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희 |
"노래에도 인연이 있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트로트가수 설운도는 "'어머나'가 장윤정을 만났기에 잘될 수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배우는?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배역을 맡느냐가 연기자의 생명력을 좌우한다.
배우는 다양한 역할과 상황을 담아내는 그릇이지만, 수많은 역할 중에서도 자신의 성격과 딱 들어맞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이 경우 배우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극중 배역을 자연스레 자신의 캐릭터로 소화해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런 행운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은 배우들은 누가 있을까.
◇ '호순이' 캐릭터로 시트콤의 여왕으로 등극한 김원희
대표적인 예는 코믹하고 능청스런 연기로 사랑받는 탤런트 김원희가 있다. 1992년 친구를 따라갔다 덜컥 MBC 공채 21기 탤런트에 합격한 그는 데뷔 초부터 연기에는 자신이 없었고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당시 최고의 인기드라마였던 '한지붕 세가족'에서 조연으로 TV에 얼굴을 비췄고, '사랑전쟁'이라는 영화에 출연해 파격적인 베드신을 선보였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 MBC 드라마 '서울의 달'의 김원희 |
이후 인기를 몰아 SBS 드라마 '장희빈'의 인현왕후 역을 맡기도 했지만 중후한 사극과 진지한 배역은 그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의 진가를 발휘된 것은 유머러스한 캐릭터와 코믹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시트콤. 95년 'LA아리랑'에서 2001년 SBS '허니허니'까지 시트콤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현재 각종 오락 예능프로그램 MC로도 활약하고 있다.
아무리 연기로 감추려 해도 털털하고 성격과 재치 있는 입담을 감출 수는 없었던 것일까. 이미지가 굳어져 하나같이 '웃기는' 역할을 맡게 되지만, 그는 자신과 딱 맞는 배역 덕분에 그는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 단아한 승무원에서 '푼수데기' 새댁으로 대박 난 이수경
↑ 이수경 ⓒ최용민 기자 |
이와 비슷한 케이스로는 발랄한 이미지로 급부상한 배우 이수경이 있다. 그는 올해 1월 종영한 KBS 2TV '며느리 전성시대'에서 철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며느리 미진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그는 실제와 '떽떽'거리는 하이톤의 말투의 영락없는 푼수데기 새댁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데뷔 초 모습을 살펴보면 지금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여대생을 골라 기용하는 여성 생리대 '화이트' CF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이후 2004년 아시아나 항공 CF에서 '미소천사' 승무원으로 등장해 청순하고 단아한 외모를 뽐냈다.
영화 '타짜', '가면'에서는 여성스럽고 분위기 있는 역할을 맡았지만 '본색'을 드러내면서 그는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 MBC 드라마 '소울메이트'에서도 상큼 발랄하고 살짝 엉뚱한 캐릭터의 면모를 보였다. 깜찍하고 애교만점인 이미지를 살린 '며느리 전성시대'는 폭발적인 시청률을 자랑하며 그녀의 인기를 최고 정점에 올려놓았다.
실제로도 이수경은 조신하고 얌전한 외모와는 딴판으로 적극적이고 톡톡 튀는 행동으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고. 현재 이수경은 이 드라마를 통해 평소의 활발하고 상큼한 성격을 굳혔고, 연이어 드라마 '대한민국변호사'의 주연을 꿰차면서 말 그대로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자신의 성격과 맞는 캐릭터를 잘 선택한 덕분에 이수경은 연기력도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