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전 안재환이 남긴 미소의 비밀

전예진 기자 / 입력 : 2008.09.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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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밝은 미소와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던 탤런트 안재환의 자살은 전 국민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지난해 개그우먼 정선희와 결혼하면서 행복한 신혼의 모습을 보여줬던 그였기에 갑작스러운 자살 소식은 더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네티즌들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고, 그의 지인들은 "그간 별다른 낌새를 차리지 못했다"며 망연자실했다.


그 이유는 자살 직전까지 쾌활한 모습을 보이면서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 진행하던 ‘연예뉴스 EnU’의 생방송을 두 차례 펑크내고 방송에서 하차한 것 외에는 특별히 의문을 남기는 점은 없어 보인다.

자살 직전인 지난달 20일에는 마지막으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현영 성대모사까지 하며 아무런 일도 없는 듯 방송을 녹음했다. 한 제작진은 "시종일관 밝은 목소리여서 녹음 당시 전혀 이상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안재환이 자살을 위해 착화탄(번개탄)을 사러 들렀던 가게주인은 그를 알아보자 자신을 향해 살짝 미소까지 지었다고 증언했다.


그렇다면 왜 그는 죽음을 앞두고 웃음을 지어야만 했을까.

한 심리학 전문가는 "평상시 성향이 밝고 쾌활한 모습 보여줬더라도 내면의 자기 욕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신을 방어해 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방송인의 특성상 항상 겉모습이 사람들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힘들어도 내색을 못하거나 표현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어 "이런 경우가 반복되면서 누적된 스트레스가 한순간 터져나와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자살예방협회 한 상담원은 "안재환씨의 경우 여리고 젠틀한 성격으로 보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해를 주지 않기 위해 속내를 감추어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고 안재환은 사업 문제로 심리적인 압박을 느껴 고교 선배 구모씨(40)에게 '죽고 싶다'는 하소연을 한 적이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구씨는 "지난달 22일 밤늦게 강남에서 함께 술을 마셨을 때는 별다른 낌새를 채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안재환은 친한 지인들에게조차 마음을 툭 터놓지는 못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상담원는 "흔히 심리적으로 더 어둡고 내성적인 사람들이 자살하기 쉽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편견일 뿐"이라며 "오히려 침착한 사람일수록 자살확률이 낮다"고 설명했다. 남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 밝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경우 말 못할 고민이 있을 때 홀로 자책하고 얽매여있기 쉽기 때문이다.

또 "자살하기 전에 일부러 한층 밝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죽을 때가 되면 평소 안하던 행동을 한다는 속설이 어느 정도 맞는 셈이다.

이 상담원은 평소 밝고 건실한 사람의 자살소식을 접할 경우 주변사람들의 심리상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충격으로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등 심리적 공황상태가 올 수 있다"면서 이를 계기로 자신의 성격이나 패턴을 본인이 잘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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