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윤석 소지섭 하정우 박희순 김민희 김정은 김민선 김해숙 신민아 박은혜> |
12월 개봉작 5~6편을 남기고 있는 2008년 한국영화는 올해도 수많은 배우들이 스크린에서 자신의 매력을 발산했다. 배우들은 때로는 전형적인 모습으로, 더러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모습들을 투영했다.
시상식 시즌을 앞두고 올해 한국영화가 재발견한 배우들을 정리했다. 배우에 있어 재발견이란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스크린에 담았다는 의미이며, 가장 행복한 수식어일 수 있다. 살아남으려 아니면 배우로서 거듭나기 위해 온 힘을 다했을 올 한 해 관객들이 재발견한 배우들.
우선 김정은에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흥행작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02년 '재밌는 영화'로 스크린 나들이를 시작한 그녀는 '나비'와 '사랑니' 등으로 변신을 시도했지만 대중과의 소통에는 실패했다.
안방극장에서는 불패신화를 이룬 김정은이지만 스크린에서는 '가문의 영광'의 강렬한 인상 덕에 코믹 여왕으로 이미지가 강했다. 그랬던 그녀에게 올 초 개봉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영화배우로서 김정은의 또 다른 가능성을 관객이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김정은은 아이 딸린 이혼녀로 출연해 모멸을 참으면서도 동료들과 꿈을 이루기 위해 연습에 매진하는 역을 열연해 문소리 김지영과 함께 '우생순'의 아줌마 신드롬에 크게 한몫했다. 문소리와 김지영은 각종 시상식에 후보로 이름을 올린 반면 김정은은 그 대열에 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있어 '우생순'을 관객들이 행복하게 받아들인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올 초 극장가를 크게 강타한 '추격자'는 관객에 김윤석과 하정우를 온전하게 인식하게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타짜'의 아귀로 재조명받기 시작한 김윤석은 '천하장사 마돈나'와 '즐거운 인생'을 거쳐 올해 '추격자'로 스크린에 우뚝 솟았다.
송강호와 같이 연극을 시작한 김윤석은 '추격자'로 관객들에게 그의 감춰진 모습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는 올해 대종상과 춘사, 부산영평상과 부일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청룡영화상과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도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이다.
저예산과 상업 영화 사이에 절묘한 줄타기를 하던 하정우는 '추격자'로 단숨에 충무로 대세로 떠올랐다. '비스티보이즈'와 '멋진 하루'가 연달아 개봉해 관객에 각기 다른 모습을 선보였던 그에게 '추격자'는 상업적으로도 검증 받은 배우라는 수식어를 선사했다.
하정우는 '보트'와 '국가대표'에 연이어 출연하며 숨 돌릴 틈도 없이 지내는 와중에도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깜짝 출연하는 등 여전히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해숙은 올해 한국영화가 재발견한 가장 값진 수확 중 하나이다.
김해숙은 '경축 우리사랑'에서 뒤늦게 만난 사랑으로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는 엄마를 연기했다. 지금까지 전통적인 엄마상에 머물렀던 김해숙은 스크린에서 또 다른 엄마의 가능성을 보였으며, 배우로서 의미있는 결실을 맺었다.
안방극장에서 스크린으로 활동 영역을 다시 넓히고 있는 김해숙은 '눈에는 눈,이에는 이' '마더'까지 제3의 전성기를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세븐데이즈'로 주목받기 시작한 박희순은 '헨젤과 그레텔'에서 절정의 연기력을 구사해 2008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올해에만 '바보' '우리집에 왜 왔니' '나의 친구, 그의 아내'가 개봉해 상업영화에서 실험영화까지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 박희순은 내년 개봉작인 '작전'을 시작으로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얼굴이 예쁘지만 무색에 가까운 이미지를 갖고 있던 신민아 역시 2008년 한국영화가 재발견한 보석 같은 배우 중 한 명이다.
'무림여대생'과 '고고70'이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두 영화에서 보여준 서로 다른 모습은 신민아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특히 '고고70'에서 신민아는 기지촌 카페 여급에서 가수로 거듭나는 여인의 인생을 훌륭히 연기해 대한민국영화대상에 여우조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주지훈과 촬영 중인 '키친'에서도 남편 외에 또 다른 남자와 만나는 여인을 실감나게 연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공익근무를 하기 전까지 영화배우로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소지섭 또한 2008년은 영화배우로서 행복한 시작을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발리에서 생긴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소지섭은 영화에서는 환영 받지 못한 배우였다. '도둑맞곤 못살아'에 조연으로 출연했던 그에게 올해 개봉한 '영화는 영화다'는 충무로에 새롭게 신고식을 치른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배우가 되고픈 깡패를 실감나게 연기한 소지섭은 오랜만에 스크린을 압도하는 남자배우의 카리스마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영평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는 대한민국영화대상에도 후보에 올랐다.
모델과 스캔들, 패셔니스트로 유명세를 떨쳤던 김민희에게 2008년은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 그녀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으로 출연해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그려내 배우로 관객에 새롭게 소개됐다. 비록 드라마 '연애결혼'이 시청률은 안 좋았지만 김민희로서는 자신의 존재를 충무로와 관객에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김민희와 동시대에 모델로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딛은 김민선 역시 최근 극장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미인도'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남장여자 신윤복을 연기하기 위해 과감한 노출까지 구사한 김민선은 '미인도'로 기존에 갖고 있던 '톰보이'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박은혜는 '대장금' 이후 늘 화제를 뿌렸지만 영화계에서 활약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다. 착한 여자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던 박은혜에게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은 큰 기회였다. 박은혜는 '밤과 낮'에서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다가 한국에서 온 새로운 화가와 사랑에 빠지는 역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밤과 낮'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부산영평상에서 신인상을 받았으며, 결혼까지 이룬 박은혜에게 2008년은 배우로서 개인으로서 최고의 한 해로 남을 것 같다.