊게 팠다.

조용함과 소란, 내 외의 모순은 있었지만 27일 이병순 사장은 무사히 KBS 사장의 자리에 안착했다. 그러 나 아직까지 KBS 사장 선임에 대한 국민의 의혹어린 시선은 가시질 않았으며 KBS 대내외적으로도 KBS 사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 만은 않다.

어려운 상황 속에 취임 첫 날을 맞으며 KBS 사장으로서의 일정을 시작한 이병순 사장이 앞으로 남은 정연주 전 사장의 잔여임기인 1년4개월여 간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와 걱정이 한 곳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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