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수 "넘어지는 건 두렵지 않다..일어나면 되니까"(인터뷰)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8.09.0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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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범수. 사진=송희진 기자 songhj@


이범수는 알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말이다. '건방지다', '자기애가 너무 강한 것 아니냐'.. 사실 착오와 편견은 종이 한 장 차이다. 행동거지를 평가하는 수단은 편견보다 세심한 추론이 되어야 한다.

이범수는 날마다 편견, 안주하려는 마음과 싸우는 전사다. 그렇기에 그는 신중하다. 질문마다 "방금 질문은 이런 뜻인가요"라고 되묻는다. 추상적인 질문에 대한 오랜 지적 편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는 "정답이 없다"고 강조한다. 무색, 무미, 무취 그대로 서 있는 이범수에게 개성이란 이름으로 '굴레'를 씌운 건 누구일까?


이범수에게는 영화라는 훌륭한 동지가 있다. 그곳에서는 끝없는 후원을 보내고 깃발을 날리며 달려온다. '고사:피의 중간고사'(이하 고사)가 관객수 160만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할 수 있는 것은 이범수의 이 같은 모습 때문이다.

그는 요즘 '고사' 흥행성공 이후 다시 인터뷰 릴레이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150곳이 넘는 곳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니 열정에 찬사를 안 보낼 수가 없다. '고사'의 흥행 성공을 축하하며 다시 만난 그와 이번엔 와인잔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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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범수. 사진=송희진 기자 songhj@



- '주량'이 약하다고 들었다.

▶ 술을 별로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다. 소주는 원래 잘 안 마신다. 와인은 마시게 되면 간단히 한 잔 한다. 술은 계절에 한두 번 마신다. 중요한 건 몇 병을 마셔서 즐거운 게 아니라, 한 잔을 마셔도 즐거울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 다닐 때 연극 연습 기간 동안 술을 마시는 건 맞을 짓이었다. 습관이 그렇게 들어서 작품을 할 때는 술을 절대 입에 대지 않는다.

- 어쩔 수 없이 마셔서 생긴 술에 대한 에피소드는 있지 않나?

▶ 나는 어렸을 때부터 '소신'이 있었다. 대학교 2학년 때 좋아하는 선배가 복학을 했다. 한남동 포장마차에서 술을 따라주면서 "맞을래? 술 마실래?"라고 물었다. 맞겠다고 대답하고 밖에 나가서 엎드려뻗쳐를 했다. 많이 때릴 줄 알았더니 딱 한 대를 맞았다. 그 사람이 손현주 선배다.

- 이번 '엠넷 20′s 초이스'에서 '취중진담'을 불러 깜짝 놀랐다.

▶ 노래를 부르려면 공정이 필요하다. 라이브는 가수들도 안하려고 하지 않나(웃음). 부담이 됐지만 연습을 많이 했다.

- 예전에는 연기만 했는데, 영역이 점점 버라이어티하게 넓어지는 것 같다.

▶ 영역을 넓히는 건 기쁜 일인데 잡다한 것을 원치 않는다. 버라이어티하게 의도한 것은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 다양한 활동만큼 인기도 많이 늘지 않았나?

▶ 실감한다. '고사' 촬영장에 적게는 10명, 많게는 30-40명이 매일 찾아왔다. 무대 인사를 다닐 때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쫓아다니며 격려해줬다.

- 팬클럽 이름이 어떻게 되나?

▶ '리틀 타이거'다. 10년 전에 미래의 가능성이 있는 새끼 호랑이라는 뜻으로 팬들이 지어준 이름이다. 그때에 비해 많이 성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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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범수. 사진=송희진 기자 songhj@


- '고사' 흥행이 잘 되어서 기쁘겠다. 흥행 성공을 예상 했나?

▶ 관객수 100만은 넘을 거라고 봤다. 여름에, 학원가 공포라는 적절한 기획이 좋았다. 현장에서 감독의 연출력과 모나지 않은 배우들 덕분이다.

- 과거에 "나는 영화인인데 왜 영화지 표지를 하기 힘든 것이냐?"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이제는 영화지에서 표지를 서로 해달라고 하지 않나?

▶ 나는 그때의 정서를 아직 가지고 있다. 겉으로는 진정한 영화인을 권장하지만 실제로는 인기인이 되라는 논리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영화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는데 말이다. 영화에 몰입한 척 고상한 척 다하고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나의 비웃음이 들어 있다. 사실 누군가 표지 모델을 했을 때 몇 권 더 팔리는지 모르겠지만, 그 누군가의 결정에 동의를 못하는 거다. 그 사람이 옳다면 흥행에 실패를 하지 않을 테니 영화를 계속 찍어야 되는 게 맞다. 똑똑한 척 한다고 매 번 돈을 버는 게 아니다. 그래서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제는 영화지에서 표지를 서로 해달라고 하지 않나?

▶ 지금은 관심 없다. 그때도 표지를 꼭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표지를 하고 안하고는 본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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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다. 둥글게 살아가는 사람도 많은데, 오히려 그런 성격이 반작용으로 힘들지는 않나?

▶ 하나 물어보고 싶다. 둥글게 사는 사람은 비판을 안 받나? 나는 직업이 배우다. 둥글게 살아갈 때에 비판이 없다면 나도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결국은 자기 스타일이다. 사람들은 좋게는 '자신 있다', 나쁘게는 '건방지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프로 배우가 작품, 연기에 대한 생각을 갖는 게 건방진 건가? 노력을 하지 않는 배우도 아니고. 19살부터 연기만 해왔다. 나는 오히려 스스로 인간적이고 책임감 있는 배우라고 본다.

-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오 브라더스'였다. 그때 12살 연기는 파격적 선택이었다. 대중적 인기를 얻은 지금도 그 같은 선택을 할 수 있겠나?

▶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그 때는 그런 연기를 도전하고 싶었다. 누군가를 위해 파격적인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 하지만 당시에 그 코믹 연기가 평단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다.

▶ 코믹 연기를 극단적인 웃음으로 가는 까부는 코믹과 희극적인 상황으로 가는 코믹으로 나눠보고 싶다. 나는 연기를 위해서는 어떤 것도 할 수 있다. 코믹 연기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야 된다고 본다.

- 그렇다면 '관객들이 나의 달라진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라는 소통을 걱정했던 작품은 없었나?

▶ 매 번 고민을 한다. 그 중에서 SBS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 안중근 역할이 기억에 남는다. 언젠가는 보여주고 싶었던 이미지다. 개인적으로는 캐릭터에 대한 도전이었다.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건 부수적으로 따른 거였다.

- 스스로 영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방송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아직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나?

▶ 예술인은 장인 정신을 가진 사람이고, 방송인은 가장 자본주의적이고 엔터테이너적인 사람이다. 영화인은 그 중간에 있는 사람이다. 한 번도 방송인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그 이야기는 영화인에서 예술인으로 되고 싶다는 뜻인가?

▶ 장담하고 싶지 않다. 영화인 특성상 대중적 인기를 가지고 가야하기 때문에 예술인을 지향한다고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사실 마돈나의 삶은 너무 가볍고 세속적이고, 파파로티의 삶만이 고귀한 것은 아니지 않나? 나는 책임감 있고 연기에 소신이 분명한 배우가 되고 싶다.

- 이제는 대중적 인기가 높은 편이다. 인기가 떨어지는 것에 두려움은 없나?

▶ 당연한 거다. 하지만 그 시기가 두려운 게 아니라 그 시기를 얼마나 더디게 오게 할 것이냐를 고민한다. 그 시기를 짧게 극복하고 다시 올라서야 되지 않겠나?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넘어졌을 때 일어서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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