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균 tjdrbs23@ |
'간첩 리철진' '주유소 습격사건' '공공의 적' '무사' '해안선' '왕의 남자' '타짜' '이장과 군수' 의 공통점은?
바로 유해진이 출연했다는 점이다. '명품 조연' 소리를 듣는 유해진이지만 그의 시작은 거창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유해진은 포스터에 얼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단역부터 점차 영역을 넓혀왔다.
그 결과 유해진은 '이장과 군수'에서 차승원과 공동 주연을 맡았으며, 새 영화 '트럭'(감독 권형진, 제작 싸이더스FNH)에서는 후배 진구를 이끄는 위치에 섰다.
하지만 그는 겸손했다. '트럭'이 스릴러이다 보니 '추격자'와 비교될 수 있다며 걱정하고, 명품조연이라는 소리에 설레설레 손을 내저었다. 마치 영화 속 유해진이 현실로 걸어나온 듯 했다.
유해진은 '트럭'에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체를 버려야하는 임무를 맡았다 연쇄살인범과 마주치는 인물을 연기했다.
-'트럭'은 아무래도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스릴러인만큼 '추격자'와 비교되는데.
▶'추격자' 붐이 일기는 했지만 '트럭'이 먼저 제작됐다. 하지만 '트럭' 개봉이 늦춰진 것은 분명히 '추격자' 영향이 있다. 아무래도 비슷하게 보일 수 있으니 기간을 둬야 했다. 같은 스릴러이기에 불안함이 없지 않다.
-코믹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역인데.
▶김미희 싸이더스FNH 대표 등 여러 분들께 감사하다. 나의 다른 모습을 봐준 듯하다. 코믹 이미지로 알려졌을 때 '혈의 누'에 선택해줬다.
-코믹한 이미지가 장애가 된다는 생각은 있나.
▶코믹한 연기로 인해 기억하는 것보다 그냥 재미있는 사람으로 기억해주시는 것 같다. 그게 나쁘지 만은 않다. 코미디를 하려고 연기를 한 적은 없으니깐. 지금까지 오버된 코믹 연기를 한 적도 없다. 이번에도 그저 친근한 모습에 유해진일 것이다.
-눈매가 날카로워서 악역 연기도 어울릴 것 같은데.
▶드라마 '토지'에서 악역을 했는데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런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좋겠다.
-명품조연, 국민조연 등 유해진을 수식하는 단어는 많다. 조연과 주연의 경계에 대한 고민이 있나.
▶지금 내가 단독 주연을 하면 어색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오히려 조연을 하면 편해할 것이다. 명품조연? 그저 유해진 앞에 '배우'라는 말만 남으면 된다.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하고. 내가 원하는 수식어는 '배우'일 뿐이다.
-강우석 김상진 장진 최동훈 이준익 등 유명 감독들에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유가 있다면.
▶친근감, 서민적, 뭐 이런 느낌 때문이 아닐까. 연예인으로 보지 않는 시선이 좋다.
-유해진은 한국영화 다양성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다. 20억짜리 '트럭'을 한 뒤 150억짜리 '전우치'에 출연하는데.
▶운이 좋을 뿐이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이런 무게감 있는 영화가 만들어지고 나를 택해줬으니 감사할 따름이고. 20억짜리에 출연한다고 20억짜리 배우가 되는 게 아니고, 150억짜리 영화에 출연한다고 150억짜리 배우가 되는 게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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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시장이 어렵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나.
▶물론이다. 들어오는 시나리오양이 확 줄었다. 동료와 스태프에 근황을 묻기가 힘들다. 요즘 뭐하냐고 묻기가 미안하기도 하고. 빨리 근황을 자연스럽게 물을 수 있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
-영화 속 캐릭터들처럼 실제로도 겸손한가.
▶딱히 겸손하다기보다 사실을 그렇게 생각해서 그렇다. 하지만 예민해질 때는 까탈스러워지기도 한다. 특히 한계를 느낄 때 그렇다. 연기를 할 때 왜 이것 밖에 못하나라는 생각이 들면 잠도 잘 못 잔다. 그럴 때는 이를 더 악문다. 사실 난 외우는 것도 늦고, 터득하는 것도 늦다. 그런 둔함이 짜증날 때도 있고, 그렇게 터득해 가는 게 즐거울 때도 있다.
-연기에 대해 애증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 어쩔 때는 연기가 너무 싫어질 때가 있다. 생각대로 연기가 되지 않으니깐. 하지만 남들이 인정하지 않아도 나만 좋을 때가 있다. 그래서 연기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미녀스타 A와의 최근 염문설의 진상은.
▶영화 이야기만 하고 싶다.
-'트럭'은 진구보다 선배인만큼 책임감이나 부담이 더 컸을 것 같은데.
▶요즘 거의 매일 꿈을 꾼다. 개봉하는 날 극장 앞 풍경이 보인다.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상대역인 '진구'의 연쇄 살인범 연기는 어땠나.
▶진구의 연기는 참 묘하다. 사람도 묘하고. '추격자'의 하정우와 비교는 말이 안된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연기를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