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그 모순의 현장을 가다

인제(강원)=최문정 기자 / 입력 : 2008.11.02 13:24
  • 글자크기조절
image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2일' 출연진 <사진출처=KBS>


지난 10월 31일, 서울에는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설악산 대청봉엔 첫 눈이 펑펑 내렸다. 그리고 이날은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2일' 코너가 처음으로 언론에 비밀의 문을 연 날이기도 했다.

겨울, 야생이 극으로 치닫는 '1박2일'의 계절이다. 여름도 좋고 바다도 좋지만, '1박2일'은 추위와 씨름하며 산중을 누비는 모습이 더 '1박2일'스럽고 '야생'답다. 그렇기에 산으로 간다는 예고에는 '1박2일'의 진면목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그러나 막상 '야생'을 경험하자 "'1박2일'을 공개 합니다"가 아닌 "너희도 한 번 당해봐라"라는 것 아니었을까 하는 극한 생각까지 들었다. 제작진이 "안에 두툼한 내복은 기본이고 핫팩을 붙이고 있다가 화상 입기도 한다"고 얘기할 때는 "설마"했지만 현실은 더 처절했다.

이날 시작은 순조로웠다. '2008 혹한기 대비캠프'가 주제였지만 '사이코패스' 컨셉트를 지향했던 덕에 '1박2일'팀은 호화로운 뷔페식 조식으로 일정을 시작했으며 취재진도 젓가락을 더하며 순간을 즐겼다.

그러나 강원도 인제에서도 한없이 더 들어가는 버스에 "경치 좋죠?"라며 웃는 '1박2일'의 연출을 맡은 이명한 PD의 모습은 불안감만 더했다. 아침부터 제작진을 향해 극에 달한 불신감을 보이며 주어진 식사를 맛있게 먹으면서도 "믿을 수 없다", "마지막 회냐?", "최후의 만찬이냐"고 쉴 새 없이 묻던 출연진의 모습은 그 순간엔 웃겼지만 갈수록 통감하게 되며 절절한 현실이 됐다.


'1박2일'은 강호동 등 출연진과 이들을 야생에 던져 넣은 제작진과의 팽팽한 신경전이 중심을 이룬다. 다양한 상황 속 웃음도 크지만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자 머리 굴리는 출연진과 이들을 어떻게 하면 더 야생으로 밀어 넣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제작진의 두뇌 싸움은 코너에 긴장감과 재미를 주는 주요소가 된다.

이날도 이러한 양상은 다르지 않았다. 출연진은 초반부터 제작진에 대한 불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인제에서도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산골짜기 한 폐가에 마련된 촬영현장에 도착하자 출연진과 제작진은 카메라를 기준으로 갈려버린 위치처럼 본격적으로 평행선을 달리며 서로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많은 것들을 서로에게 끊임없이 요구했다.

image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2일'코너 촬영 현장 <사진출처=KBS>


어느새 '1박2일'의 환경에 너무나 적응해버려 어딜 가는지 묻지도, 뭘 먹어도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는 해탈의 경지에 이른 출연진과 비까지 내려 더 추워진 악천후에 "우린 이런 날씨가 더 좋다. 이럴수록 인간의 깊은 내면까지 드러나고 그게 또 시청자가 바라는 것 아니겠나"며 반기던 제작진은 일반적인 시선에서 보면 정상은 아니었다. TV속에서 보아 왔던 생명을 담보로 한 평행선 양끝에 서 있는 듯한 양측의 모습은 카메라 밖에서도 별 차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뻔한 진리인 'TV속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는 것이었다. 내복에 이중 양말, 목도리에 장갑까지 착용하고도 온몸이 오그라드는 내설악의 살벌한 날씨에 '1박2일'팀은 버려진 듯 했지만 그 옆에 텐트를 치고, 폐가에 잠자리를 마련하고 그들과 함께 하는 스태프가 있었다. 복불복으로 얻은 재료들로 만든 카레를 손으로 먹으며 "두 번은 못 멋을 것 같다"면서도 "너무 맛있다. 최고다"고 말하는 카메라 밖에는 그런 출연진의 모습을 웃으며 보면서도 "아우, 죄송해요"라고 작게 말하는 작가가 있었다.

또한 카메라 밖에서 출연진은 "제작진이 일방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조율해 같이 하는 것에 감격했다"고 밝히는 한편 앞 다투어 "'1박2일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며 "제작진을 믿는다"는 100% 신용의 이면을 보였다.

제작진도 "때론 '척'을 못해 제작진과 싸우는 모드가 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솔직하다"고 밝히는 한편 "요구하는 게 계속 많아지지만 촬영을 밝게 해주니 미안함이 줄어든다"며 "우리가 어떻게 해도 이들이 잘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카메라를 사이에 둔 출연진과 제작진의 대립구도, 그 팽팽한 불신의 이면에 있는 강한 신뢰, '리얼 버라이어티'라며 '리얼'만을 보여준다는 것에 애정과 믿음이 담기지 않음은 어떻게 보면 모순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만은 '모순'이라는 단어보다 '화합'과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해주고 싶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