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뿔' 소라 조수민 "꼬부랑 할머니 돼도 연기할래요"(인터뷰)

최문정 기자 / 입력 : 2008.09.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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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엄마가 뿔났다'에 출연중인 아역배우 조수민 ⓒ임성균 기자


"수민이를 버리고 '나는 소라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해요. 이제는 소라가 돼서 하니까 힘들지 않아요."

어디서 많이 듣던 표현이었다. "난 늘 연기보다 그 순간만큼은 그 사람으로서 살려고 한다." 대 배우라 칭해도 좋을 백일섭이 했던 말과 표현만 다를 뿐 일맥상통하는 말이었다.


KBS 2TV '엄마가 뿔났다'가 종영을 앞두고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연기력에 이견을 제시할 수 없을 많은 배우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국민드라마 급으로 작품의 위치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 인기는 한복판에는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시청자의 감탄을 자아내며 '소라'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진 아역배우 조수민도 있었다.

"아이의 고집을 당해낼 수가 없었어요. 원래는 아이 아빠의 직장 문제로 제주도로 이사를 가야했는데 연기를 하겠다는 아이의 의지가 너무 강했어요. 3개월 시간을 줬더니 그 사이에 '드라마시티' 단역으로 출발해서 여러 작품들에 출연하더라고요. 결국은 아빠가 2년 후에 서울로 돌아오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요."(조수민 어머니)

솔직히 처음 차 문을 열고 등장하는 순간 깜짝 놀랐었다. 작고 귀여운 아역 탤런트를 기대하긴 했지만 화면에서 보기보다 훨씬 작은 체구, 이어진 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소리에 이 작은 아이가 '엄마가 뿔났다'에서 놀랄만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그 아역배우 조수민이 맞나 의심까지 들었다.


애써 '연기를 잘하는 것일 뿐 실제로는 떼쟁이 어린아이일거야' 스스로의 환상을 끝까지 붙들고 늘어져봤다. 그렇지만 남는 것은 입을 떡 벌린 채 '대단해요', '우아~'를 연발하는 수민이만도 못한 철부지 어른일 뿐 진즉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주위의 추천으로 연기학원에 보내봤어요. 그런데 어느 날 수민이가 연기학원에 다니기 싫다고 하더라고요. 연기가 열 사람이 하면 열 사람이 다 다를 수 있는 건데 선생님이 나처럼만 하라고 한다고, 어떻게 연기가 다 똑같을 수 있냐고 하더라고요. 깜짝 놀라 학원을 그만둔 후로는 연기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어요."

아이의 연기 욕심에 당할 수 없다며 일화를 밝히던 수민이 어머니의 말에 또 바보처럼 '대단해요~', '천재인가봐~'를 연발하고 말았다. 극중 "엄마를 위해서라도 내가 안 가는 게 좋은 일일거야"라며 끝까지 '애어른'의 모습을 보였던 소라가 그저 수민이 자체인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조수민은 "연기가 좋아요. 옷을 예쁘게 입거나 예쁜 액세서리 같은 거는 신경 안 써요. 그냥 다른 사람이 돼보는 게 재밌어요"라며 "힘들 때도 많아요. 그래도 그거 조금 참고 하면 재밌어요"라고 어른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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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엄마가 뿔났다'에 출연중인 아역배우 조수민 ⓒ임성균 기자


조수민은 "입을 꼭 다물고 연기한다고 해서 소라인데 조개라고 부른다"며 살짝 투덜거리기도 하던 아직은 어린 소녀였다. 그러나 상대방의 대사까지 다 외우며 틀릴 경우 가르쳐 주는 모습에 김수현 작가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나온다"며 성인배우에게도 하는 연기 터치를 하지 않고 칭찬을 해준다는 프로 연기자이기도 했다.

"아줌마한테 투정부리는 거랑 아줌마가 싫어서 화내는 거랑은 다른 거 잖아요. 연기 할 때도 그런 거 생각하면서 '이제는 아줌마가 좀 좋아졌으니 다르게 화내야지' 해요."

화를 내도 다 같은 게 아니란다. 눈물을 흘려도 그냥 "슬픈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가 아니라 "소라가 됐다고 생각하고 감정을 잡으면 눈물이 나요"란다. "소라와 저는 달라요. 저라면 안 그랬을 것 같아요. 아무리 엄마가 못해줘도 엄마는 엄마니까 같이 하와이로 갔을 것 같아요"라는 수민이지만 "그래도 드라마에 들어가 소라 입장에서 봤을 때는 다른 거니까 그 생각대로 연기해요"라고 말한다.

하나하나 이어지는 발언에 "오늘은 몇 시에 일어났어요?"라는 어린아이를 상대로 한 가벼운 질문에서 출발했던 인터뷰도 연기에 대한 신념을 묻는 질문으로 격을 높였다. 그래도 조수민은 또박또박 웬만한 성인배우 이상의 언변과 연기에 대한 신념을 어필했다. '아역'이라는 말을 떼고 '배우'라는 말만으로 수식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을 법한 조수민이었다.

물론 조수민은 연기의 이외에는 아이다운 천진난만함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쉴 새 없이 두들기던 기자의 노트북에 맑은 눈을 굴리며 "노트북 화면이 뒤로 다 뉘어져요"라고 아이다운 발언을 하기도 하고 음료보다 음료수에 든 얼음에 집중하며 눈을 떼지 못하던 그저 맑은 9살이기도 했다.

그러나 조수민은 "김혜자 할머니나 강부자 할머니를 닮고 싶어요. 다들 따듯하시고 연기를 잘하세요. 저도 그분들처럼 오래오래 꼬부랑 할머니 될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꼬부랑 할머니가 되면 꼬부랑 할머니 역할을 하고 싶어요"라며 어른스러운 포부를 밝혔다.

조수민은 "100살까지 계획을 세워놨어요. 죽을 때까지 연기할 거예요. 아니 나중에 냉동인간으로 냉동실에 있다 나와서 또 연기할 거예요"라며 아이답지만 연기에 대한 목표만은 장대한 '천상 배우다' 싶은 프로 연기자의 모습을 보였다.

이어 "공부를 좀 해야 하니까 연기는 긴 것은 안되고 짧은 것으로 1년에 두 작품 정도만 하려고 한다"며 "올해는 공부를 해야 하니 연기는 좀 쉬려고 한다"며 현실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수민의 계획대로라면 '엄마가 뿔났다'의 종영 이후 한동안 수민이의 모습과 연기를 브라운관을 통해 보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른스럽게 연기에 대한 자신의 꿈을 밝히던 수민이의 모습에서 잠깐의 공백을 넘어 오랜 시간 이름을 남길 대배우 한명을 미리 만난 건지도 모르겠다는 즐거운 기대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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