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애라 "내 아이 34명, 경계가 사라지고 있어요"(인터뷰)

"아이가 친엄마 찾을 생각하면 벌써 눈물"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09.1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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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애라가 자신이 후원하는 31명의 아이들 사진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송희진 기자 songhj@>


신애라에게는 34명의 아이들이 있다. 직접 낳은 아이가 한 명, 가슴으로 기르고 있는 아이가 두 명, 그리고 세계 각국에 컴패션으로 인연을 맺은 아이가 서른 한 명이다.

낳은 정과 기른 정에 아무래도 차이가 있으려니 생각을 하는 게 세상의 시선이다. 하지만 신애라에게 그런 선입견은 무의미하다. 신애라는 "해외에서 제가 후원하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과연 우리 예은이(둘째 아이)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라고 말했다.


예은이와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쯤 예은이는 이들처럼 전혀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라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신애라는 "그렇게 생각하자 정민(큰아이)이와 예은이, 예진이(셋째)의 차이가 없는 것처럼 후원하는 아이들과 제가 기르는 아이들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더라구요"라며 웃었다.

추석을 앞둔 11일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신애라와 만났다. 남편인 차인표가 주연을 맡은 영화 '크로싱'이 개봉했을 때부터 줄곧 추진했던 만남이 비로소 성사됐다. 그 기간 동안 신애라는 세 아이의 육아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으며, 교육 빌딩을 짓는 데 전념해왔다.

아이들을 기르다보니 아이들의 교육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천상 엄마 신애라를 온 가족이 한데 모이는 추석에 독자에 소개한다. 신애라의 표현을 최대한 살려 전한다.


-교육빌딩을 짓는다고 하던데 사업가로 변신하는 것인지.

▶(손사레를 치며)어휴, 아니에요. CEO도 아니고,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걸요. 처음에는 노후를 위해 건물에 세를 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임대를 하고 세를 받느니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니 그런 쪽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특히 예체능쪽 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큰 아이를 키울 때 이곳저곳 알아봤더니 대부분 입시나 선행 교육과 관련된 곳 뿐이더라구요. 우리 아이들을 안 보내는 곳을 임대해서 돈을 받는다는 게 양심도 걸렸구요.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물론이죠. 세 아이를 기르는데. 큰 아이가 11살인데 요즘 아이들은 죄다 컴퓨터 게임 밖에 모르잖아요. 학원 같은 것을 보내고 싶지는 않은데 남들 다 보내는데 우리 아이만 안 보낼 수는 없고. 이건 아닌데 싶으면서도 대안이 없어요.

-단순한 예체능 학원이 아니라 좀 더 목적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것 같던데.

▶우여곡절 끝에 지혜를 주셔서...(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신애라에게 종교적인 표현은 늘 뒤따랐다) MEPI 시스템이라고 지었어요. 모자이크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의 약자이다. 교육과 놀이 공간을 만들어 모자이크처럼 이것 저것을 다 할 수 있도록 했다.

좋은 경영자도 모셔야 하고, 좋은 선생님도 모셔야 한다. 월세나 보증금을 받는 대신 매출을 나누는 방법을 쓸 생각이다. 분명 영리 사업이지만 비영리사업도 계획 중이다.

-세 아이 엄마로서 일을 추진하는 게 쉽지 않은텐데.

▶그래도 무엇보다 제 공간이 생겨서 좋았어요. 왜 주부들은 집이 있어도 자신만의 공간이 없잖아요. 안방을 자신의 공간이라고 할 수는 없죠. 남편은 서재라도 있지만. 그런데 처음으로 내 사무실이라고 있으니 너무 좋아요. 아이들도 옆에서 같이 놀고. 호호호.

(건물 인테리어까지 꼼꼼히 챙기면서도 신애라는 천상 엄마였다. 아이들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신애라가 자랑한 그녀만의 공간에는 세 아이 뿐 아니라 세계 각국 31명의 아이들 사진이 함께 놓여 있었다)

-영화 '아이스께끼' 이후 연기 활동을 중단한 상태이다. 동년배인 유호정 오연수 등은 다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잠시 고민하다)이런 말을 하면 뭐라고 하실 분도 많으실텐데. 연기가 내 본업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연기를 통해 제 나이에 비해 돈이나 명성 등을 많이 얻었지만. 결국 연기로 제 이름를 알리게 하신 데는 아이들을 만나게 하시고, 또 그것을 세상에 알리려 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목적이 이끄는 삶'이란 책을 읽었던 적이 있어요. 그 책을 읽으며 내 인생이 연기가 목적이었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젊었을 적에는 저도 죽을 때까지 연기해야지. 이랬거든요.

그러다보니 또래 배우들이 왕성한 연기 활동을 해도 전혀 부럽다거나 조바심이 난다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컴패션 홍보대사로 활동하는데 그 일이 목적을 갖는데 도움을 준 것인가.

▶지금까지 홍보대사 역을 제의 받으면 늘 거절했어요. 홍보대사는 CF와는 달리 마음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또 기부 같은 것은 과연 그 돈이 잘 쓰일까라는 의심도 좀 있었구요. 그런데 컴패션은 왠지 마음이 끌리더라구요. 그래서 그분들과 비전트립이라는 것을 같는데 바로 그게 제 삶의 전환점이 됐어요. 2년 전이니깐 38살에 비로소 제 목표를 알게 된 거죠.

(올해 나이 마흔. 세 아이의 엄마인 신애라가 여전히 아름다운 것은 인생의 목표를 발견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옛말에 '머리 검은 짐승은 키우는 게 아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통적으로 입양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입양을 결심했을 때 집안 어른들의 반대는 없었는지.

▶친정 어머니가 처음에는 찬성하셨는데 나중에 몸이 많이 아프실 때 마음이 약간 바뀌셨죠. 세상 왜 어렵게 살려하니 편하게 살지, 그러셨어요. 그러다 또 대화를 나누면서 돌아가시기 전에 '그래, 핏줄이 아니면 또 어떠니'라고 하셨어요.

(신애라는 어머니 이야기를 하면서 약간 목이 메었다. 그녀는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위해 활동을 자제하며 곁을 지켰다. 이후 예은이를 만났다)

친정아버지는 '하나만 더 낳고 하자'고도 하셨어요. 그래도 예은이가 오자 제일 먼저 달려와 반기신게 친정 아버지셨죠. 시부모님은 처음부터 입양에 적극 찬성하셨어요. 정말 감사드리죠.

-세 아이를 키우는 게 정말 쉽지 않은텐데.

▶정말 그래요. 도와주시는 분이 없다면 예진이는 못했을지도 몰라요. 한 아이 키우기 곱하기 삼이 아니라 무한대니깐. 그래도 무한대만큼 기쁨을 얻죠.

하지만 육아가 어렵지, 입양은 결코 어렵지 않아요. 공개 입양 하시는 분들 중에 입양이 어려웠다고 하시는 분은 못 받어요. 정말 대단하신 분들은 몸이 아픈 아이들을 입양하시는 분들이에요.

전 이런 생각은 했어요. 아기들이 아프면 어떻하지. 어머니가 오래 아프셨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아픈 것은 견딜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정민이가 아픈거랑 똑같더라구요. 내가 낳은 아이가 아픈 거랑 입양한 아이가 아픈 거랑 차이가 없더라구요. 내 아이들이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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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진 기자 songhj@


(차인표가 출연한 '크로싱'에 대해 물었다. 차인표는 탈북을 소재로 한 '크로싱'을 처음에는 고사했다가 다시 하게 된 데는 아내의 권유가 컸다고 했다)

-'크로싱'을 통해 무엇을 얻었나.

▶흥행이 대박은 아니더라도 이미 많은 것을 받았어요. 물론 개봉할 때 '자기야, 떨려'라고 하기도 했죠. 하지만 인표씨는 결과에 상관없이 이미 상을 다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보신 분들이 한 분이라도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됐다면 감사할 뿐이죠.

('크로싱'은 내년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부문에 한국대표로 결정됐다)

-31명의 아이들을 컴패션으로 후원하고 있는데.

▶노후 때 그 나라를 돌며 아이들을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인표씨랑 그런 이야기를 해요. 인표씨는 휴양지 같은 곳을 가기 보다는 그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것을 더 기쁘게 생각하죠. 전 아직도 좋은 데 가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웃음) 그래도 꼭 1년에 한 번씩 비전트립을 갈 생각이에요.

제 결혼기념일 즈음에 에디오피아를 갔어요. 그곳에서 아이들을 만났는데 우리 아이들 얼굴이 겹치더라구요. 예은이를 입양하고 한 달 뒤에 입양단체에 봉사하러 갔는데 그 때 봤던 아이들이 예은이 외에는 해외로 입양을 떠났다고 하더군요.

우리 아이와 다른 아이들의 차이는 뭘까, 그리고 이 아이들의 차이는 뭘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경계가 사라지기 시작했죠. 늘 그 아이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다면 한 가족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최근 '우리결혼했어요'에 출연한 게 화제였다. 신애라님이라고 불리던데.

▶연락이 왔는데 처음에는 고사했어요. 그런데 인표씨가 황보가 부탁하는 일을 최근 못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컴패션을 같이 하는 동료 부탁을 두 번이나 거절할 수는 없어서 하겠다고 했죠. 아이돌은 역시 멋지던데요.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둘째와 셋째도 입양에 대해 알고 있나.

▶예은이를 데리고 자는데 항상 기도해요. 우리 아이를 입양으로 이렇게 주셔서 감사하다고. 입양이라는 단어 앞에 늘 좋은 수식어를 붙이니 아이가 자라서 입양을 좋은 것으로 알고 자라길 바라죠.

한 번은 도와주시는 아주머니 댁에 예은이가 간 적이 있는데 한 아저씨가 짖굳은 질문을 했나봐요. 넌 누가 낳냐고. 그랬더니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예은이가 "우리 엄마는 배가 작아서 오빠는 배에서 낳고 나와 동생은 가슴에서 낳았어요'라고 했더래요.

-아이들이 친엄마를 만나고 싶어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낳아주신 어머니를 위해서도 기도해요. 아이들이 자라서 친엄마를 만나고 싶어할 때 건강하고 좋은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왜 아이들을 자신이 키우고 싶지 않았겠어요.

그 장면을 상상만 해도 너무너무 눈물이 나요.

(신애라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눈시울을 붉히다 결국 눈물을 흘렸다)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나.

▶뭐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아이들의 달란트가 뭔지 궁금할 뿐이지. 정민이는 사람들과 편하게 사귀거든요. 그래서 컴패션 목사님이나 방송사 PD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면 어떨까란 생각은 해요. 본인은 요리사가 되고 싶어하지만.

예은이는 정말 춤을 잘춰요. 너무 예쁘죠.

큰 아이를 키울 때 아이가 많이 심심해 하더라구요. 지금은 아이들끼리 너무 잘 놀아요. 내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을 했구나라는 생각도 들구요. 자매끼리 싸우면 무섭게 싸운다는데 걱정도 되구요.

(사업을 하든, 연기를 하든, 신애라는 엄마라는 사실은 잊지 않았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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