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험난한 출근길에 나서던 이병순 신임 KBS 사장 ⓒ이명근 기자 |
KBS 입사 10년차 이내의 젊은 기자들이 3일 방송의 날을 맞아 이병순 신임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행동으로 옮기고 나섰다.
방송독립을 위해 싸우는 KBS 젊은 기자들이라 스스로를 칭한 이들은 3일 오후 12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시청자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KBS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공영방송 기자로서 양심의 소리에 따라 행동으로 나서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방송독립을 위해 싸우는 KBS 젊은 기자들(이하 젊은 기자들)은 2000년 이후 KBS에 입사한 기자들 170명이 중심이 됐다.
이들은 이날 결의문을 내고 "이병순 신임 사장을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며 "이병순 선배는 지난 한 달간 벌어졌던 일련의 과정이 현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의 소산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 자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에 대해 KBS 선배로서 부끄럽지 않냐"고 냉담한 입장을 전했다.
이어 "취재·제작의 자율성은 우리에게 목숨과도 같다"고 피력하며 "이병순 선배는 취임사에서 '기획 단계에서부터의 사전 게이트 키핑'과 '제작진과 출연진의 자율적 내부 규제'를 강조했고 '일부 프로그램의 존폐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어어 "이는 어느 직종보다 취재 제작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할 보도본부 기자들에게는 치명적인 발언이다"고 밝혔다.
KBS 젊은 기자들은 또 "유재천 이사장이 경찰의 힘을 빌려 KBS를 욕 보인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우리는 유재천 이사장을 비롯한 6인의 어용 이사들이 KBS에 행한 폭거를 똑똑히 잊지 않고 있다"며 "유재천 이사장은 사퇴하고 이사회를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대해서도 "'낙하산 사장 반대 총파업 결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하루 빨리 노조가 조합원의 총의를 수렴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한다"며 "노동조합 지도부는 '조합원 비상총회'를 개최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KBS 젊은 기자들은 "감사원과 검찰이 앞장선 KBS에 대한 압박, 경찰력을 동원한 KBS 이사회의 사장 해임, 어용 이사회에 의한 이병순 신임 사장의 취임 등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슴 한 구석에 응어리가 졌다"며 "당연하게 누리고 있던 취재·제작의 자율성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고 자신들의 심경을 밝혔다.
이어 이들은 '보도본부 선배들'에게 "역사와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공영방송 KBS 기자로서 자존을 지키는 길에 동참해 주실 것"을 부탁했다. 국민들에게도 "오늘 저희들은 국민들이 주시는 소중한 수신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움에 나섰다"고 밝히고 "이 싸움은 길고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멈추지 않겠다"며 이들의 투쟁에 대한 성원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