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덩어리' 송옥숙 "엄마들이 꿈꿀 수 있다면 통쾌해"(인터뷰)

김겨울 기자 / 입력 : 2008.10.2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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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옥숙ⓒ홍봉진 기자


"제 이름은 정희연이예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첼로 연주가 역을 맡고 있는 송옥숙의 한 대사다. 그녀는 강마에(김명민)의 싸가지 없는 말보다 남편의 무관심과 딸아이의 이기적인 말에 상처받는다. 음대를 졸업하고 한 번도 오케스트라에 서보지 못한 그녀.

그랬던 그녀가 첼로를 들고 솔리스트로서 당당하게 무대에 올라섰다. 그리고 20년간 묵혀뒀던 갈증을 연주로서 폭발했다. 강마에도 이든도 혁권도 모두를 놀라게 했던 송옥숙의 독한 연주. 그녀에게 첼로 연주는 단순한 연주가 아니었다. 첼로를 연주하면서 그녀는 잃어버린 자신의 열정, 이름, 세월을 찾았다. 정.희.연. 그녀를 만났다.


"나도 그 장면이 가장 인상에 깊어. 내 에피소드 중에 가장 비중도 크지. 무대에서 연주하는 그 순간에는 정말 속이 북받쳐 오르더라고." 송옥숙은 당시를 회상하면 지금도 흥분된다. 그녀가 이 작품에 캐스팅 된 건 '패션 70's'에서 맺은 이재규 감독과의 인연 때문이다.

"감독이 '패션 70's' 끝나고 나서 쉬운 역 준다더니 덜컥 '똥덩어리' 역(극 중 강마에가 정희연을 무시하며 부르는 별명)을 줬더라고. 훨씬 어려워. 그래도 내가 이 역에 어울린다는 말을 들으니 감독이 명감독이긴 한 거야." 송옥숙은 서희태 예술 감독이 꼽는 출연자 중 가장 연주를 멋스럽게 하는 연기자다.

서희태 감독은 송옥숙을 캐스팅 했을 당시만 해도 불과 2개월 밖에 촬영이 남지 않은 상태에서 오케스트라 악기 중 가장 까다롭다는 현악기를 그녀가 잘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송옥숙은 첼로 연주가가 직접 녹화한 DVD를 보고 꼬박 밤을 새워가며 연습해오는 투혼을 발휘해 서희태 감독을 가장 만족시켰다.


"에이. 뭘. 내가 잘한다기 보다 흉내를 잘 내나보지. 우리 딸 한 명이 바이올린을 하고 한 명이 플루트를 하는 데 가족 연주회를 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첼로도 직접 구입했어. 드라마가 끝나도 계속 배우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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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옥숙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연주 장면 ⓒMBC


극 중 정희연은 우리네 어머니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자신들의 꿈은 포기한 채 가족들을 위해서 하루 동일 동분서주하는 그녀들. 정희연은 그런 어머니들에게 '꿈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로 인해 '엄마가 뿔났다'의 김혜자가 어머니의 안식년을 이슈로 만들었다면 '베토벤 바이러스'의 송옥숙은 어머니의 도전을 화두로 끌어 올렸다.

"정희연은 아이도 중요하고 가족도 중요해. 하지만 음대까지 나온 여자가 얼마나 한이 되겠어. 나를 통해 내 나이 또래 엄마들이 그런 꿈을 가질 수 있고 통쾌함을 느낀다면 그걸로 만족해. (웃음) 그렇다고 바깥일을 한다고 안에 일을 못하는 건 아니거든. 꿈을 위해 정희연은 안에서 주부로서도 더 잘할 수 있는 거야."송옥숙은 자신이 젊은 연기자와 남성 위주의 캐릭터들 사이에서 자아를 찾아 무대에 오르는 아줌마를 연기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송옥숙은 1980년 MBC 12기 공채로 데뷔해 지난 2005년부터는 동아방송대학 영화예술계열 전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녀는 대학원에도 적을 두며 끊임없이 연기 공부를 하며 억척스럽게 자신의 꿈을 이루는 중이다.

"정희연과 나? 비슷한 점이라. 나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이루는 건 끝이 없는 거 같아. 계속 해야지. 그런 게 비슷한가." 인터뷰를 마치고 송옥숙은 또 바쁘게 촬영장으로 임했다. 그녀의 꿈이 멈추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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