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바' 보통사람들이 그린 희망과 좌절의 이중주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8.11.1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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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12일 마지막 18부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국내 최초의 휴먼 음악드라마를 표방하며 시작한 '베토벤 바이러스'는 그 자체로 국내 드라마에 하나의 방점을 찍었다.

새로운 이야기, 탄탄한 극본, 배우들의 짜임새있는 연기, 공들인 티가 역력한 만듦새. '베토벤 바이러스'는 톱스타가 없이도, 생소한 클래식으로도, 그 흔한 러브라인과 불륜 없이도 남녀노소 세대를 불문한 인기 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했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처음부터 히트 상품은 아니었다. 그러나 1회와 2회, 3회와 4회가 거듭되면서 점점 불이 붙었다.

일단 주인공 강마에가 대박을 쳤다. 김명민이 연기한 강마에는 까칠한 성품과 가시돋친 입심을 자랑하는 완벽주의자 지휘자. 그러나 그의 독설에 담긴 노력과 열정은 오히려 듣는 이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종국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든 것은 드라마의 형식보다 드라마에 담긴 메시지였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귀족을 위한 음악으로 받아들여졌던 클래식을 함께 꿈꾼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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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의식과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 강마에조차 열등감과 질투심을 결코 숨길 수 없는 보통사람이다. 극 중간 강마에는 어린시절 가난으로 겪었던 고통을 털어놓기까지 한다.

그런 그를 잡은 것이 바로 클래식이란 희망. 사람이 잘 먹고 잘 사는 데 그다지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은 바로 그 클래식이라는 음악이 강마에에게는 삶의 이유가 됐고, 엉터리 연주 실력에도 불구하고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모였던 보통 사람들에게는 꿈이자 삶의 활력이 됐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콘트라베이스 주자 혁권은 시향 때문에 복사기 회사 과장보다 더 못한 쥐꼬리 월급을 받다 결국 더 작은 집으로 옮겨가야 하고, 똥덩어리라는 모욕 속에서도 첼로 연주의 꿈을 키운 희연은 팀의 해체 속에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바이올린을 전공하고도 회식 자리에서 연주하는 게 전부였던 루미는 귀가 들리지 않는 청천벽력 같은 상황에 직면한다. 꿈나무 이든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끼던 플루트를 울며 부순다. 어려움 속에 만들어진 시향은 결국 시장이 바뀌면서 해체의 위기를 맞이한다. 정치적인 어떤 입김도 거부하리라 단언했던 강마에조차 결국 사표를 내고 시향을 떠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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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들은 노력하지 않는 꿈이란 하늘에 그저 떠 있는 별과 다름없을 뿐이라며, 늘 노력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어렵게 어렵게 꿈을 꾸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희망을 품었다가, 장애에 부딪쳐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길 반복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꿈에 조금씩 더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런 스스로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

해체 위기의 석란시향과 강건우가 이끄는 족보 없는 마우스필이 함께하는 마지막 화합의 공연, 대중가수인 인순이의 '거위의 꿈'과 원칙주의자 강마에의 지휘가 어우러진 예술홀 공연이 담긴 마지막회는 그 정점이다.

12일 방송된 마지막회에서 강건우는 얼마나 또 넘어져야 정신을 차리겠느냐는 강마에에게 "니들도 명품이 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냐며 회심의 대사를 날린다. "저희도 부딪혀 볼게요. 열심히만 하면 될 거라고 믿어볼게요. 안 그러면 너무 사는게, 슬프잖아요."

'베토벤 바이러스'가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이것일지 모른다. 희망과 좌절의 반복 속에 사람들은 삶의 이유를 얻는다. 그게 바로 우리가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를 보며 이 가을 내내 함께 울고 웃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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