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국진.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
김국진과의 인터뷰는 예상대로 쉽게 끝나지 않았다. 91년 '제1회 KBS 대학 개그제'에서 데뷔 후 KBS 신인상을 거머쥐고 일약 톱스타로 올라 돌연 미국 유학행, 컴백 후로도 톱스타로 재기에 성공.
전보다 더 왕성한 활동을 했던 그가 MBC '연인들'에 함께 출연했던 이윤성과 결혼한 지 1년 6개월 만에 이혼, 잘나가던 그 스타 생활을 접고 골프로 외도도 했다. 그런 그이기에 기자는 묻고 싶은 게 많았다. "국진이 빵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잖아요. 80년대 심형래였다면 90년대는 김국진의 시대라고 말해도 되지 않았나요?"
하지만 김국진은 희한하다. 잘나가던 때를 추억하며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여느 스타들과 다르게 김국진은 당시를 다른 사람 이야기 하듯 무심하게 말할 뿐이다.
"그때는 인터넷이 없어 신문으로만 기사를 봤을 땐데. 스포츠지 등에서 설문조사 하면 제가 꼭 순위에 있긴 했죠." 김국진은 당시를 회상할 뿐 그리워하진 않았다. 어차피 인생은 또 다른 길로 갔어야 마땅하다며.
"사람들이 물어봤죠. 왜 1등일 때 일을 관뒀냐고요. 후회하느냐. 근데 전 원래 도전을 좋아해요. 이 봉우리를 넘으면 딴 봉우리를 (손으로 봉우리를 만들고 옮긴다)가고 싶기도 하고 저쪽 봉우리는 어떨까 궁금하고 말이죠. 개그프로그램 하다가 드라마에서 연기도 했다가 KBS 개그맨 신인상을 받은 후에는 미국으로도 갔죠?"
"잠시만요. 미국 간 건 타의 아니었나요? KBS 신인상 받고 MBC로 이적했다고 괘씸죄 걸린 걸로 아는데.." "어.. 그건 아니예요. 보도가 잘못된 거예요. (손을 젓는다)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에서 미국 가기 전에 마지막 인사를 한다는 거였지. 이적과는 상관없었는데. 당시에는 큰 뉴스였던 거 같아요. 김용만, 박수홍, 김수용 다 따라왔죠. 제가 주동자였거든요. 하하"
방송인 김국진.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
"그래서 갑자기 미국으로 갔다고요. 무모하다고 보이기도 하는데요.(기자)" "사실 당시 인기는 최고였죠. 5년 동안 매일 스케줄이 다 잡혀 있었다면 할 말 다했죠. 사실 1등이라서라기보다 예능 방송을 하는 사람이 5년을 쉴 수 있다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에요. 6개월만 안보여도 대중들에게 잊혀지거든요. 자의반 타의반이기도 하지만 저는 제가 (방송을 다시 시작할)마음만 먹으면 할 수 없었던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저는 10년을 쉰다 해도 제가 등장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할 수 없었어요."
김국진은 단호했다. 10년이건, 20년이건, 영영 이 곳을 떠나건, 준비가 안된다면 방송을 안 하겠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럼 지금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꼭 서태지 같아요."(기자) "하하하. 저는 미안하게도 음반이 없네요." 그가 호탕하게 웃었다.
"쉬는 동안 저랑 같이 일한 14년지기 매니저 호진이가 하라고 말했을 때도 할 수 없었어요. 근데 작년 후반에 갑자기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말했죠. '나 이제 할 수 있을 거 같아. 근데 방송에 복귀해도 당분간은 배워가면서 하려고' 지금은 배우 중이죠.(담배 한 가치 또 물었다)"
"알겠어요. 인생에서 여러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데 저도 동의해요. 그렇다면 다시 연예계에 복귀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어떻게 든 거죠?(기자)" "지금은 마음이 편안해졌거든요. (인터뷰 도중 그는 자신이 답변을 할 때 마다 그에 합당한 표정을 지어보이곤 했다. 편안해졌다는 말을 하며 그는 진짜로 편안해졌다는 표정을 짓고 제스처를 취했다)"
"그럼 왜 불편했었는데요. 아니 자신감을 갖지 못했던 이유가 뭐였는데요?(기자) " "알겠지만요. 자신감이 없다기보다 실패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결혼)에 관해서 확신이 없다는 거죠. (1년 6개월 결혼 생활은) 너무 짧았잖아요." "이혼은 혼자만의 일도 아니고 재혼하면 되고요. 골프도 계속 하면 되지 않나요?"(기자) "글쎄 재혼이라.. 아직은 때가 아닌 거 같아요. 일을 시작한다고 마음먹은 만큼 당분간 일을 하려고요. 골프는 선수를 하려고 한 것도 아닌데요, 뭐."
"골프, 이혼에 관해 질문 받는 거 괴로우세요? 앞으로도 계속 연예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받게 될 텐데요."(기자) "어차피 제가 다 했던 일이고 예전의 모습들이었으니까 저는 별 생각 없어요. 오히려 그 말을 꺼내는 사람이 더 어렵죠. 사실 골프도 이혼도 해봤으니까 실패라는 걸 알게 되고 그런 경험조차 없었다면 전 아직도 모르고 있었을 거 아닐까요. 무엇보다 지금 전 편안해진 상태예요."
"제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세상에서 힘든 일을 겪을 때 꼭 주문처럼 하는 말이 있는데요. 큰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실수를 많이 한다. 실수가 없는 사람은 어떤 것도 도전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러니까 새로운 걸 가질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깨질 수도 있다는 걸 염두 해 두어야 하고요. 저는 알아요. 앞으로도 난관이 있을 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게 그걸 받아들일 거라는 걸요."
"긍정적인 성향인가 봐요?"(기자) "네. 아주 긍정적인 편이죠. 아직까지 누구한테 한번도 '나 힘들어'라고 말한 적 없어요. 저번에 어머니가 '넌 왜 여지껏 힘들다는 말을 안 하니?'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정말 그런 말 한 적이 없더라고요. 친한 친구들한테도요."
"혹시 힘든 모습을 보여주는 게 싫은 거 아니세요. 아니면 정말 힘들지 않았나요?"(기자) "아. 힘들기도 하죠. 포커페이스를 한다고 힘들지 않다는 게 아니고 마인드 자체가 긍정적이라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다는 건데요. 이렇게 생각해요. 오늘 고민하는 문제가 1년 후에 또 고민해야 한다면 힘들어도 고민하겠지만 '괜찮아'라고 하면 할수록 방법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이 되더라고요."
그는 스스로를 긍정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인생은 여러 길이 있는데 이 길도 혹은 저 길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성공도 실수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속은 롤러코스터 같아서 꼭대기로 오르기도 추락하기도 한다는 것. 그는 인생을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이런 기저에는 인생이 아름답다는 믿음으로. 그래서 그에게 실패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