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거짓말처럼 믿기지 않는 안재환 죽음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08.09.0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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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에 마련된 안재환의 영정. 사진=송희진 기자 songhj@


어제 컴퓨터를 켜고 실시간 검색어에 뜬 다섯 글자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검색어는 바로 '안재환 자살'이었다. 그걸 보고 순간 생각했다. 가끔씩 '000 사망'이나 '*** 파경'처럼 사실이 아닌 뜬금없는 설(說)들이 많다보니 '에이~ 또 헛소문이겠지'라고 말이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생각은 '안재환같은 사람이 왜? 설마! 당연히 루머일거야!'라고 확신하면서 클릭했다.

'안재환 자살설에 휘말려 황당...' 뭐, 이런 내용의 기사일거라는 추측과 함께! 그런데, 클릭하고 관련 기사들이 주르륵 쏟아지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그리고 '사람이 너무 놀라 자기 눈을 의심했다'라는 말이 그냥 '좋은 표현법'이 아니라 '진짜'라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정말로 내 눈을 의심하며 두 손으로 쓱쓱 눈을 비비고 다시 기사를 읽었으니까! 몇 번 방송을 하며 만난 그의 해맑은 모습과 지금의 상황이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고 안재환, 그가 처음에 데뷔했을 때, 성룡 닮은 탤런트로 화제를 모았었다. 그리고 그 정도 외에 별로 알 기회가 없었다가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은 건 3~4년 전쯤인가? 그와 프로그램을 함께 하는 작가를 통해서였다. 그 작가 이야기는 너무나 좋은 사람이라고, 너무나 밝고 솔직한 사람이라는 이야기였다. 당시 작가들과 스스럼없이 친하게 지내며 결혼한 작가들, 또 연애하는 작가들의 사랑 상담도 해주는 등 연예인이라기보다는 학교 선배같은, 친오빠 같은 모습이었다고 말한 것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그러다가 개인적으론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잠깐씩 몇 번 만난 후, 작년 신혼여행을 다녀온 직후 토크쇼에서 만났다. 녹화 들어가기 전, 대기실에서 거의 한 시간가량 결혼 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었을 때, 그가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아직도 그 생생한 느낌을 잊을 수 없다. 얼마나 좋았으면 그 특유의 보조개가 입가에서 사라지는 걸 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계속 웃고 있었으니까.

생전 고인은 아내, 정선희를 정말로 사랑한다고 말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DJ와 게스트로 처음 만나던 날, '생얼'이었던 그녀를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너무 좋았다고 고백하면서 말이다. 그에게 물었다. "선희 언니가 시부모님 모시고 함께 사신다면서요?"라고. 질문에 그가 "응, 선희한테 너무 고맙지"라며 대답했다. 그의 말에 다시 이야기를 이었다. "오빠, 언니한테 정말 잘해주셔야겠어요. 아무리 시부모님이 좋으셔도 며느리가 딸처럼 그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라고 했더니, "그래, 맞아. 여자들이 그래서 힘들거야. 그래서 선희한테 진짜 고맙다니까. 그러니까 내가 정말 잘 해줄거야. 중간에서 우리 부모님과 선희가 잘 지내도록 나도 지혜롭게 행동할거구. 진짜 잘 해야지"라며 몇 번씩이나 다짐을 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자신의 아내를 깊이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랬으니 주말엔 친정에서도 며칠을 보내자고 흔쾌히 제안을 했을 것이고. 생각해보라. 아들이 부모님 모시고 사는 게 당연하고, 며느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처갓집엔 무슨 행사가 있을 때 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남자들도 있을텐데(오해하지 마시라! 물론 안 그런 남자도 많으니까), 매주 처갓집에서 며칠씩 지낸다는 건 그가 정말로 아내를 사랑하며, 아내 가족들까지 존중한다는 걸 몸소 행동으로 보여준 게 아닐까 이 말이다.

어제 그의 소식과 관련 된 수많은 기사들 중에서 '40억 사채설'도 나왔고, 반대로 어떤 기사에 그의 친한 친구가 이런 인터뷰도 했다. 촛불 시위 관련 발언으로 정선희가 곤경에 처했을 때도 안재환이 나서서 수습하고 사과할 정도로 아내를 사랑했는데, 그런 그가 연예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내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사채를 썼겠냐며, 자신이 아는 친구 재환이는 사랑하는 아내를 생각해서라도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어느 쪽이 진실인지 본인은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그는 아내, 정선희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것. 그래서, 그의 죽음이 더욱 더 슬픈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고 안재환과 절친한 건 아니지만 부탁드리고 싶다. 혹여 이번 그의 죽음에 대해 수많은 네티즌 중에 0.0001%도 안 되는 소수의 분들이라도 악플은 절대 달지 마시기를 말이다. 그를 사랑하는 아내 정선희를 비롯하여, 가족들이 너무나 힘들테니까!

마지막으로 해맑고 순수한 모습이었던 그를 기억하며, 삼가 조의를 표한다. 그리고 행복했던 결혼 생활을 채 1년도 함께하지 못하고 남편과 슬픈 이별을 한 정선희에게도 그저 고개를 숙여 위로를 전한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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