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폐막식, 누군가는 간절히 원했던 200여 빈자리

[기자수첩]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8.10.1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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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 홍봉진 기자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9일간의 대장정을 10일 부산 해운대 요트경기장 야외상영관에서 폐막식을 끝으로 마쳤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PIFF)는 역대 최다 작품, 관객을 기록하며 폐막했다. 사실 60개국 315편, 그중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프리미어가 85편으로 PIFF의 높은 위상을 과시했고, 전체 관객 수가 19만 8818명을 기록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지난해가 너무 커진 몸집에 옷이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은 것에 반해 올해는 차분한 진행과 시스템의 안정으로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폐막식을 비추는 카메라에는 이런 괄목할 만 성장을 축복해주는 자리라고 하기에 빈자리가 너무 많아 보였다. 실제 빈자리는 초대석 200여석에 불과했다. 다만 그 200여석이 카메라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였다는 게 문제였다.

아이러니하게 뒤에 위치한 일반석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보조의자를 놓기 바빴고, 일부 관객들은 서서 폐막식을 관람했다. 그 200여 석은 누구의 자리였는지 궁금증이 들었다. 분명 인원수에 맞게 초청을 했을텐데, 누군가는 사정 때문에, 누군가는 폐막식이니깐 이라는 생각으로 참석 안했을 수 있다.


PIFF는 칸영화제 등과는 달리 마켓보다는 관객과의 소통을 더 중요시 하는 영화제다. 그것은 PIFF가 세계적인 영화제로 성장하는데 열광하는 팬들이 있기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영화제 개막 전 입장권 예매가 시작되면 개막식 표가 발매 몇 분 만에 매진되고, 어느 영화를 보기 위해 밤을 샜다는 PIFF팬의 기사가 화제를 모은다. 또 PIFF 게시판에는 폐막식 표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글이 올라온다. 빈 200여 석은 그 누군가가 간절히 원했던 자리였던 것이다.

올해 PIFF는 차분한만큼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조용했다. 영화제 후반으로 갈수록 한국의 배우와 감독을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는 눈에 띄게 줄었다. 스타급 배우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곳에는 PIFF팬들만이 자리를 지켰다. 김동호 PIFF 집행위원장은 결산기자회견에서 "세계 어느 영화제나 후반부로 갈수록 조용하다"고 당연시 했지만,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PIFF가 얼마나 관객에게 다가섰는지 알 수 없다.

PIFF의 평가는 대부분 외형적 크기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화려한 스타들의 등장으로 일관하는 개막식과 한산한 폐막식의 대조가 이를 입증한다. 올해는 배우 안성기가 고 최진실 사망 사건으로 침울했던 개막식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소식이 들려 더욱 기대가 됐던 폐막식이었다. 하지만 폐막식 게스트 초청 명단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개조차 되지 않았다.

어느 영화제나 개폐막작 선정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작품들이 그 해 영화제의 경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PIFF는 '힘내라, 한국영화'의 슬로건을 지키기 위해 폐막작을 한국영화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폐막식에서 '힘내라, 한국영화'를 응원한 마음은 초청석보다 일반석이 분명 뜨거웠다. PIFF가 진정한 도약을 하기 위해서 팬들에게 다가가는 모험적인 시도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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