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식으로 마지막을 기린 '엄마가 뿔났다' 팀 <사진출처=KBS> |
드라마에는 당연한 진리가 있다. "새 드라마를 제작한다더라"고 하면 어느 미남, 미녀스타가 주역을 맡을지가 가장 먼저 앞서는 관심사다. 이들이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 투닥거리며 만들어갈 사랑 얘기는 장르와 소재는 둘째 치고 빼놓을 수 없을 중심 스토리였고 이걸 어떻게 풀어낼지가 드라마의 인기와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런 면에서 28일 오후 종영된 KBS 2TV '엄마가 뿔났다'는 의외의 드라마였다.
우선 '엄마가 뿔났다'의 중심 누구보다 어머니 김혜자가 있었다. 어머니를 든든히 받치는 아버지 백일섭과 투닥거리면서도 의지가 됐던 고모 강부자, 늘 믿어주던 시아버지 이순재도 인생 역경을 함께 했다.
이는 마지막까지도 이어져 이야기의 끝마무리를 짓는 28일에도 카메라는 '엄마'를 따라 움직였다. 며느리인 미연의 유산기가 비치며 흔들리기도 했지만 결국 이 일로 '엄마'가 집으로 들어오게 되며 극의 중심은 '엄마'의 곁을 떠날 줄을 몰랐다.
대신 '엄마가 뿔났다'는 신은경, 류진, 이유리, 기태영 등 인기스타라 불릴 사람들이 주역의 명단에서 밀려나는 이색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름을 올린 이들도 이전 드라마 속 배역만큼 비중을 갖지도 못했다. 게다가 이들의 사랑은 여러 이야기 중 지류 하나에 불과했다.
28일 종영한 KBS 2TV '엄마가 뿔났다' <사진출처=KBS> |
다뤄진 소재 역시 의외성을 보였다.
'엄마가 뿔났다'에서는 자극적인 극 전개, 신데렐라 스토리, 청춘 남녀의 사랑이 중심에서 한참 밀려났다. 사랑보다 엄마의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드라마인만큼 사랑 얘기를 빼놓을 수는 없었지만 청춘남녀의 사랑보다는 어머니 아버지의 여전한 사랑과 시아버지가 펼치는 노년의 로맨스가 극의 전개를 이끌었다. 그 외는 부수적인 이야기가 됐다.
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극의 종반까지도 의외성은 계속되며 다들 외로운 가을 로맨스를 만끽하는 충복과 "이제 더 많이 사랑할게", "진심으로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는 젊은이 못지않은 닭살 멘트를 주고받는 한자와 일석의 모습으로 일관성을 보였다.
이에 시청자는 "가족의 소중함 뿐만 아니라 어쩌면 인생 그 자체를 말했던 것 같다", "현실 속 부분 같은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많은 걸 생각하게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엄마는 드라마에서도 현실에서도 늘 인생의 주인공이 되려 애쓰는 젊은이 곁에서 조연이 되어 뒷받침 하는 역할로만 사는 것 같았다. 결국 집으로, 일상으로 돌아온 한자가 "그냥 이렇게 살다 가는 거지 뭐. 감사해야지"라며 "하지만 다음 생에는 나도 내 이름 석 자로 불리면서 한 번 살아보고 싶다"고 말하던 부분에서도 이러한 생각들은 잘 묻어났다.
그러나 '엄마가 뿔났다'는 줄이은 '의외'들로 끝까지 이러한 대세 맞섰다. 다시 한 번 우리 엄마를 돌아보게 하는 동시 엄마, 아줌마가 아닌 한 여자, 한 사람을 다시 돌아보게 한 드라마의 마지막, 대세를 뒤집고 새로운 대세를 만든 '엄마가 뿔났다'가 남다른 의미와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