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희순 ⓒ 이명근 기자 |
배우 박희순은 고독을 떠올리게 한다. 인터뷰를 위해 카페 문을 열었을 때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오롯이 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을 뺏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극일기' '러브토크' '바보' '나의 친구, 그의 아내'까지 그의 역할은 항상 달라졌지만 캐릭터의 고독한 느낌은 그대로였다. 그는 "실제 성격과 비슷해서 그런 것 같다. 평소에도 집에서 잘 안 나오는 편이다. 가끔 술을 마신다"고 말한다.
박희순은 '나의 친구, 그의 아내'에서 요리사 재문 역을 맡아 친구 예준(장현성 분)이 자신의 가정을 깨는 실수를 직면했을 때 진실을 감추고 희생을 선택한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첫 베드신을 연기했다. 그는 "정말 많이 떨었다. 함께 연기한 신인 홍소희가 나보다 오히려 더 당찼다. '오빠는 왜 이렇게 떨어'라며 면박도 줬다. 난 이틀간 밥도 못 먹었는데 베드신 찍기 전에 식사도 잘했다"고 설명했다.
박희순의 첫 베드신은 변함없는 저녁의 어스름 같이 내일을 갈망하는 사랑 이야기 느낌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그 사랑을 깨고 싶지 않은 애절한 마음이 숨겨져 있다.
"아내가 임신한 상태서 관계를 맺는 장면이다. 무엇보다 에로틱한 느낌이 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싶었다. 시나리오에는 목욕탕에서의 섹스신이 있다. 하지만 아이가 함께 있는 상황에서 섹스신보다 함께 목욕하는 장면이 더 느낌을 잘 살린다고 생각해 수정했다"
박희순은 연극배우 출신이다. 자기 아닌 다른 사람의 역할을 맡아 연기할 때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스크린 데뷔를 한 후 일 년에 한 작품은 꼭 연극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욕심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진정 내가 쉬고 싶을 때, 연극에 최선을 다하고 싶을 때 무대에 서고 싶다" 그의 내부에 채워 넣어야 할 공백이 턱 없이 많은 듯 그는 아직도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작은 영화인 '나의 친구, 그의 아내'에 출연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는 "흔히 말하는 상업성이 뛰어난 영화와 낮은 영화의 비율을 맞춰서 출연하려고 한다. '나의 친구, 그의 아내'는 상업영화 '바보'를 촬영한 후 택한 작품이다. 지금은 박용하 김민정과 '작전'을 촬영 중이다"고 설명했다.
'작전'은 한류스타 박용하와 배우 김민정이 출연하는 주식 '작전주'를 소재로 한 영화다. 작전주를 통해 100억을 600억으로 만드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린다.
그는 "'작전'은 TV로 알려진 박용하와 아역출신 김민정이 함께 한다. 각기 다르게 성장한 배우들이 함께 해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촬영장에서 NG는 서로 웃어서 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박용하는 너무 편한 후배다. 밤샘 촬영을 하고 12시간 술을 함께 마신 적도 있다. 한류스타라는 편견을 깨게 됐다"며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전직 조직폭력배 황종구 역을 맡았다. 박희순은 유난히 조직폭력배 캐릭터와 인연이 많다. '귀여워' '가족' 등 색깔은 달라졌지만 직업은 조직폭력배였다. 그는 "사실 '가족'때 쎈 조직폭력배 모습을 보여주고 그 같은 연기를 안 하려 했다. 하지만 그 후에는 더 강한 시나리오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인맥이 넓은 조직폭력배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며 "악역은 매력이 있다. 조직폭력배가 아니라 각기 다른 색깔의 악역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며 웃음 지었다.
지금까지 작품에서 냉소적이 웃음을 지는 그의 악역은 일품이었다. 큰 체구가 싱거워 보일 때도 있지만 그것이 장점이며 매력이다. 아무리 악역을 해도, 선한 역을 맡아도 본연의 인간성을 배어나오기 마련이다. 약삭빠르고 되바라지지 않고 어리숙한, 그게 박희순이 악역을 맡아도 매력인 진짜 이유다.
그는 "왜 악역은 항상 권선징악일까? '다크나이트'처럼 악역이 진짜 주인공인 영화가 한국에서도 나오면 좋겠다"고 강조한다. '작전'도 권선징악이냐는 질문에 "작전주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나쁜 사람이다. 박용하도 나쁜 놈인데, 결말을 보면 내가 좀 더 나쁜 놈 같다"며 영화에 대해 기대감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