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첫사랑이자 미스터리다"
커다란 눈망울, 함지박만한 입술, 하얀 피부를 지녔다. '왕뚜껑 걸'로 불리었던 배우 황보라. CF에서 4차원적인 이미지로 대중에게 크게 어필했던 그가 배우가 되어 대중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의 커다란 두 눈은 단순히 눈이 지닌 사전적인 의미를 넘어서 웃음과 슬픔을 말하고 있다. 연기자의 냄새 짙게 드리워진 그다.
그는 2007년 개봉된 영화 '좋지 아니한가'에서 주인공을 연기,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개봉된 영화 '라디오 데이즈', 지난 8월 개봉된 영화 '다찌마와 리' 등을 통해 신세대 연기자에서 배우 '황보라'라는 강한 인상을 심었다. 연기력은 물론이거니와 외모에서 풍기는 여배우로써 시도하기 힘든 예쁘지 못한 모습이었다. 여배우이길 포기한 걸까. 아니다. 매 작품마다 상황을 즐기고 있는 그다. 황보라를 만났다.
"망가졌다고? 그게 왜 망가지는 걸까? 난 내가 맡은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연기란 내게 첫사랑이다. 매 작품에서 새로운 인물을 만난다. 그 인물은 내게 첫사랑 같은 설렘이다. 실제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랑에 노하우가 생기듯이 연기도 사랑과 마찬가지다. 연기를 하게 되면 노하우가 생긴다. 그렇기에 나는 사랑이 두렵다. 사랑도 많이 하면 그 감정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사랑이 싫다. 내 첫사랑의 감정이 무뎌질까봐서…."
그는 연기를 첫사랑 그리고 미스터리라 정의했다. 알면 알수록 모르겠다는 게 연기고 그래서 더 매력적이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황보라는 방송중인 KBS 2TV 미니시리즈 '연애결혼'에서도 그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사랑스런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김민희, 옥지영과 함께 생활하며 선보이는 그녀들의 수다는 젊은 여성층에 크게 어필하고 있다.
"편안하게 연기하고 있다. 내가 이 작품을 통해 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실제 내 상황이랑 너무 비슷해서 연기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 김민희, 옥지영 두 언니가 너무 잘 챙겨줘서 촬영장에서 신나게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황보라는 '황보라 머리'라는 검색어를 탄생케 하며 '패션아이콘'으로도 떠올랐다. 일자단발머리 끝에 웨이브를 준 머리모양은 편안함과 동시에 깜찍함을 더한다는 평가다.
"편안하고 장점이 많은 머리모양이다. 머리를 감고 툴툴 털어 넣으면 그만이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황보라는 이미륵의 인생을 그린 오는 11월 4일 방송예정인 SBS 창사특집극 '압록강은 흐른다'에서도 이미륵의 어린 시절 정신적 지주인 유모를 연기한다. '연애결혼'과 '압록강은 흐른다'의 촬영장을 오가며 시공간을 넘나들고 있다. '연애결혼'이 생활이라면 '압록강은 흐른다'는 학습의 현장이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배우는 게 많다. 선생님들과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네 마님'이라는 단 한마디 대사에도 배우는 게 많다. 나문희 선생님 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
연기의 감이 무뎌질까봐 사랑을 겁내는 여자, 연기를 첫사랑이라 생각하는 여자, 예쁘게 포장된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배우, 그 이름은 황보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