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물이가 아빠 김남일을 닮았으면 하는 이유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08.09.1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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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 사람이 득남했다는 흐믓한 소식이 들려왔다. 보통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아기들은 대게 얼굴이 빨갛거나 피부가 쭈글쭈글(?)해서 제대로된 인물이 안나오던데... 꼬물이란 태명을 가졌던 이 녀석은 이목구비가 훤~한 것이 ‘아빠처럼 잘생겼네~’란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생긴 것뿐만 아니라, 성격도 아빠를 꼭 닮았음 좋겠네’하는 바람까지 생겼으니... 자, 그렇담 인물 좋고, 성격 좋은 이 녀석의 아빠가 누군가~하면 바로 김남일 선수다.

김남일 선수를 처음 만난 건 2002년 월드컵 직후, 그가 한창 ‘진공청소기’로 인기몰이를 했을 때였다. 그 첫만남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그 특유의 부리부리한 눈에 장난기가 가득했던 모습이고, 그 모습처럼 성격도 유쾌하고 솔직하고 시원시원해서 즐겁게 인터뷰 할 수 있었다. (살짝 고백하자면 그 당시 김남일 선수 말고 다른 몇몇 선수도 만났었지만 그들은 좀 딱딱해서 얼마나 진땀을 흘렸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의 성격이 훨씬 더 돋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자, 다시 김남일 선수의 ‘성격 이야기’로 돌아가서, 왜 그의 아들, 꼬물이가 아빠 성격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는 그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할 수 있다.

일단 쭉쭉쭉~ 거슬러 올라가서 그가 부평고등학교 축구부이던 시절까지 올라가야 한다. 당시 연습이 끝난 후 잠깐 쉬고 있는데, 옆의 친구가 발을 잡고 인상을 찡그리는 게 그의 눈에 포착됐다. 자세히 보니 그 친구의 축구화가 너무 낡아 구멍이 나고 찢어져서, 더위 먹은 개 혓바닥처럼 축~ 쳐져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그 친구 발이 상처투성이가 된 것이었다.

이걸 본 김남일 선수, 그 친구 앞에, 자기의 축구화를 툭 던졌다. 다정하고 살갑게 얘기하며 준 게 아니라, ‘이거 신어’ 달랑 한 마디와 함께. 하지만 그 친구에겐 그의 속정이 확 느껴졌단다. 그렇다고 김남일 선수가가 집이 넉넉해서 그런 것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그도 당장 새 축구화를 사지 못해서 그 친구의 찢어진 축구화를 신고 다녔다고 하니까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역시 고등학교 시절, 후배랑 함께 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길거리에 번쩍번쩍한 자가용이 주차된 걸 본 후배 왈, ‘야~ 이 차 타고 다니는 사람은 좋~겠다’하고 부러워하며 발로 차를 툭~ 찼는데... 이게 웬일인가? 운이 없으려니 그렇게도 튼튼해보이던 자가용이 푹~ 찌그러지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이걸 목격하고 화가 난 차주인은 후배를 경찰서에 넘기겠다고 하면서 상황이 심각하게 됐다.

이 때, 김남일 선수가 나서서 가진 돈 30여만원을 탈탈 털어 아저씨에게 드리며 사죄하더란다. 사실 그 후배에겐 부모님이 안 계셔서 형편이 많이 어려웠었다. 그걸 안 그가 후배를 도왔던 것이고, 그 일 뿐만 아니라 그 후로도 많은 김남일 선수는 후배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많이 줬다고. 후배가 이 이야기를 하면서 부모님이 안 계신 자신에게 김남일 선수는 가끔은 부모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고 고백을 했다.

그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김남일 선수는 축구하는 열정만큼 사람에 대한 정도 뜨거운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그의 아들, 꼬물이를 보며 ‘아빠처럼 좋은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구나’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아들, 꼬물이가 자라면 박지성 선수의 에세이를 꼭 읽었으면 좋겠다. 왜? 거기엔 아빠, 김남일에 관한 이런 글이 있으니까.

“의리에 관한 한 남일이 형을 따라갈 사람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힘들고 지칠 때 형을 만나면 말없이 빙긋 웃다가 ‘힘내, 임마!’ 하며 어깨를 툭 친다. 긴 말이 필요 없다. 형의 격려는 늘 그런 식이고 나는 그것만으로도 천군만마와도 같은 힘을 얻는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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