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8일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는 제작보고회를 하지 않고 기자시사회를 통해 언론공개를 했다.
몇 년 전부터 한국 영화는 기자 시사회 전에 제작보고회를 하는 게 관례로 여겨졌다. 제작보고회는 영화에 대한 사전 홍보 개념으로 흥행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의미가 컸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감독 민규동, 제작 수필름 영화사집, 이하 앤티크)가 제작보고회를 하지 않는 것을 두고 영화가 재미없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여기에 일반 시사회가 없다는 점은 소문을 확신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한국영화는 일반시사회 비중을 크게 뒀다. 어떤 마케팅보다 '넷심'을 움직이기 위한 '입소문 마케팅'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앤티크'는 일반 시사회를 하지 않았다. 보통 일반 시사회를 하지 않는 것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자신감을 보이기 위해 하지 않거나, 영화가 너무 재미없어 별로라는 입소문이 안 나기 위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공개된 '앤티크'는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꽃미남이 등장하면서 뮤지컬과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섞어 이색적인 작품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앤티크'는 지난 주말 20만 943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했다. 특히 수능을 마친 청소년 관객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앤티크'의 제작사 집 관계자는 "'앤티크'는 주지훈 김재욱 등의 연기파 배우가 등장하지만 인지도는 높은 편이 아니다. 배우를 내세우기보다 꽃미남 4인방이 등장한다는 이미지 마케팅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미지 마케팅은 그동안 광고업계에서 크게 인기를 끈 것이다. 가령 이효리를 내세운 소주 광고는 '흔들수록 더 부드러워진다'며 섹시하고 발랄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손에 잡히지 않는 이미지가 눈에 보이는 겉보기보다 더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보고회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앤티크'는 배우 중심의 영화가 아니다. 제작보고회를 하는 것보다 이미지 형성에 더 마케팅을 집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보통 제작보고회를 하지 않는 영화는 온라인 오프라인 마케팅의 경우 비용을 최소화해 리스크를 줄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앤티크'는 고등학생을 노린 학습지 등의 광고와 여대생 위주의 마케팅을 통해 기존 마케팅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통상 편의점 등과 같이 노출빈도수가 높이는 것과 달리 정확한 타깃을 노린 것이다.
일반 시사회를 하지 않은 경우도 비슷한 이유다. 입소문을 통해 영화 인지도를 높이는 것보다 이미지 마케팅에 승부를 걸었다.
제작사 관계자는 "오히려 기존 한국 영화보다 타깃을 명확히 함으로써 마케팅 비용을 줄인 면이 컸다. 그 결과 무대인사에서 고등학생 관객들이 '선글라스 낀 배우'야라면서 이미지로 배우들을 기억했다. 입소문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앤티크'의 마케팅은 기존 한국영화의 마케팅의 한 발 더 나아간 성과를 보여줬다. 단순히 유명 배우를 출연시키는 것이 영화 흥행에 최우선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