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문채원 ⓒ송희진 기자 songhj@ |
동성애 논란이 일기도 했다. SBS '바람의 화원'에서 기생 정향으로 출연 중인 배우 문채원과 문근영의 아슬아슬한 러브신은 이 같은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누드화를 그리기 위해 정향(문채원 분)의 여성성을 탐하는 윤복(문근영 분)의 손길은 그야말로 절제된 에로티시즘이었다. 순간 윤복은 진정한 남자가 됐고, 정향은 진정한 여자로 거듭났다.
그런데 알고 보면 두 사람은 모두 여자다. 극중 '남장 여자'의 삶을 택한 윤복 그리고 기생 정향, 두 사람이 서로의 정체를 알지 못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을 알고 있다. 두 사람 다 여자라는 사실을.
"문근영과 멜로 연기, 처음엔 부담됐다."
"처음에는 정말 부담이 컸어요. 멜로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 멜로 연기라는 것만으로도 부담인데 여자를 남자로 생각하고 좋아해야 하는 거잖아요. 휴~"
긴 한숨에서 심적 고충이 그대로 드러났다.
"멀쩡한 여자를 두고 다른 남자를 대입해 연기하는 건 나쁘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문근영 씨가 실제로도 활발하고 예쁜 척 하는 친구가 아니라 일부러 그런 면을 많이 보려고 노력했죠. 게다가 워낙 남장이 잘 어울려서….(웃음) 여자도 남자도 아닌 그냥 사람으로 근영 씨를 바라봤어요."
시간은 걸렸지만, 두 사람이 어우러진 장면은 예술로 승화됐다. 덕분에 우려했던 반응 대신 시청자 게시판에는 호평의 글이 이어졌다. 진심으로 서로에게 호감을 가진 두 남녀의 사랑하는 눈빛이 엿보였다고.
"이제 부담감은 털어 버렸다"는 그녀는 "남장이 잘 어울리는 근영 씨의 모습이 큰 도움이 됐다.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란 생각으로 신윤복을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탤런트 문채원 ⓒ송희진 기자 songhj@ |
"인내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이런 장면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내가 필요했을까. 문채원은 "2분짜리 장면을 찍는데 무려 6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작은 신이란 건 없어요. 매 장면이 다 중요하고 심혈을 기울여야해요. 한번은 삼복더위에 한복 치마 열 겹을 입었는데, 진짜 거짓말 안 보태고 죽을 뻔했어요."
문채원은 '바람의 화원' 2회 때 가야금을 켜는 장면에서 '한복이 풍성해 보여야 예쁘다'는 감독의 조언에 따라 무려 열 겹의 치마를 껴입었다. 에어컨도 없는 촬영장에서, 그것도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 촬영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정말 인내란 걸 배우게 됐어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있잖아요. 잘 못 참는 편인데 주어진 일이다보니 다 하게 되더라구요. 물론 또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아요. 호호호."
물론 TV를 통해 방송된 영상을 보면 만족감이 크다는 문채원은 "'바람의 화원'을 통해 인내를 배운다"며 "모든 일이 다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하나씩 배워가며 조금씩 발전하는 나를 발견하는 기쁨이 크다"고 더 발전해 있을 미래를 문채원을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바람의 화원'은 여자가 많이 나오는 사극이 아니다. 단연 정향 역의 문채원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처음엔 모든 게 부담이었지만, 이제는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그녀의 말에서 굳은 의지가 엿보였다. 신윤복과 시청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문채원표 정향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